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특별편 5화.
시간이 지날수록 산수이와 드래곤님은 점점 더 가까워졌어요.
특히나 산수이가 드래곤님의 목욕 시중을 들게 되면서 말이에요.
산수이가 얀피르의 등에 비누칠을 해 주면서 물었어요.
“시원하세요?”
“크르르…… 응.”
이렇게 매일 산수이가 직접 씻겨주는데도, 저주는 풀리지 않았어요.
얀피르는 생각했어요.
‘이젠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
한편, 산수이는 점차 드래곤님께 빠져들고 있었어요.
씻겨주는 맛이 있었거든요.
결국 그녀는 결단을 내렸어요.
‘내일 드래곤 님의 때를 밀어드리자. 분명 얀피르 님은 내 취향을 이해해 주실 거야. 때밀이도 좋아해 주실 거야!’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마을로 돌아간 휘온이 드래곤의 존재를 알렸기 때문이었어요.
“산수이가 드래곤 놈에게 잡혀있습니다! 부디 제 동생을 구해주세요!”
그 말에 프리트는 눈이 뒤집혔어요.
“뭐라고! 당장 산수이 영애를 구하러 갑시다!”
“옳소!”
결국 그는 동료들을 이끌고 드래곤의 성으로 쳐들어왔어요.
프리트는 드래곤 성의 문을 단숨에 부숴버렸어요.
갑작스러운 침입에 얀피르는 깜짝 놀랐어요.
프리트가 얀피르를 향해 소리쳤어요.
“네놈이 그 드래곤이군! 산수이는 내 여자야!”
“뭐?! 어디서 감히, 크르르르……!”
그 말에 눈이 뒤집힌 얀피르가 프리트와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때를 노려 휘온은 산수이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지금이 기회다, 산수이! 어서 도망가자!”
하지만 산수이는 단호했어요.
“저는 갈 수 없어요, 오라버니!”
“어, 어째서냐!”
“저는, 저는 드래곤님을 사랑하니까요!”
“!!”
그 말에 모두가 놀라 돌아봤어요.
특히나 프리트는 폭풍 눈물을 광광 흘리고 있었답니다.
프리트가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말했어요.
“……철수합시다.”
그는 떠날 때를 아는 멋진 남자였어요.
이제 성에는 얀피르와 산수이, 단둘만이 남았어요.
“드래곤님!”
산수이가 얀피르에게 다가가 안겼어요.
그때, 갑자기 얀피르의 심장이 아파져 왔어요.
“크윽-!”
장미 꽃잎이 한 장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는 결국 바닥에 쓰러졌어요.
“안 돼요! 정신 차리세요!”
산수이는 절규했어요.
그가 손을 뻗어 산수이의 볼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졌어요.
“……사랑합니다.”
그렇게 얀피르는 눈을 감았어요.
산수이는 절규했어요.
“안 돼! 아직 때도 밀어드리지 못했단 말이야!”
산수이는 울먹이며 그의 팔을 연신 밀어줬어요.
하지만 때는 너무 늦어버렸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때를 밀어드릴걸!’
그와 동시에 마지막 장미 꽃잎이 허공에 흩날렸어요.
그러자 갑자기 얀피르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어요.
팟-!
그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는 멋진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답니다.
“드, 드래곤님?”
“산수이, 잇츠 미.”
그러자, 갑자기 새카만 연기와 함께 대마왕 루헤가 나타났답니다.
“흐응, 저주를 풀었군요.”
얀피르가 외쳤어요.
“너, 너는 대마왕!”
산수이 역시 놀라 물었어요.
“드래곤님, 저주에 걸려계셨던 거예요?”
얀피르가 끄덕이며 물었어요.
“하지만 대체 어떻게 저주에서 풀려난 거지?”
그러자 루헤가 대답했어요.
“진실로 깨끗해지려면, 대충 비누칠만 해선 안 되는 법이죠.”
놀란 표정의 두 사람에게 대마왕은 마지막 말을 남겼어요.
“명심하세요, 여러분. 때를 밀어야 비로소 목욕이 끝난 거라는 것을…….”
그렇게 마왕은 사라져갔어요.
이제 드래곤의 성에는 산수이와 얀피르만이 남아있었어요.
