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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세신사 영애님-147화 (147/150)

외전 특별편 3화.

세신 박사 산수이의 집.

“계십니까?”

휘온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대문을 두드렸어요.

이윽고 문이 열리며 산수이 박사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누구……?”

휘온이 재빨리 예를 갖춰 인사를 올렸어요.

“안녕하십니까, 박사님. 저는 에데카나 상단주, 휘온…….”

사실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치 않았어요.

휘온의 명성은 제국을 넘어 대륙까지도 퍼져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산수이는 심드렁하게 물을 뿐이었어요.

“예약하셨나요?”

“아,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그러자 산수이가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어요.

“안녕히 가세요.”

“잠깐, 잠깐만요!”

하지만 산수이는 더 듣지도 않고 문을 닫으려고 했어요.

그러자 휘온이 다급히 외쳤어요.

“기, 기존 때밀이 값의 열 배를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산수이가 멈칫했어요.

그녀가 천천히 휘온을 돌아보며 말했어요.

“스무 배.”

휘온이 고개를 저었어요.

“열세 배.”

산수이 역시 지지 않았어요.

“열여덟 배.”

그렇게 두 사람은 열일곱 배에서 타협을 볼 수 있었어요.

휘온은 이를 갈았어요.

‘제길……! 장사꾼이라더니 정말 엄청나군!’

아까의 노관심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진 산수이가 말했어요.

“그래서, 제게 의뢰하실 일은 무엇이죠?”

자본주의가 장착된 그녀의 얼굴이 찬란하게 빛났어요.

휘온이 말했어요.

“마계의 옥에 갇힌 제 용병 두 명을 구출해 주십시오.”

“흐음.”

잠시 망설이던 산수이가 입을 열었어요.

“위험수당까지 쳐서, 역시 스무 배로 하죠.”

***

그렇게 산수이 박사는 마계로 길을 떠났어요.

사실 그녀 역시 마계의 프린세스 이야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어요.

‘영원히 잠드는 저주’라는 말을 듣자마자, 산수이는 알 수 있었어요.

‘내 때밀이 기술이면 단숨에 깨울 수 있겠는데?’

그녀의 때밀이로는 못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산수이가 여태껏 꿈쩍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그건 바로, 저주에 걸린 게 왕자가 아닌 공주라서였어요.

‘공주님 저주를 풀어줘서 어디에다 갖다 써?’

그녀는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랐어요.

‘어차피 마계로 가는 김에, 공주님 저주도 풀어서 상금이나 뜯어내 볼까.’

게다가 용병들을 구해내면 에데카나 상단주까지 벗겨 먹을 수 있으니, 남는 장사 아니겠어요?

아무튼 마계에 도착한 산수이 박사.

그녀는 우선 마왕의 안내를 받아 장미 침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산수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에 이태리타월을 감았어요.

‘빨리 밀어주고 지하 감옥으로 내려가자.’

그렇게 루헤를 향해 몸을 기울였을 때였어요.

“……!”

산수이는 깨닫고 말았어요.

루헤가, 마계의 프린세스가 아닌 프린스라는 걸.

프린스 차밍이라는 걸!

‘이런 미친! 개잘생겼잖아!’

그녀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루헤 왕자는, 초상화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잘생겼었던 거예요.

‘미친! 모공도 하나 없어!’

산수이 박사는 침을 꿀꺽 삼켰어요.

그녀는 서둘러 루헤의 때를 밀어주기 시작했어요.

스윽-

그의 살갗에 때수건이 닿자, 여태껏 죽은 듯 잠자던 그가 움찔했어요.

산수이 박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어요.

‘역시, 먹히네.’

그녀는 더욱더 신명 나게 때를 밀기 시작했어요.

벅벅벅-

이어지는 때밀이에 결국 루헤는 긴긴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답니다.

“흐아암…….”

드디어 마녀의 저주가 풀린 것이었어요.

마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산수이에게 소원을 말하라 했답니다.

물론 산수이의 소원은 돈이었어요.

루헤가 아무리 잘생겼다 한들, 스스로 물레에 찔리는 놈하고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녀가 상큼하게 덧붙였어요.

