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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이 너무 따뜻해서 문제다 (28)화 (28/148)

샤르망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괴물?

“쓸데없는 이야기면 그만 둬.”

아직 케니즈가 본론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아힐이 막아섰다.

“뭔데?”

샤르망이 궁금함에 물었다.

아힐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옆으로 비켜섰다.

“샤르망 노엘 켄더스, 그 악마 말이야. 그자가 실종된 이후 륀트벨 주변 국가들이 아주 축제를 벌이고 있다더군. 카이도르국도 륀트벨로 흡수 된다 아니다 말이 많더니 조용해졌어.”

“아…….”

샤르망의 시선이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졌다.

“그 목줄 맨 개처럼 그자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던 셋도 쥐 죽은 듯이 있는 걸 보면 사태가 제법 심각한 모양이야? 그 괴물 외엔 인재가 전혀 없었나 싶기도 하고.”

케니즈가 개운한 얼굴로 신이 난 듯 말을 이어갔다.

모두 륀트벨, 샤르망 노엘 켄더스를 향한 분노와 욕이었지만.

“괴물이라고 말할 것까지야. 그야 명령 받은 대로 움직였던 거겠지. 사디나르,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주군의 명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건.”

샤르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힐의 말은 마치 샤르망 노엘 켄더스를 옹호하는 것처럼 들렸다.

케나즈에게도 비슷한 뉘앙스로 들렸는지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걸 말이라고 해? 륀트벨은 무법자들의 소굴이나 마찬가지라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기도 하지. 자네도 그 괴물 때문에 꽤 골치를 앓았잖아?”

“…….”

샤르망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역시 정복 전쟁이니 뭐니 하는 소문은 다 헛소문이었나 봐. 마음 같아서는 평생 요즘 같았으면 좋겠군. 신도 무심하셨지, 그런 걸 만들어 세상에 내놓으시다니.”

아힐의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케니즈가 헛기침을 하고 목덜미를 주물렀다.

“그래, 뭐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어쨌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더니 한결 안심해도 되겠어.”

“…….”

“그래도 편히 죽진 말아야 할 텐데 말이야. 그렇지?”

케니즈의 웃음기 어린 말에도 샤르망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

갑자기 커다란 몸이 그녀의 앞을 가렸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무시해. 그건 그렇고 길이 엇갈렸었나 봐. 전하께 갔다기에 그쪽 복도로 갔었는데.”

샤르망이 고개를 들었다.

아힐이 어느새 샤르망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아, 다행히 대화가 일찍 끝나서. 다음을 기약하자고 하길래.”

샤르망이 정신을 차리며 눈을 깜박였다.

“그랬군. 어쩐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의아했어.”

“오는 길을 조금 서둘렀거든. 네 말대로 길이 엇갈렸나 봐.”

주변의 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오며 아힐의 옷도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그의 옷매무새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문제 되는 건 없었고?”

“그다지……? 다행히 기억에 문제 되는 일은 없었어.”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그와 관련된 일이 아니니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샤르망이 홀로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기억이? 왜! 페페, 무슨 일 있었어?”

케니즈가 다시 아힐과 샤르망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몰라도 돼, 넌.”

“나는 페페 후작에게 물었는데.”

둘이 또다시 으르릉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샤르망은 어서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여기서 차기 왕인 칼리프 왕자까지 만나버리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영혼이 탈출할 것 같아서다.

샤르망이 주변 분위기를 읽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그만…….”

“왕자 칼리프 헤라 엘리움께서 입장하십니다!”

뿌우—

입장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연회의 작은 주인이 나타났다.

‘아…….’

샤르망은 그냥 이 자리에서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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