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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세신사 영애님-146화 (146/150)

외전 특별편 2화.

황태자랑 결혼이라니.

하지만 그녀는 포상금 이외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산수이는 단호하게 거절했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황태자 저하와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멋진 신랑감을 거부하겠다는 거야, 엉?”

자신에게 다가오는 프리트를 보고, 놀란 산수이가 손을 뻗었어요.

“저, 저하!”

스윽-

순간 산수이의 손에 끼워져 있던 때수건 장갑이 프리트의 손을 밀어버렸답니다.

“크, 크윽……!”

극상의 시원함을 맛본 프리트 황태자는 그만 그 자리에서 잠이 들고 말았어요.

그것도, 산수이의 손을 꽉 잡은 채로요.

“화, 황태자 저하?!”

산수이는 당황해서 그를 일으키려 했지만.

뎅-

12시를 알리는 첫 번째 종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산수이는 당황했어요.

서둘러 손을 빼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그때, 테라스 위로 얀피르가 날아왔답니다.

“주인, 뭐 하고 있어? 이러다 마법이 풀리겠어. 얼른 내 등에 올라타!”

“하, 하지만 드래곤 님, 제 손이 빠지질 않아요! 저 좀 도와주세요!”

얀피르는 뒤에서 산수이를 열심히 잡아당겼어요.

쑤욱-

가까스로 손은 풀려났지만, 그녀의 장갑은 여전히 프리트의 손에 남아있는 채였어요.

하지만 그걸 주워들 시간은 없었어요.

어느새 열두 시를 알리는 마지막 종이 울리고 있었거든요.

뎅-

산수이는 서둘러 드래곤을 타고 집으로 날아갔어요.

점점 마법이 풀리며, 그녀의 드레스가 다시 누더기로 변해갔어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남은 때수건 장갑 한 짝만은 그대로였답니다.

그렇게 둘은 마침내 비덴비덴 남작저로 돌아왔어요.

산수이가 드래곤에게 꾸벅 인사하며 말했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드래곤 님. 조심해서 가세요.”

“내가 가긴 어딜 가?”

“예?”

갑자기 새하얀 빛과 함께, 드래곤 님이 미청년으로 변해 내려섰어요.

“……!?”

그건 정말이지,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요망한 매력의 미남이었답니다.

그가 산수이에게 다가와 이렇게 속삭였어요.

“나랑 같이 살자, 주인.”

“네에에?!”

물론 그 미청년은 매우 산수이의 취향이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현실적인 여성이었답니다.

산수이가 물었어요.

“저랑 같이 살 집은 있으신가요, 드래곤 님?”

“응? 이 집 뺏으면 되잖아. 너희 계모 못돼 처먹은 거 같던데. 내가 바로 없애버릴…….”

“사,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돼요, 드래곤 님!”

“쳇.”

얀피르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어요.

“그럼 옆에만 있게 해 줘.”

“예? 사우나스 요정님께 돌아가지 않으셔도 괜찮은 거예요?”

“응, 나 수당 받고 오늘 하루만 일했던 거라 괜찮아.”

“?!”

그렇게 졸지에 산수이는 드래곤 님과 함께하게 됐어요.

***

다음 날.

제국 전역에 금색 때수건 장갑의 주인을 찾는다는 공고가 붙었어요.

물론 대외적으로는 프리트 황태자를 잠들게 한 사람을 찾아 포상을 내리겠다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프리트는 그녀를 찾아 결혼할 생각이었죠.

프리트가 중얼거렸어요.

“하아, 그녀를 어디 가서 찾지.”

그는 때수건 장갑을 소중히 품에 끌어안고 제국 전역을 누볐어요.

하지만 그 장갑이 손에 꼭 맞는 여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한편, 집에 돌아온 휘온과 루헤는 산수이의 방 안에서 금색 때수건 장갑 한 짝을 찾아냈어요.

‘그, 그 영애의 정체가 바로 내 동생이었다니!’

‘절대로 이 사실을 황태자가 알게 해선 안 돼요!’

그들은 사실 알고 있었어요.

포상금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란 걸.

실은 프리트가 황태자비를 찾고 있다는 것을요.

산수이가 황궁으로 가 버린다면, 다시는 그녀에게 때를 밀 수 없게 될 것이었어요.

‘그것만은 절대 안 돼!’