“아 참, 그리고 기왕 소원 들어주시는 김에 감옥에 갇힌 두 용병도 풀어주세요.”

하지만 마왕은 고개를 저었어요.

“소원은 하나뿐이다.”

“왕자님 다시 재워드려요?”

그렇게 산수이는 지하 감옥에 갇힌 두 용병까지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두 명의 미남자를 보자, 산수이의 가슴이 또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어요.

‘여긴 뭐 미남 밭이냐고!’

특히나 흑발의 사내는 완벽한 그녀의 취향이었어요.

게다가 그는 수갑에 묶인 채로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정말이지, 없던 취향도 생길 노릇이었답니다.

산수이의 숨이 가빠졌어요.

그 소리에 얀피르 용병이 힘겹게 눈을 떴어요.

“으음……?”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산수이 박사와 눈이 마주쳤답니다.

“……!”

얀피르의 눈에 비친 산수이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페이크 공주였던 루헤보다 훨씬 더요.

그렇게 둘은 첫눈에 반해버렸답니다.

그래서 산수이는 결심했어요.

“휘온 상단주님.”

그녀가 휘온을 찾아가 말했어요.

“의뢰비는 때밀이 기본값만큼만 받겠습니다. 대신 다른 조건이 있습니다.”

지독한 장사꾼인 산수이 박사의 입에서 예상외의 제안이 나오자 휘온은 깜짝 놀랐어요.

“어떤 조건입니까?”

“용병 중 한 명을, 저에게 주세요.”

“예에?!”

옆에선 얀피르가 얼굴을 붉히고 있었어요.

그렇게 얀피르 용병은 세신 박사 산수이의 영원한 노예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잠자는 숲속의 루헤~ 끝

***

명작 극장 (3)

~세신 공주와 네 남자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카데베르 제국에는 때밀이를 잘하는 공주님이 살고 있었어요.

바로 산수이 백설 비덴비덴이었죠.

어찌나 때를 잘 미는지, 만백성이 그녀를 사랑했어요.

그녀의 계모인 제국의 황후는 항상 산수이를 질투했어요.

그녀가 마법의 거울에 대고 물었어요.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때를 잘 미니?”

“그것은 바로 산수이 공주님이십니다.”

“이 멍청한 거울!”

황후는 분노했어요.

산수이만 사라진다면, 제가 제국 최고의 세신사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된다면 황제의 마음을 더욱더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었어요.

그래서 황후는 사냥꾼에게 명했어요.

“산수이 공주를 숲으로 데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이거라.”

“예, 황후마마.”

그렇게 산수이 공주는 사냥꾼을 따라 숲으로 향했답니다.

숲 안에서 온천이 발견되었다는 거짓말을 믿었기 때문이었어요.

산수이 공주가 신나서 외쳤어요.

“얼마나 더 가면 되나요? 아 너무 설레요!”

그 순수한 모습에, 사냥꾼은 깊은 죄책감을 느꼈어요.

그가 공주 앞에 무릎 꿇으며 울먹였어요.

“공주님, 죄송합니다! 사실 황후 마마께 공주님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

“하지만 저는 도저히 그 명령을 따를 수가 없습니다. 공주님의 심장 대신 토끼의 심장을 가져갈 테니, 다시는 제국으로 돌아오지 마십시오.”

그렇게 산수이 공주는 홀로 숲속에 남겨졌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어요.

‘내 때밀이 기술로 밥이라도 벌어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그때, 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어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웬 오두막이 있었답니다.

산수이 공주님은 노크를 해보았어요.

“계세요?”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어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어요.

산수이 공주는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어요.

그 안에는 커다란 침대 네 개와 의자 네 개, 그리고 책상 네 개가 있었어요.

‘네 명이 사는 집인가?’

이윽고 해가 저물었어요.

이 시간에 오두막을 나서 숲을 헤맨다면,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어요.

그래서 산수이 공주는 오두막에 머물기로 했답니다.

‘집주인들이 날 쫓아내면 어쩌지?’

산수이 공주는 주인이 돌아오기 전까지 집 청소라도 해놓기로 마음먹었어요.

