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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75)화 (74/148)

“……뭐, 그래.”

“근데 그걸 왜 궁금해하는데?”

“뭐? 엘리움에서 륀트벨을 주시하고 경계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이런 구멍가게나 운영하면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륀트벨을 경계 못 할 이유는 없지.”

“정말 그뿐이야?”

“……달리 뭐가 더 있을까. 내가 너희들을 관리하고 있으니 확인 차원에서 물은 거야. 너희들은 륀트벨에서 핵심 인물들이었으니까. 어차피 정보는 모두 왕궁에 보고될 거고. 각기 맞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겠지. 그뿐이다.”

“단지 그뿐이라면 뭐.”

“그래.”

샤르망의 성의 없는 대답에 갑자기 울컥한 라디가 몸을 돌렸다.

“생각해보니 열 받네.”

라디가 번쩍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갑자기 변한 태도에 샤르망이 눈을 크게 떴다.

“적어도.”

“…….”

“흔적 정도는 남길 수 있는 거 아냐?”

“뭐?”

샤르망이 라디를 쳐다봤다.

“조금이라도 우릴 소중하게 생각했다면, 제자라고 생각했으면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다못해 바로 남기지 못했다면 나중에라도, 나중에라도.”

라디가 화를 삼키듯 잠시 눈을 감았다.

샤르망은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다들 샤르망이 사라진 걸 아는데 우린 제대로 알지도 못했어. 감옥에 갇힌 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모른 채! 버림받은 느낌을…… 알아? 우린 매번 생사를 함께 했는데!”

왜 화를 내나 했더니 샤르망이 묻는 말에 참았던 속이 확 긁힌 것이다.

라디는 한숨을 쉬다가 또 머리를 거칠게 긁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

“……지금도 괜찮은데. 이제 와 설명해 준다고 해도 다 이해할 것 같은데.”

샤르망은 속이 따끔거렸다.

“…….”

“거지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괜찮은데!”

샤르망은 자신을 쳐다보는 라디를 보고 황당해했다.

‘왜 나를 보면서 하필 거지를…….’

“진짜 다 괜찮은데. 뭐라도 말 좀 해주지. 이렇게 바보를 만들어 놓고.”

라디가 고개를 툭 떨궜다.

“…….”

샤르망은 그런 라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 손을 뻗었다.

‘아.’

그러다 이내 닿기도 전에 서둘러 손을 거뒀다.

다행히 라디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잠시 나갔다 올게.”

씩씩거리던 라디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지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샤르망은 라디가 나간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저 녀석들한테는 말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충동이 일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제스퍼가 눈치를 보는 게 보였다.

샤르망은 제스퍼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눈치 보지 않아도 돼.”

“……알았어.”

“우리가…… 조금만 이해해 주자.”

“응.”

제스퍼가 얌전히 끄덕였다.

한참 만에 라디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샤르망을 노려봤다.

“하여튼 다시 만나기만 해.”

“…….”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 알면서도 우리 앞에 안 나타난 거라면 진짜 그땐.”

“그러니까 그걸 왜 나한테.”

샤르망이 그렇게 말하자 라디는 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었다.

라디가 팩 고개를 돌렸다.

‘뭐라도 알아챘나? 아니.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럴 리가.’

샤르망은 한참이나 화가 나 있는 라디를 곁에 두어야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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