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53)화 (53/148)

그러자 거짓말처럼 여자의 발이 멈췄다.

샤르망이 덧붙였다.

“제스퍼가 잘 지내는지 보려고 온 거 아니야?”

“무, 무슨.”

여자는 금방이라도 도망칠 것처럼 문틀을 잡은 채 더듬거렸다.

여자는 모른 체하려는 모양이지만 샤르망의 눈에는 그저 제스퍼를 닮은 여인으로만 보였다.

더군다나 물건을 보는 척하며 아이가 머물 만한 방을 찾는 것도.

굳게 닫힌 방문을 계속해서 보는 것도 모두 티가 났다.

“저번에 음식 두고 간 거 맞지?”

“…….”

“제스퍼가 그렇게 떠나가라 크게 외쳤었는데 못 들었을 리는 없을 테고. 왜 그냥 갔어?”

“…….”

샤르망이 말을 할 때마다 여자의 어깨가 혼나는 것처럼 움찔움찔 떨렸다.

“이번에도 정말 그냥 갈 거야?”

그녀가 그대로 가버린다면 막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샤르망의 예상대로 제스퍼의 친모는 제스퍼가 걱정되어 찾아왔다.

이렇게 걱정이 되어 몇 번이나 찾아오면서 도망가는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까 저는…….”

“지금 당장 데려가라고 안 해. 근데 이렇게 또 가버리면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

여인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시선을 바닥에 떨군 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샤르망이 한숨을 내쉬고 그녀를 불렀다.

“우선 잠깐이라도 시간 내줄 수 있어? 아이를 버릴 게 아니라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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