그들은 때수건 장갑을 또다시 찢어버리려 했지만, 마법이 걸린 장갑은 쉬이 찢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은 결심했어요.

자신들이 직접 여장을 하고 프리트를 기다리기로요.

휘온이 말했어요.

“루헤 형? 머리카락이 가장 긴 사람이 여장하는 거로 합시다.”

루헤가 얼굴을 찌푸렸어요.

“형을 공경할 줄 모르네요? 당연히 동생이 해야죠.”

그렇게 둘이 다투던 찰나, 어느새 황태자가 방문할 시간이 다가왔어요.

“하아.”

“…….”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한 두 사람은 나란히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어야 했답니다.

어차피 장갑은 자신들의 손에 맞지 않을 테니, 프리트를 빨리 되돌려 보내는 게 목적이었어요.

프리트가 산수이와 마주치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이윽고 문이 열리며 프리트가 들어왔어요.

“비덴비덴 남작 영애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러자 휘온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어요.

“제가 비덴비덴 남작 영애입니다, 황태자 님.”

그런데 루헤는 아무 말이 없었어요.

휘온이 배신감을 느끼며 루헤를 돌아봤어요.

‘아니 근데 이 자식이……?’

루헤는 슬쩍 시선을 피했답니다.

프리트는 휘온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어요.

‘으음? 그 영애가 이렇게 생겼던가? 낮에 보니 얼굴이 왜 이렇게 다르지?’

아무튼 프리트는 휘온의 손에 장갑을 끼워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

장갑은 휘온의 손에 놀랍도록 꼭 맞았어요.

놀란 휘온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이, 이이이게 이럴 리가 없는데?”

그러자 루헤가 재빨리 나머지 장갑 한 짝을 꺼냈어요.

그 장갑을 본 프리트는 깜짝 놀랐어요.

“아니 이것은?!”

루헤가 휘온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제 동생 방에서 찾아낸 거예요.”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어요.

어젯밤 그 영애의 정체가 바로 휘온이라는 것이었죠.

프리트는 크게 기뻐하며 휘온을 번쩍 안아 들었어요.

휘온이 질색하며 소리쳤어요.

“아니! 저기, 잠깐만요 황태자 저하!”

“나와 함께 가자, 영애.”

“아니 잠깐-!!”

휘온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끌려갔어요.

그가 자신의 형을 노려보았지만.

‘루헤 형-!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루헤는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 뿐이었어요.

‘휘온, 날 위한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을게요.’

그렇게 루헤는 산수이의 때밀이를 독차지할 생각에 부풀어있었어요.

하지만.

며칠 후, 새로운 칙령이 내려왔어요.

***

[황태자의 불면증을 치료한 휘온과 루헤 비덴비덴은 종신토록 프리트의 보좌관이 되어 충성을 다하라.]

그 칙령을 읽은 루헤는 경악했어요.

“전 왜죠?!”

그것은 황태자의 은인이 된 휘온이 소원을 빌었기 때문이었어요.

형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요.

‘혼자만 죽을 수 없다……!’

게다가, 휘온이 받은 막대한 포상금은 새어머니의 손에 들어갔고.

그녀는 그 돈으로 제국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이 허름한 집은 너 하렴, 산수이.”

그렇게 룰루랄라 길을 떠나던 새어머니는 그만 발을 헛디뎌 죽었어요.

역시 악인은 빨리 죽여야 제맛…… 아니, 아니에요.

아무튼 그렇게 산수이는 졸지에 비덴비덴 남작저의 주인이 되었답니다.

산수이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때 얀피르가 다가와 말했어요.

“뭘 어떻게 되긴. 내가 마법으로 한 거지.”

“드래곤 님이요?”

“응. 그 장갑 사이즈 하나 조절했을 뿐인데, 이렇게 일사천리가 될 줄은 몰랐네?”

“네에?! 아니 대체 왜 그러셨어요?”

“왜겠어.”

얀피르가 산수이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웃었어요.

“주인 넌 집 해오는 남자가 좋다며.”

“네에에?!”

“이제 집도 있으니, 나랑 살자 주인.”

그렇게,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때투성이 아가씨~ 끝

***

명작 극장 (2)

~잠자는 숲속의 루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마왕성에 너무너무 예쁜 왕자님이 태어났어요.

