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세신사 영애님-150화 (150/150)

외전 특별편 6화.

때일러 휘온은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어요.

“목욕물의 흐름 속에 파묻힌 위대한 그대의 이름을 걸고, 나 여기서 맹세하노라. 우리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더러운 자들에게……!”

그가 때괴물을 향해 손을 내뻗으며 마지막 주문을 영창했어요.

“위대한 세신의 힘을 보여줄 것을! 때밀이 슬레이브!!”

콰아아-!

강력한 마법이 때괴물을 향해 나아갔어요.

때밀이 슬레이브를 직방으로 때려 맞은 때괴물은 마침내 비틀거리기 시작했어요.

‘됐다!’

하지만.

잠시 휘청거리던 때괴물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어요.

게다가 때밀이 슬레이브까지 맞아서인지, 더더욱 흉포하게 날뛰기 시작했답니다.

“크어어어!”

모두는 좌절했어요.

“제기랄! 이러다 다 죽겠는데!”

그때, 때일러 전사들은 잊고 있던 누군가를 떠올렸어요.

자신 중 가장 강력한 때일러 전사를.

바로, 때일러 루헤였어요.

하지만.

“쿨…….”

그는 어느새 잠을 자고 있었어요.

프리트가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어요.

“야, 이 자식아!”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제기랄, 이제 어쩌지?”

얀피르가 말했어요.

“하는 수 없지. 이젠 불꽃으로 지져야지.”

겉면은 때로 뒤덮여 있으니까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 얀피르였어요.

그때, 사우나스가 얀피르에게로 달려왔어요.

“때일러문-!”

“그 이름으로 부르지 좀 마!”

하지만 사우나스는 얀피르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어요.

“이걸 쓰세요, 때일러문!”

그가 얀피르에게 무언가를 던졌어요.

휘리릭-!

탁!

얀피르는 제 손에 들린 걸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그건 바로 이태리타월 요술봉이었어요.

핑크색 봉 위에 초록색 때수건이 감겨있는, 깜찍한 디자인이었죠.

얀피르는 너무 놀라 요술봉을 떨어트릴 뻔했어요.

그가 사우나스를 향해 소리쳤어요.

“그냥 일반 때수건으로 밀면 어디가 덧나냐!”

“그것은 마법의 힘이 담긴 때수건! 악의 힘을 정화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작작 좀 해!”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결국 얀피르는 요술봉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어요.

이번에도 역시 요술봉을 작동시킬 주문이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에 흘러들어왔어요.

그렇게 얀피르가 주문을 외우려던 찰나.

“잠깐!”

갑자기 모두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어요.

때일러 전사들 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턱시도를 입고, 양모자를 쓴 산수이였어요.

모두가 놀라 소리쳤어요.

“터, 턱시도 양모자?!”

산수이는 어째서인지 높은 고층 빌딩 위에 서 있었어요.

대체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간 건지 신기했어요.

띠리링~ 따라닷닷~

갑자기 멋진 배경음악까지 들려왔어요.

산수이가 때괴물을 향해 소리쳤어요.

“오랜 시간 씻지 않아 때의 숙주가 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도다. 이 턱시도 양모자가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어쩐지 산수이는 자신의 역할에 매우 심취해 보였어요.

얀피르가 소리쳤어요.

“주인, 대체 어딜 갔던 거야!”

하지만 산수이는 대답 대신 망토를 휘날리며 날아내렸어요.

“자, 받아라! 정화의 장미!”

산수이가 때괴물을 향해 장미꽃을 쏘아댔어요.

“크어어어!”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산수이는 계속해서 장미를 날렸어요.

그 모습을 본 네 남자는 생각했어요.

‘산수이…….’

‘주인, 화살은 잘 못 쏘는구나.’

주몽의 후예라고 해서 모두가 활을 잘 쏘는 건 아니었어요.

아무튼 산수이는 이 중 하나는 맞겠지 하는 심정으로 수백 송이의 장미를 날렸어요.

팟-!

그중 한 송이가 어쩌다 때괴물의 눈알에 가서 박혔답니다.

“크워어어!”

때괴물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쳤어요.

그 장미 끝에는 샴푸가 묻어있었기 때문이죠.

‘역시! 눈에는 샴푸!’

마침내 때괴물이 쓰러졌어요.

쿵!

산수이가 다급히 소리쳤어요.

“얀피르-! 지금이야, 어서!”

“맡겨 둬!”

얀피르는 다시 때수건 요술봉을 들어 올렸어요.