하지만 평생을 공주로 자라온 그녀는 집안일에 젬병이었답니다.

“…….”

그녀가 손을 대자, 안 그래도 개꼴이었던 집은 더더욱 처참해졌어요.

“차, 차라리 때를 밀어드리겠다고 해보자.”

산수이 공주는 그냥 얌전히 앉아있기로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며 집주인들이 들어섰어요.

누군가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오늘도 수확량이 많았군, 만족스러워.”

뒤이어 누군가 진지하게 말했어요.

“이번 달도 문제없겠어요.”

하품하는 소리도 들렸어요.

“흐아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짐승이 그르렁대는 소리가 났어요.

“킁…… 이게 무슨 냄새지? 다들 조심해. 집 안에 누군가 침입했어.”

산수이는 깜짝 놀랐어요.

그녀는 서둘러 나서서 해명하려 했어요.

하지만 그 짐승 같은 사내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는 게 더 빨랐어요.

그가 산수이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어요.

“넌 뭐야? 도둑이야?”

그녀가 개판 쳐놓은 집안 꼴을 보면 그렇게 오해하는 것도 당연했어요.

산수이가 다급히 말했어요.

“아니에요! 저는 이 제국의 공주, 산수이 백설 비덴비덴. 황후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쫓기고 있어요.”

그러자 은발의 사내가 놀라 말했어요.

“제국의 공주님이라고요? 그렇다면 때밀이의 천재……!”

산수이가 끄덕였어요.

“네, 맞아요. 제가 바로 작년 카데베르 때밀이 대회에서 우승한, 그 공주예요!”

그러자 금발의 사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어요.

“그렇다면 때밀이 실력을 증명해 봐. 그게 아니라면 네 말을 믿을 수 없어.”

“물론이죠.”

그렇게 산수이 공주는 네 남자의 때를 밀어주기 시작했어요.

“하, 하악……!”

긴말이 필요 없었어요.

그 때밀이 맛을 본 네 남자는 그녀가 정말 산수이 공주마마라는 것을 확신했어요.

그들이 산수이 앞에 무릎 꿇으며 말했어요.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공주마마!”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산수이가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어요.

“여러분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러자 휘온이라 불리는 사내가 말했어요.

“저희는 이태리타월의 원료인 우테 벌레를 치고 있습니다.”

산수이는 깜짝 놀랐어요.

자신이 애정해 마지않는, 카데베르산 이태리타월 원료가 이곳에서 나던 것이었다니!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운명적인 만남이었어요.

산수이가 말했어요.

“저도 여러분의 일을 도울게요! 부디 여기서 머물게 해 주세요.”

네 남자는 산수이가 어지럽혀놓은 집안 꼴을 바라봤어요.

“…….”

그들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어요.

프리트라 불리는 자가 말했어요.

“됐습니다, 공주님.”

휘온이라 불리는 자 역시 재빨리 거들었어요.

“저, 저희가 어찌 공주마마께 일을 시키겠습니까.”

산수이가 말했어요.

“하지만 저도 여러분께 도움이 되고 싶은걸요!”

얀피르라 불리는 자 역시 고개를 저었어요.

“그냥 편하게 머물러, 공주.”

루헤라는 자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어요.

산수이가 멋쩍은 듯 말했어요.

“그럼…… 대신 매일 여러분의 때를 밀어드릴게요.”

그러자 네 남자의 눈이 반짝 빛났어요.

“그게 좋겠어!”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공주님!”

“앞으로 잘 부탁해 공주.”

“……좋아요, 하암.”

그렇게 산수이 공주는 네 남자와 함께 오두막에서 살게 되었어요.

네 남자는 산수이 공주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열과 성의를 다했답니다.

얀피르가 말했어요.

“공주! 새 침대 만들기 귀찮은데 그냥 나랑 같이 자…… 아야야.”

그는 등짝을 호되게 맞고 서둘러 침대를 만들었답니다.

그렇게 평온한 나날이 계속됐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걱정 끝 행복 시작이라고 여겨졌어요.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이제 슬슬 빌런이 등장할 때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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