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 귀 하나 없으려고! 아무리 봐도 걱정이 돼서 아침 일찍 소식을 넣어뒀었지.”
바쿤이 두툼한 주먹으로 제 가슴팍을 툭툭 쳤다.
바쿤이 정기적으로 기사단들의 무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건 들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는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거의 개인 전령사가 왔다 간 정도 의 속도였다.
“그 망할 놈들이 기어코 사고를 친 게야, 그렇지? 화합, 평화는 무슨.”
알렉산드로가 혀를 찼다.
“그래도 다친 곳은 없는 걸 보니 안심이 되네. 어휴, 그러게 넌 왜 애한테 위험한 검을 쥐여 줬어?”
미야가 샤르망의 어깨를 잡고 한참을 살피더니 바쿤을 야단쳤다.
“나는 단순히 겁만 주는 줄 알았지. 이왕이면 왕도끼로 줄 걸 후회는 했다만.”
“그게 더 위험하잖아!”
미야가 바쿤의 등을 후려치며 빽 소리를 질렀다.
“폭력 좀 쓰지 말랬지!”
“맞을 짓 하면 맞아야지!”
“어후, 저 귀잽이가.”
“뭐래, 사고뭉치 땅딸보.”
샤르망은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둘을 말렸다,
“그만, 그만. 다친 곳 없고 모두 잘 끝났어. 이미 알 것 같지만 사절단 모두 안전하게 돌아갔고 나도 무사히 집에 왔고. 봐.”
샤르망은 손바닥까지 펴 보이며 말했다.
온몸에 상처 하나 없는 걸 확인한 이들이 각자의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휴, 다행이야.”
“아무도 안 말렸다고 해서 왕까지 드디어 미쳤나 했다니까. 한 시간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궁으로 쳐들어가려고 했어.”
미야가 스스럼없이 왕의 험담을 쏟아냈다.
샤르망은 여전히 저를 살피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렇게 큰일도 아니었는데 제가 다쳤을까 봐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이곳에 와서 기다린 사람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마치 그들에게 샤르망은 치즈 한 덩이 자르기 힘들 정도로 약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처럼 느껴졌다.
이런 걱정을 전혀 안 받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적국의 주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 우선 들어가서 차라도 대접할게요.”
샤르망은 제스퍼가 열어준 문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작은 가게 안이 순식간에 왁자지껄한 소리로 가득 찼다.
다들 익숙한 듯이 가게 안에 몸을 구겨 넣고 대충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그래서 완전히 간 겨?”
오늘도 가게에 고칠 곳이 없는지, 청소가 잘 되어 가는지 살피던 알렉산드로가 물었다.
“아, 예. 갔어요. 왕궁 마법사들이 이동에 함께하는 걸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잘 됐구먼. 가서 이상한 헛짓거리나 안 했으면 좋으련만.”
“걔네도 정신 차렸을 수도 있죠. 행여나 전쟁이라도 나면 마법사가 지켜주겠지. 뭐. 그치?”
샤르망이 서둘러 차를 내리다 괜히 찔려 멈칫했다. 미야가 말한 마법사는 아무래도 아힐 더프인 것 같았다.
“어…… 맞아.”
쪼르르륵.
샤르망은 긴장을 애써 숨기려 주전자 물이 끓자마자 서둘러 차를 따랐다.
향긋한 차향이 가게 안에 퍼지며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그래서 이긴 거지? 응?”
“응? 아, 응. 이겼어.”
“정말 칼을 꺼냈어?”
그래도 다행인 건 바쿤에게 말을 전한 자는 대련을 보지 못한 자였던 것 같다.
미야가 궁금한지 이것저것 캐물었다.
“샤르망 검 되게 잘 쓰는데!”
홍차 대신 달콤한 과일 잼을 타 마시고 있던 제스퍼가 벌떡 일어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페페가 검을 잘 다룬다고?”
“응! 아줌마가 몰라서 그래.”
제스퍼가 잼 차를 호호 불며 대답했다.
“내가 너보다 더 잘 알걸, 꼬맹이?”
“나는 매일 아침 샤르망하고 운동하는데?”
“요즘이야 그렇지 얘 원래 늦잠 잤어! 이 골목에서 제일 늦게 일어나는 애라고.”
“아유, 시끄러워. 둘 다 그만하고 차나 마셔.”
느긋하게 차를 마시려던 알렉산드로가 짜증이 났는지 통통한 손을 휘저었다.
“알레산드로 님이 조용히 하라고 하시잖아.”
알론소도 얼른 거들었다.
그러자 둘 다 입에 자물쇠를 달아 잠근 듯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