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올 때까지 또 잘 부탁할게.”
“뭔 소리여.”
“또 가야 해.”
“어딜 또 간다고 그려?”
알렉산드로가 또 역정을 냈다.
“샤르망하고도 이제 많이 친해졌던걸 뭐.”
페페가 시계와 알렉산드로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여하튼간에 이해할 수가 없어.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들 있는 건지.”
여전히 볼이 페페에게 잡힌 채로 있던 알렉산드로의 꼬리가 불만스럽게 팡팡 튀었다.
그 말에 페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긴 아무리 말해도 실제로 겪는 것과 듣는 건 다르니까.’
그래도 꾸역꾸역 믿어주는 알렉산드로가 고마웠다.
“설명해 줬잖아. 그리고 나중에, 나중에 다시 다 말해준다니까? 이제 정말 가야겠다. 건강하게 있어야 해!”
“난 아직 젊어!”
“아, 그렇지, 그렇지. 그럼 진짜 나중에 봐!”
페페는 알렉산드로와 서둘러 인사를 했다.
다른 사람들이 페페가 돌아왔다는 걸 눈치채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
모든 걸 그 둘에게 맡기기로 했으니까.
‘다신 이곳을 불타게 하지 않아.’
페페가 다시 한번 빙그르르 가게를 둘러봤다.
일부러 몸이 바뀐 샤르망이 보라고 적어놓았던 수칙도 확인했다.
이것도 시간을 돌리기 전 아힐 더프에게 미리 부탁을 해놓았던 것이었다.
샤르망이 너무 당황하지 않게.
샤르망 노엘 켄더스에게는 수칙을 지키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실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너무 바짝 긴장하고 있길래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몸을 돌리던 페페의 눈에 수칙이 적힌 종이 아래 수북하게 쌓인 진한 보라색의 마정석들이 보였다.
쿡 하고 웃음이 터졌다.
몰래몰래 훔쳐봤을 때 이 마정석을 본 적이 있었다.
수칙을 어길 때마다 수칙을 빤히 쳐다보며 고해성사를 하듯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다 이걸 모아두었던 걸 봤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쌓여 있을 줄이야.
이것 또한 청소를 열심히 해두었던 건지 먼지가 하나도 앉아 있지 않았다.
‘아깝게.’
몸의 상성이 맞지 않아 이걸 만들어내는 것도 버거웠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으니, 목적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니 위험한 존재였던 거다.
“이제 정말 가야겠다.”
페페는 그렇게 다른 이들과 마주치기 전에 마탑으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