“당신이 내 저주를 풀어주었군.”
“사랑해요, 왕자님.”
두 사람은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답니다.
그것은 진실로 깨끗한 사랑이었어요.
~미녀와 드래곤~ 끝
***
명작 극장 (4)
~세신 요정 때일러문~
이번 이야기의 배경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주인공들을 현대, 아니 미래로 날려버릴 예정이기 때문이죠.
비덴비덴 저택 안.
새벽녘, 얀피르는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런데 옆에 누워있어야 할 산수이가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어요.
“주인……?”
얀피르는 서둘러 자신의 반려를 찾아 나섰어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산수이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답니다.
그때였어요.
“얀피르 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얀피르가 뒤를 돌아보았어요.
그곳에는 작은 고양이가 앉아있었어요.
얀피르가 놀라 물었어요.
“마, 말을 하는 고양이라니? 넌 누구지?”
“제 이름은 사우나스. 방금 당신은 지구를 지킬 미소년 전사로 선택되셨답니다?”
“미소년 전사?!”
긴 설명이 필요 없었어요.
얀피르가 사우나스에게서 변신 브로치를 받는 순간, 모든 것이 머리에 흘러들어왔으니까요.
순간 브로치에서 아름다운 빛이 뿜어져 나오며 얀피르의 몸을 감쌌어요.
그가 저도 모르게 주문을 외쳤어요.
“때 크리스탈 파워- 빛으로, 얍!”
그러자 이상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우우~ 때일러문~
‘미친! 이게 다 무슨 상황인데!’
하지만 자신의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걸 막을 방도가 없었어요.
그렇게 얀피르는 공중에 떠오른 채 변신했어요.
곧 그의 팔에 새하얀 장갑이 끼워졌어요.
착!
그의 미끈한 다리에는 붉은 부츠가 신겨졌어요.
팟!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풀거리는 푸른색 세라 스커트가…….
짜잔-!
물론 치마 아래 두툼한 속바지를 입혀두었으니, 우리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기로 해요.
여러분의 눈은 무사히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얀피르는 특유의 포즈를 하며 땅에 내려섰어요.
어느새 집채만큼 커진 달이 그의 뒤를 비추고 있었죠.
얀피르는.
지구를 지키는 미소년 전사 때일러문이 된 것이었어요.
얀피르가 고양이에게 말했어요.
“야! 사우나스 이 자식아! 이게 대체 무슨 짓거리야!”
하지만 사우나스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어요.
“지금 지구에 사악한 때의 무리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부디 당신의 힘으로 더러운 기운을 정화해 주세요, 세신 요정 때일러문!”
“세신 요정은 또 뭔데!”
하지만 그 역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어요.
새하얀 빛과 함께 얀피르…… 아니, 때일러문의 몸은 어디론가 이동했으니까요.
***
2100년, 지구.
기기 문명의 발달로 인간들은 더더욱 집에 틀어박혔어요.
그 결과 씻지 않는 신인류가 탄생하기 시작했죠.
오랜 시간 몸에 누적된 때는 숙주의 몸에 침투했어요.
“그어어어-!”
그 결과 끔찍한 괴물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바로, 때괴물이었어요.
한편, 미래의 지구에 도착한 얀피르.
황폐하게 변해버린 땅 위에서 그는 망연자실했어요.
“여긴 또 대체 어딘데!”
그때, 때괴물이 얀피르를 향해 달려왔어요.
“저 괴물은 또 뭐야!”
어느새 나타난 사우나스가 소리쳤어요.
“저것은 때괴물! 당신은 저들의 때를 밀어 원래의 인간으로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자, 어서 가세요, 때일러문!”
“아니 그러니까! 그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는데!”
“그야, 당신은 선택받은 미소녀…… 아, 아니! 미소년 전사니까요!”
“방금 그거 실수 아니었지?!”
하지만 얀피르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어요.
때괴물이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워어-!”
‘제길, 원래는 인간이었다 하니 저걸 죽일 수도 없고.’
얀피르는 때괴물을 세신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놈을 상처 하나 없이 포획하기란 쉽지 않았거든요.
그때, 때괴물이 때총알을 쏘기 시작했어요.
후두두둑-!
얀피르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때총알을 모조리 피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피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저놈을 붙잡아 둘 방법이 없나?’
