“어서 와!”
샤르망은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뜬 음성으로 아힐을 맞이했다.
“한가하네?”
“뭐, 항상 그렇지. 그래도 요즘 손님이 많이 왔는데 오늘 조금 없는 것뿐이야. 정말이야. 어서 들어와.”
변명과도 같은 인사를 받으며 들어온 아힐이 잠시 멈칫했다.
“왜?”
마치 샤르망의 얼굴을 뜯어보듯 빤히 내려다보던 아힐이 샤르망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빙그레 웃었다.
“그냥. 무슨 일 있었어?”
“응? 무슨 일? 아무 일 없었어. 그런데 어쩐 일이야? 혹시 페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지?”
샤르망은 제 발에 저린 사람처럼 많은 물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가 표정을 기민하게 읽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더 과장하게 되었다.
아힐이 별문제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그냥 물은 거야.”
“아, 난 또. 정말 별일 없었어. 그럼 정말 어쩐 일이야?”
샤르망은 아무것도 모른 척 미야와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고 굳게 입을 잠갔다.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그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 해서.”
그 말에 샤르망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딜?”
그러자 아힐이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본래 몸으로 돌아와야지. 널 찾았으니 이제 돌아갈 때가 됐잖아.”
“아…….”
이런 저런 생각에 잔뜩 잠겨 있느라 그의 말을 잘못 해석했다.
순간 미야의 말과 겹쳐서 들리고 말았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힐이 의외라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
“좋지. 돌아갈 수 있으면. 그런데…… 지금?”
“너만 괜찮다면.”
샤르망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조금, 아니, 며칠만 좀 더, 아니, 하루, 이틀 정도라도 더 뒤에 가도 될까?”
“왜? 해야 할 거 있어? 아니면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그냥 청소도 좀 한 번 더 해놓고 막상 돌아가려니 어색해서.”
“혹시 뒷일이 걱정돼서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해 줄테니까.”
이미 하나는 해결하고 왔지만 아힐은 구태여 입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니까 만능 해결사님 같아.”
샤르망이 설핏 웃었다.
“그럼 며칠 더 뒤에?”
아힐이 다시 묻자 샤르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너를 마주할 수 있겠네.”
아힐의 말에 샤르망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자신의 존재가 밝혀지던 날, 그가 자신에게 했던 인사가 생각났다.
안녕, 샤르망 노엘 켄더스.
라고 말이다.
그래, 원래 미야처럼 자신을 그렇게 혐오했어야 맞다.
미야가 사실을 알아채고 자신에게 화를 내고 나서야 비소로 진정으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고 모든 걸 납득하고 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내고 떠나라 말하고 해야 정상인데.
그간 정말 자신이 착한 사람이 된 줄 알았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정말 이상한 남자가 맞았다.
지금도 마치 자신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기만 간절히 바라는 사람처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이 남자는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그런데 또 그 기대 때문에 힘을 얻었다.
이렇게 기대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더더욱 자신이 다시 있는 힘껏 미야를 설득해야겠다.
손님이 오지 않는 사이 마음속 무거운 짐을 살짝 내려놓고 그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힐도 그런 분위기에 편안함을 느끼며 잠시 휴식을 취하듯 샤르망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일순간 큰 통증이 아힐의 심장을 덮쳤다.
“…….”
아힐의 표정이 하얗게 굳었다.
“그래서 그 꼬마 녀석이…… 아힐, 왜 그래?”
오늘 아침에 있던 제스퍼의 이야기를 하던 샤르망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힐에게 몸을 숙였다.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라고?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순식간에 표정을 갈무리한 아힐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
“아냐, 갑자기 목이 막혀서 그랬어. 사례라도 걸릴 뻔했나 봐.”
“아, 물이라도 줄까?”
눈을 깜박거린 샤르망은 안심하며 주방 쪽으로 향했다.
“응.”
아힐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층 더 견고해지는 저주를 느끼며 얼굴에 가면을 단단히 씌웠다.
그러고는 샤르망이 건네주는 물을 마셨다.
둘은 더 대화를 나눴지만 서로가 중요한 일을 모두 숨기고 있어 이야기가 겉돌고 또 겉돌았다.
그럼에도 정답을 찾지 못해 서로는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저기, 들어가도 될까요?”
다행히 그들을 위기에서 구하기라도 하듯 때마침 손님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