챠랑-

분홍빛 요술봉이 그의 얼굴 앞에서 반짝였어요.

빰빰빠람빠~

또다시 알 수 없는 BGM이 흘러나왔어요.

얀피르는 요술봉을 들고 한 바퀴 돌기 시작했어요.

물론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었어요.

“제기랄! 포즈 취하다 다 뒈지게 생겼잖아!”

하지만 자신의 몸은 요술봉을 따라서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때, 갑자기 때괴물이 다시 일어섰어요.

그리고는 산수이를 공격했어요.

“꺄아악!”

“주인-!”

산수이가 바닥에 쓰러졌어요.

얀피르는 주문을 외우다 말고,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어요.

산수이가 숨을 몰아쉬며 외쳤어요.

“얀피르, 난 괜찮으니 어서! 때괴물을 정화해!”

“저깟 괴물 알 게 뭐야!”

그러자 때괴물이 울부짖기 시작했어요.

“그어어…… 싫어! 때 밀기 싫어!”

“뭐,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얀피르와 산수이는 크게 분노했어요.

얀피르가 때괴물에게 소리쳤어요.

“지금 그게 할 소리야? 네놈이 안 씻는 바람에 다 같이 개고생하고 있잖아!”

때괴물이 큰 소리로 울부짖었어요.

“하지만 귀찮아, 때 밀기 귀찮아! 안 씻고 그냥 잘래!”

그 말을 들은 산수이가 경악해 소리쳤어요.

“뭐라고요? 때밀이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어요.

이미 때의 숙주가 된 그는 더 이상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거든요.

얀피르가 굳은 결심을 하고 일어섰어요.

“하아, 하는 수 없지.”

요술봉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어요.

옆에서 사우나스가 그를 응원했어요.

“역시, 때일러문! 무지몽매한 자에게 때밀이의 참맛을 알게 해 주려는 거군요!”

“닥쳐! 그냥 빨리 끝내고 집에 가려는 거야!”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얀피르가 때괴물을 향해 달리며 외쳤어요.

“때 스크럽- 힐링-!”

파박-

그가 때괴물의 몸을 문지르며 마지막 주문을 외쳤어요.

“리프레시-!”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얀피르는 때괴물의 때를 모조리 밀어냈어요.

사아아-

순간 때괴물의 저주가 풀리며, 그는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왔어요.

“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어젯밤에 씻기 귀찮아서 그냥 잤는데.”

산수이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앞으로는 묵은 때를 만들지 말고 미리미리 씻으세요.”

“네!”

그는 떠나갔어요.

마침내 세계의 평화가 찾아왔어요.

어느새 차오른 보름달이 그들의 뒤로 크게 드리워졌어요.

얀피르가 신나서 소리쳤어요.

“자, 이제 다 끝난 거 맞지? 빨리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내 줘, 사우나스.”

휘온 역시 울먹였어요.

“이 짧은 치마, 정말 너무 불편합니다.”

어느새 잠에서 깬 루헤는 그저 배시시 웃을 뿐이었어요.

하지만 사우나스의 입에선 그들이 기대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냐옹.”

그러자 격분한 프리트가 소리쳤어요.

“이 자식이 왜 갑자기 고양이인 척을 해?”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웬 내레이션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내 이름은 얀피르 드 라첸.]

놀란 얀피르가 뒤를 돌아보았어요.

“뭐, 뭐야? 저거 내 목소리잖아?”

다른 때일러 전사들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는 사이 내레이션은 계속되었어요.

[성격은 짐승이지만, 조신하다고나 할까?]

“뭐야! 대체 어디야!”

얀피르를 포함한 모두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때 프리트가 외쳤어요.

“사우나스 놈을 잡아!”

고양이는 어느새 저만치 도망가고 있었답니다.

미소녀…… 아니, 미소년 전사들이 모두 달리기 시작했어요.

오직 산수이만이 홀로 남아 내레이션을 청취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실 내 정체는 말이야…….]

산수이가 만족스럽게 끄덕였어요.

“어휴, 내가 때일러문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그리고 마지막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답니다.

[세신 요정 미소년 전사 때일러문-♡]

따라라~ 랄라랄랄랄 랄라~

~세신 요정 때일러문~ 끝

***

명작 극장 마지막 화 (6)

~스페셜 땡스 투~

옛날 옛적에.

카데베르 제국 옆에는 도른자 왕국이 있었어요.

그곳에는 작가…… 아니, 프린세스 주안서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녀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세신사였어요.

