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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39)화 (39/148)

페페는 억울했다.

그렇게 신이 떠나고 요정이 모두 죽고 난 후 이 땅은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오로지 페페만 홀로 남아 이곳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제발 그들을 용서해 주세요.”

“살리드 님, 제발 돌아와 주세요.”

“이 땅에 축복을 내려 주세요.”

늘 열심히 일해왔던 것처럼 샤르망 페페는 쉬지 않고 제를 올렸다.

대륙에서 살리드의 땅 다음으로 축복받은 땅이라는 세이갈에서 가져온 작물도 바치고.

가장 척박한 땅이라는 륀트벨에서 가져온 나무도 바쳤다.

매일매일 땅 위를 누비며 신의 노여움을 풀만한 것들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페페도 죽은 땅에서 힘을 얻지 못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지만 어쩐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오히려 자꾸만 나쁜 마음을 먹게 됐다.

페페는 그럼에도 꿋꿋이 버텼다.

마지막 남은 인간과 함께 살리드의 땅 위에 엘리움을 세우고 인간들과 함께 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통 살아남지 못했던 싹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물줄기가 솟아났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심혈을 기울여 제를 지내고 나면 살리드의 축복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그렇게 땅이 점차 돌아왔다.

살리드의 기운이 남아 있는 자신의 피를 땅에 흩뿌리기도 했는데, 그게 가장 효과가 좋고 오래 남았다.

하지만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살리드가 남기고 간 단 하나의 마지막 축복으로 샤르망 페페는 살아남았고 영생도 빼앗기지 않았다.

그러나 요정들의 남긴 분노와 질투, 미움이 페페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악한 것으로 바꾸려고 했다.

홀로 남아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게 된 것이다.

그래도 페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끝까지 이 땅에 남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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