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73)화 (72/148)

샤르망은 한참 두루마리 안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엔조와 눈이 마주쳤다.

“제 주군께서는 후작이 륀트벨의 인재가 되어주길 바라고 계십니다.”

“이해가 안 되는데.”

그래서 이렇게 은밀하게 접촉을 한 건가 싶었다.

“사절단으로 참석했던 제 동료가 당신의 검술을 아주 감명 깊게 봤다고 하더군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반쯤 넘어온 것처럼 그가 무례하게 말투를 바꾸었다.

“…….”

지끈,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습관이란 습관은 모두 버리고 대련에 임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대체 어떤 말을 지껄였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황당했다.

“순조롭게 응해주신다면 엘리움에 해가 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엔조를 보낼 정도면 한두 번 거절해서 돌아갈 게 아니었다.

괜히 딱 한 번 칼을 휘두른 것 때문에 골치가 아프게 생겼다.

짧고 굵게 해결하려고 했던 마음이 도리어 독이 되어버린 것이다.

‘미치겠네.’

불똥이 이쪽으로 튈 줄이야.

그렇다고 그냥 뒀으면 죄 없는 엘리움 기사들만 다쳤을 테고, 어차피 막아야 할 일이었다.

문제는 라칸이 열 받아 하면 열 받아 했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는 점이었다.

“물론 생각할 시간은 드리겠습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