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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100)화 (99/148)

말 그대로 쓰레기 처리?

아니면 또 다른 의미의 쓰레기 처리를 말하는 건지 헷갈렸다.

보통 샤르망은 후자의 의미로 많이 말하고 들었다.

하지만 아힐이라면 전자일 경우가 훨씬 높다고 생각했다.

그라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절대 아니겠지만, 얼굴만 보면 항상 좋은 일만 할 것 같이 생겼으니까.

아힐이 쓰레기를 줍는 상상을 하자 괜히 웃음이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오려고 했다.

얼른 표정을 갈무리한 샤르망은 어서 돌아가자며 내미는 그의 손을 망설임 없이 잡았다.

“어우, 어지러워. 이거 원, 편하긴 편한데 어지러운 건 전혀 나아지질 않는구먼.”

엘리움으로 돌아온 바쿤이 휘청거리며 투덜댔다.

“그야 네 마법 친화력이 낮아서 그렇지. 그래도 더 다니다 보면 점점 나아질 걸.”

“그거 기다리다 늙어 죽겠군!”

샤르망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웃었다.

이동할 때 어지럼증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바쿤은 유독 심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바쿤의 두툼하고 단단한 몸이 휘청거리다 못해 얼굴도 약간 창백해진 것 같았다.

“나는 이만 가봐야겠어. 어쨌든 오늘도 고마웠어, 마법사. 너도.”

“고생 많았어. 그걸로는 무기를 만들 거야?”

샤르망이 산더미만 한 자루를 보며 돌아가려는 바쿤에게 물었다.

“그래야지! 조만간 만들어 보일 테니 놀라지나 말라고!”

바쿤은 허허 만족스럽게 웃으며 자루를 가지고 공방으로 향했다.

“가서 치고 받고 싸울 줄 알았더니 거기가 꽤 마음에 들었나 봐.”

아힐이 바쿤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는 소로 숲에 들어가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졌다 온 탓에 그곳에서 벌어진 상황을 전혀 몰랐다.

“응. 그쪽에서도 꽤 신경을 많이 썼더라고. 바쿤이 좋아할 법한 선물도 준비하고. 바쿤도 투박하긴 해도 예를 갖춰줬고. 큰 무리 없이 협업이 이루어질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아힐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왕이 요즘은 궁에 올 생각 없냐고 묻던데.”

“어……?”

샤르망의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일이 있어서 갔다 왔더니 묻더군. 네 제자들도 열심히 해주고 있어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고도 했어. 그들이 이곳에 더 익숙해지고 나면 연회를 한번 여는 게 어떠냐고 대신 물어봐 달라고 하더군.”

안 그래도 샤르망이 왕궁에 방문하길 바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제자들이 기사들 훈련을 잘 해주고 있고, 또 샤르망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소로 숲 엘프와의 관계를 개선해 주었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원래의 페페처럼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최대한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니 샤르망 대신 아힐을 귀찮게 한 모양이었다.

따지고 보면 마지막으로 방문한 날에서 그렇게 오래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본래 페페는 그의 부탁을 거의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샤르망의 입장에선, 샤르망이 부탁한 일을 흔쾌히 들어줘서 왕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왕궁에 또 가봐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연회를 열어준다니 더욱 고맙긴 한데…….

“아직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우선 제자들한테 물어볼게. 아, 혹시 바빠? 바로 탑으로 돌아갈 예정이야?”

그러자 아힐이 왜 그러냐는 듯 눈썹을 올렸다.

“너무 바쁘지 않으면 가게에서 차라도 한잔 할까 하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아직 말해주지 못했잖아.”

샤르망이 말을 마치며 괜히 헛기침을 했다.

저번처럼 쌩하니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아힐은 샤르망의 제안에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기분 탓인지 조금 얼굴이 붉어진 것도 같고.

아힐은 그런 샤르망을 보다 끄덕였다.

“나야 영광이지.”

샤르망의 얼굴이 단번에 환해졌다.

“그럼 가게에 들렀다 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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