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계속 같은 꿈을 꾸는데 왜 그런 꿈을 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되나 봅니다.”
“너희들이…… 날 어떻게 죽이는데?”
펠릭이 괴로워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질문이 먼저 튀어 나갔다.
“그냥 안 들으시는 게 낫습니다.”
“어차피 꿈이잖아.”
“그러니 들으실 필요 없습니다. 기분만 나빠질 텐데요.”
“그냥 말해. 괜찮으니까.”
샤르망이 티가 날 정도로 재촉했다.
“꿈이라지만 저희 모두 스승님께 그런 일을 벌일 일은 추호도 없습니다.”
펠릭이 꿈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자꾸만 빙빙 돌렸다.
대체 무슨 꿈을 꿨길래.
“펠릭.”
샤르망이 펠릭의 팔을 잡았다.
움찔한 펠릭이 한손으로 얼굴을 쓸며 중얼거렸다.
“스승님이 봉인진 위에 계셨습니다.”
“…….”
“온갖 봉인이 걸린 사슬로 묶여서 피를 흘리고 계셨어요. 그 사슬을 저희가 쥐고 있었습니다. 스승님이 직접 만드신 가시 족쇄 말입니다.”
“……그 후에는?”
추궁에 가까운 샤르망의 말에 펠릭이 입술을 달싹이다 다시 한숨을 쉬었다.
“황제의 명에 따라…….”
“죽였구나. 꿈에서.”
펠릭의 말보다 샤르망의 말이 먼저 나갔다.
분명 라디는 함께 술을 마시고 난 후 자신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펠릭은 시간을 돌리기 전 마지막 장면을 꿈으로 꾼다?
“예.”
샤르망은 놀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최대한 침착하게 굴었다.
이건 아직 절대 들키면 안 되니까.
“꿈에선 내가 어땠는데?”
“받아들이셨습니다. 체념하신 것도 같았습니다.”
확실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펠릭은 과거를 꿈을 통해 기억하고 있었다.
“꿈 외에 이상한 것들은 없었고?”
“그건 모르겠습니다.”
샤르망이 펠릭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개꿈이로군. 그렇지?”
그러자 펠릭이 피식 바람 새는 소리를 냈다.
“예. 개꿈. 끔찍한 개꿈이죠.”
“그러네. 혹시 오늘도 꿨어?”
펠릭은 작게 웃으며 침묵했다. 말하지 않아도 답을 알 것 같았다.
샤르망이 펠릭의 머리를 짧게 쓰다듬었다.
“그냥 잊어. 나한테 쌓인 스트레스 그렇게 풀었다 생각해.”
“스트레스 없습니다.”
“좋게 좋게 생각하라는 뜻이었어. 그리고 정말 안전하게 다녀오는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위험했다면 너희들부터 위험해졌겠지.”
샤르망은 펠릭을 다시 다독였다.
“아무래도 걱정이 많아졌었나 봅니다.”
“그러게. 정신 강화 훈련이라도 해야겠군.”
그러자 펠릭이 웃음을 터트렸다.
“예, 그게 좋겠습니다.”
“또 이상한 꿈을 꾼다거나 하면 내게 꼭 말해.”
“예? 어린애도 아니고 매번 꿈을 보고합니까.”
“스승의 명이다. 꼭 말해.”
“나 참. 알았습니다. 어쨌든 스승님도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하시면 제게 꼭 신호를 주셔야 합니다.”
“그래.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륀트벨에서 너희를 찾아올 수도 있으니 주변 경계 늦추지 말도록.”
“명심하겠습니다.”
“상대는 엔조와 잉겔로다. 라칸이 직접 보내 움직이고 있으니 웬만한 결정권도 그들에게 있어. 엘리움 내에서는 그들을 죽여서도 안 된다. 라칸이 바로 엘리움을 침략할 구실로 이용할 테니까.”
“예, 스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