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38)화 (38/148)

‘배신자!’

‘오지 마!’

‘저리 가!’

‘나가버려!’

작고 떠들썩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샤르망을 괴롭혔다.

따가울 정도로 쏟아지는 소리에 샤르망은 어안이 벙벙해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밝은 횃불들과 갓 피어난 풀과 돌 그리고 제단뿐.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데 자꾸만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샤르망은 소리가 들리는 근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마치 무의식 어딘가 목소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듯 몸이 겁을 먹은 것처럼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샤르망은 제단에 더 가까이 갔다.

가까이 갈수록 그녀를 쫓아낼 것처럼 목소리가 커졌다.

그녀가 제게 닿지 못하게 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샤르망의 의지와 다르게 몸은 계속 움츠러들고 발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샤르망은 기어코 제단 앞까지 다가가 제일 높은 곳에 낡은 황동 잔에 손을 뻗었다.

골동품이 가진 추억에서 힘을 얻었듯 이번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

‘…….’

황동 잔에 손이 닿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던 목소리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동시에 샤르망은 황동 잔이 가진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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