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샤르망을 찾아온 터였다.
하지만 문을 두드리기 전 가게 안에 선객이 있는 걸 알아챘다.
스승과 제자라던 그들의 관계.
둘의 이야기를 듣고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자신이 왔다고 알리는 걸 그만두었다.
어느 힘이든 힘의 정점을 찍고 나면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오감이며 모든 게 평범한 사람보다 뛰어나다.
하여 일부러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안에 이야기가 아힐의 귀에 들어왔다.
“엘타인.”
“응.”
“넌 내가 무엇을 한다고 해도 따를 건가?”
“응.”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그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샤르망이 자신감을 얻은 듯 다시 물었다.
“위험하다고 해도?”
“늘 위험했잖아.”
“늘…… 은 아니지.”
“넌 늘 그랬어.”
서로에 대한 믿음에 종이 한 장 끼일 틈이 없다.
일말의 의문조차 품지 않고 행해지는 믿음.
가히 놀라울 정도다.
아힐이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나는 라칸을 쓰러뜨릴 거다. 지금은 이해가 안 되겠지만 나는 륀트벨로부터 이곳을 지킬 거야. 그리고 라칸이 계획하고 있는 정복 전쟁을 막을 거다.”
샤르망의 말을 곱씹던 아힐이 청명하게 웃었다.
엘리움의 수많은 것 중 어떤 점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시간을 돌리고 그녀를 되살린 아힐조차 알지 못하지만 그것만은 확실했다.
‘시간을 되돌리길 잘했다.’
그녀에게 건 도박이 성공했다.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
아힐이 고개를 들어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뭐, 내일 다시 오면 되니까.’
오랜만에 깊은 잠이나 잘까.
며칠 만에 십수 년의 세월을 반복해서 겪고 온 아힐은 안 그래도 조금 피곤했다.
스르륵.
아힐이 돌아갔다.
어둠 속 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아주 작은 빛 무리가 살짝 머물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