그때였어요.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어요.
“여, 여기가 대체 어디야!”
뒤를 돌아보자, 프리트가 절규하며 서 있었어요.
그의 손에는 변신펜이 들려있었답니다.
어느새 소환된 휘온 역시 얼빠진 표정이었어요.
그가 얀피르를 보며 혀를 찼어요.
“얀피르 너 그 꼴은 대체 뭐냐?”
루헤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지만.
“푸…… 푸흡.”
곧이어 자신의 손에도 변신펜이 생겨나자 표정이 굳어졌어요.
세 남자는 직감했어요.
자신들도 곧 얀피르와 같은 꼴이 되리라는 걸.
그들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소용없었어요.
어느새 몸이 제멋대로 주문을 외치고 있었으니까요.
“세신 파워- 메이크- 업!”
거대한 프리트의 몸은 황금빛으로 뒤덮였어요.
그가 사자처럼 포효하며 변신했어요.
곧이어 그의 허리 위에 초록빛 세라 스커트가 피어났어요.
아름다운 전사복은 그의 근육 위에서 터지기 직전이었답니다.
그는 때일러 프리트로 다시 태어났어요.
그가 사우나스를 향해 외쳤어요.
“이런 제기랄! 신이고 뭐고 죽여버리겠어!”
곧이어 휘온의 몸이 찬란한 은빛으로 빛나며 우아하게 떠올랐어요.
물결이 찰랑거리며, 그의 새하얀 피부 위에 푸른 스커트가 펼쳐졌어요.
마침내 휘온이 예쁜 눈을 깜빡이며 깜찍한 포즈로 지상에 내려섰어요.
“으아아악!”
그 역시 때일러 휘온이 되었답니다.
루헤는 말없이 손가락을 튕겼어요.
마법으로 도망치기 위해서였죠.
“……?!”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답니다.
결국 그의 몸 역시 허공으로 떠올랐어요.
“#$%*@!”
그가 처음으로 욕을 지껄였어요.
곧 루헤도 미소년 전사로 변신하기 시작했어요.
그의 허벅지 위로 새빨간 스커트가 풍성하게 나풀거렸어요.
새빨간 하이힐을 신은 그가 당당하게 내려섰어요.
마지막 때일러 전사의 탄생이었답니다.
물론 그들 역시 두툼한 속바지를 입고 있으니 마음을 푹 놓으셔도 괜찮아요.
아무튼 네 남자는 잠시 동안 서로의 모습을 보며 할 말을 잃었어요.
“…….”
그 어느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모든 때일러 전사가 한자리에 모였어요.
프리트는 허리춤에 꽂힌 검을 빼 들었어요.
물론 때괴물이 아닌 사우나스를 베어버리기 위함이었죠.
“내가 오늘 저 사우나스 놈 베어버리고 지옥 간다!”
검에서는 왠지 모를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답니다.
지잉-
하지만 무언가를 벨 수는 없어 보였어요.
그건 검이 아니라 빛의 몽둥이였으니까요.
프리트는 크게 실망했어요.
“제기랄! 이게 뭐야!”
얀피르가 다급히 소리쳤어요.
“폐하야, 저 때괴물을 죽여서는 안 돼-!”
“어째서지?”
“저 안에 인간이 잠들어있어!”
“뭐?”
잠시 고민하던 프리트가 말했어요.
“그럼 때려눕히는 건 된다는 소리지?”
“야, 폐하 이 미친놈아. 당연히 그것도 안 돼……!”
하지만 이미 프리트는 빛의 몽둥이로 때괴물을 흠씬 혼내주기 시작했어요.
퍽퍽- 퍽-
“그어어어!”
하지만 집채만 한 때괴물을 쓰러트리기란 쉽지 않았죠.
분노한 때괴물은 더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휘온이 나섰어요.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폐하.”
휘온이 때괴물을 향해 손을 내뻗었어요.
어째서인지 그의 머릿속에서 주문 하나가 떠올랐거든요.
그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어요.
“……석탄보다 어두운 자여. 내 몸에 있는 때보다 더 더러운 자여!”
그러자 모두가 휘온을 돌아봤어요.
‘아니, 저 주문은?!’
곧이어 휘온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