루헤 슈바츠발트.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기였어요.

장밋빛으로 물든 뺨에, 사슴 같은 눈망울.

그가 한번 웃으면 마족들은 모조리 매혹되어 버리곤 했어요.

이렇게 예쁜 아기를 둔 마왕 내외는 너무나 행복했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루헤의 미모를 질투한 마녀가 그들에게 무시무시한 선물을 보냈거든요.

“이 아이는 16세가 되는 날 물레에 찔려 영원히 잠들게 될 것이다!”

“!!”

그 말을 들은 마왕은 세상 모든 물레를 불에 태우라 명령했어요.

하지만 소용없었답니다.

16세가 된 루헤는 자신이 스스로 물레를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이유는 하나였어요.

‘여기에 찔려서 잠이 들면 아무도 저를 깨우지 못하겠죠…… 하암.’

잠을 자기 위해서였답니다.

그렇게 제 아들이 영원한 잠에 빠져버리자, 마왕은 비탄에 빠졌어요.

잠든 루헤의 주위를 영원히 시들지 않는 붉은 장미로 장식해 주었어요.

그리고 온 대륙에 선포했어요.

“마녀의 저주를 풀어주는 자에게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

그렇게 대륙 전역에 루헤의 초상화가 뿌려졌어요.

장미에 뒤덮인 채 잠들어있는 그의 모습은 한 폭의 명화와 같았어요.

그의 청순가련함에 세상 모든 사내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저, 정말 아름답다!”

그 초상화를 본 자들의 소원은 오직 한 가지였어요.

루헤의 저주를 풀어준 대가로,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었어요.

……루헤는 너무 아름다웠던 나머지 마계의 프린세스라고 소문이 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마녀의 저주는 풀 수가 없었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대륙 최대 규모의 에데카나 상단에도 루헤 공주, 아니 왕자의 소문이 들어갔어요.

돈 냄새를 맡은 상단주 휘온이 눈을 번뜩였어요.

‘이건 절호의 기회다!’

그는 곧바로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용병 두 명을 고용했어요.

마법을 사용하는 얀피르와, 떠돌이 검사 프리트였어요.

휘온이 그들에게 말했어요.

“마계로 가서 루헤 공주의 저주를 풀어주십시오. 저와 약조한 금액만 넘겨주신다면, 여러분이 부마가 되셔도 상관없습니다.”

용병 얀피르가 말했어요.

“부마는 됐고, 돈이나 벌어올게.”

프리트 역시 흔쾌히 수락했어요.

“마찬가지다.”

그렇게 얀피르와 프리트는 길을 떠났어요.

갖은 고생 끝에 마침내 그들은 마계에 도착했어요.

마왕은 두 명의 용병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답니다.

“오오, 마법사 얀피르와 광검사 프리트가 아닌가! 부디 우리 루헤의 저주를 풀어주게.”

그들은 마왕의 안내에 따라 루헤가 잠들어있는 붉은 장미 침실에 도착했어요.

“나부터 시작하지.”

얀피르가 먼저 방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뭐, 뭐야 이 자식? 사내놈이잖아?!”

얀피르는 그가 공주가 아닌 왕자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렸어요.

너무 놀란 그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어요.

그러자 깜짝 놀란 마왕이 소리쳤어요.

“내 아들에게 불을 내뿜은 저놈을 옥에 가둬라!”

그렇게 얀피르는 마계의 지하 감옥에 갇히고 말았어요.

프리트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루헤의 얼굴을 보자마자 프리트는 저도 모르게 그의 뺨을 갈겨버렸답니다.

“으아악! 공주라며!”

“저자를 옥에 처넣어라!”

그렇게 프리트 역시 캄캄한 지하 감옥에 수용되었어요.

한편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휘온은 크게 절망했어요.

두 용병을 고용하며 쓴 돈이 엄청났기 때문이었죠.

그들을 곁에 두고 더 굴려 먹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이대로는 손해가 막심하다. 하는 수 없다. 그 방법밖에는……!’

결국 휘온은 ‘그분’을 찾아가고 말았어요.

신의 손을 가졌다 불리는 자.

그 손맛을 한 번이라도 맛보면,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고 불리는 자!

하지만 시간당 고용비가 전 대륙을 통틀어 가장 비싼 자.

바로, 세신 박사 산수이 비덴비덴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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