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61)화 (60/148)

“응?”

“그의 마지막 모습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편안해 보이던가요? 혹시…… 이것도 규칙에 어긋나나요?”

“그런 규칙은 없지만…….”

샤르망이 뭔가 말하려던 찰나 멜피네가 손을 들어 샤르망을 저지했다.

“아, 아니에요. 안 들을래요. 즐거워 보였다거나 후련해 보였다거나 신이 났다거나 하면 정말 못 참을 것 같네요.”

“잘 생각했어.”

그건 샤르망도 환영이었다.

그녀가 사실을 원한다면 사실대로 말해줄 수 있고, 약간 포장도 해줄 의향은 있으나 실은 하고 싶지 않았다.

‘원망 받고 싶진 않다 이거지.’

멜피네는 그러고도 한참이나 이곳에서 머물렀다.

“이제 저는 남쪽으로 갈 거예요.”

멜피네는 사실 엘리움 사람이지만 이곳을 떠나 타국에서 지낸 지 6년이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연락을 끊고 홀로서기를 하다 엘리움이 너무나 그리워 이곳에 여행을 온 지 한 달째.

수도에는 지금 일주일째 머무는 상태였다.

“남쪽에는 좋은 볼거리가 있나요?”

샤르망은 ‘음……’ 하며 뜸을 들였다.

“내가 아는 정보는 여행에 영 쓸모가 없을 텐데.”

모두 전쟁 관련된 정보밖에 없거든.

샤르망은 뒷말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뭐 그럼 하는 수 없네요. 걷다 보면 좋은 곳이 나오겠죠.”

“그런데 이곳에서 먼 곳에 사는 거 아니야? 돌아가면 달에 한 번씩 올 수 있겠어?”

바로 옆 나라라곤 하나 그래도 타국이었다.

나라 안에 있어도 수도에 달에 한 번 오기가 힘들 텐데 매번 국경을 넘어온다는 소리로 들린 샤르망은 그녀가 무리하지 않을지 걱정이 됐다.

“아, 이번 여행은 그냥 여행이 아니라…….”

“음?”

“엘리움에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 여행이에요. 아직 어디에 머물지 결정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이거든요.”

“아, 그렇구나. 그럼 어렵지 않겠네.”

“만약 직접 오지 못하게 되면 편지를 보낼 테니 혹시라도 그가 여길 다시 온다면 꼭 그 쪽지를 전달해 주세요. 그리고 이 주소로 연락해 주시면 지인의 집이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요.”

“그거야 어렵지는 않지.”

“……정말 한 번만 다시 봤으면 좋겠네요.”

한결 차분해진 멜피네가 두 손을 맞잡은 채 중얼거렸다.

한참 뒤.

멜피네가 또다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꼭 부탁드려요.”

“알았어.”

멜피네는 나가는 중에도 몇 번이나 샤르망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

그리고 다시 모자를 쓴 뒤 천천히 가게를 나섰다.

“신기하네.”

샤르망은 새삼 오늘 겪은 일이 신기해 중얼거렸다.

첫 손님의 물건이 제 주인을 찾아갔다.

물론 엄청난 값을 치르긴 했지만 그래도 원래 주인의 손에 들어가서 다행이다 싶었다.

다시 가게 안이 조용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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