비덴비덴 남작저에서 유학하며, 산수이에게 기술을 배웠으니까요.

오랜 특훈이 이어지다, 마침내 산수이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프린세스 주안서여, 그대에겐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으니, 하산해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그렇게 프린세스 주안서는 위대한 세신사가 되어 왕국으로 돌아왔죠.

산수이 남작 덕에 프린세스 주안서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생겼어요.

바로, 타인의 몸에서 때 대신 다른 것이 나오게 할 수 있는 것이었죠.

무엇이든, 그녀가 원하는 대로요.

프린세스 주안서는 정의로운 심판관이었어요.

그래서 죄인들의 몸에선 끔찍한 것들이 나오게 했고.

선량한 자들의 몸에선 귀한 것이 나오게 해 주었죠.

그날 역시 프린세스 주안서의 앞으로 한 죄인이 압송되었어요.

그녀가 죄인을 향해 서슬 퍼런 목소리로 호통쳤어요.

“죄인은 고개를 들라!”

그러자 노란 추리닝을 입은 대역 죄인이 고개를 들었어요.

“공주마마, 살려주십시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모릅니다!”

너무나 뻔뻔한 죄인의 태도에 프린세스 주안서는 분노했어요.

그녀가 명령했어요.

“여봐라, 당장 저자를 마사지 베드 위에 눕혀라!”

“사, 살려주십시오!”

프린세스 주안서는 죄인의 때를 밀기 시작했어요.

벅벅벅-

죄인은 두려움에 가득 차 울부짖었어요.

이대로라면 몸에서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요, 용서해 주십시오. 공주마마!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프린세스 주안서가 말했어요.

“새사람이 될 자신이 있느냐?”

“물론입니다!”

“좋다. 반성의 기미가 보이니 한 번의 기회를 주도록 하지. 앞으로는 착하게 살거라.”

“네, 마마.”

그러자 죄인의 몸에서 초콜릿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이쯤에서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한 죄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프린세스 주안서가 다시 명했어요.

“다음, 들라 하여라!”

이어서 들어온 것은 바로.

그녀의 담당자였어요.

담당자는 긴장된 모습으로 대전 안에 들어섰어요.

프린세스 주안서가 말했어요.

“담당자여, 긴장할 것 없다. 내 너의 공을 치하해 큰 상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니.”

“제, 제가 대관절 무슨 공을 세웠습니까?”

“그간 나를 잘 보필하지 않았느냐? 어서 엎드려 보거라.”

그렇게 담당자는 마사지 베드 위에 길게 엎드렸어요.

이어서 프린세스 주안서가 때를 밀자, 담당자의 몸에서 황금 때가 밀려 나오기 시작했어요!

번쩍번쩍.

바닥에는 황금 때가 수북이 쌓여갔어요.

그것도 순금으로요.

마침내 때밀이를 마친 프린세스 주안서가 말했어요.

“이 황금 때를 모조리 너에게 내리겠노라!”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담당자는 너무 기뻐 눈물을 흘렸답니다.

요즘 금값이 괜찮았거든요.

그렇게 황금 때를 챙겨 궁을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어허.”

갑자기 프린세스 주안서가 담당자의 어깨를 덥석 잡았답니다.

“먹튀는 안 되지.”

“예……?”

“황금 때를 받았으면, 받은 만큼 일을 해야 하는 법.”

역시 자본주의 세상에 공짜란 있을 수 없었죠.

프린세스 주안서가 사악하게 웃어 보였어요.

“아직 차기작이 남았는데, 어딜 간단 말이냐? 네 남은 육신이 때가루가 될 때까지 일해야지!”

“예에에에에?!”

담당자는 손에 들려있던 황금 때가루를 모조리 떨어트렸어요.

담당자가 다급히 외쳤어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프린세스 주안서 님! 차라리 이 황금 때를 모두 돌려드리겠습니다!”

“어허, 낙때불입이다!”

“아니, 이건 사기야!”

담당자는 발버둥 쳤어요.

프린세스 주안서가 외쳤어요.

“여봐라, 차기작이 나올 때까지 담당자를 작업실에 가둬두도록 해라!”

“예이~.”

“야 이 미친 작가야!”

“어허, 공주님이다!”

그렇게 담당자는 황금 때에 파묻힌 채 작업실에 감금되었답니다.

또다시 일할 수 있다니, 정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잠은 죽어서도 잘 수 있으니까요.

<제국의 세신사 영애님> 진짜 끝.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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