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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세신사 영애님-136화 (136/150)

외전 7화.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까 봐 불안하냐고?

산수이를 마사지하던 얀피르의 손이 멈췄다.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봐? 왜, 배추 먹고 싶어서 다시 한국 가게?”

“엥?”

갑자기 여기서 배추가 왜 나와?!

얀피르가 섭섭한 표정으로 외쳤다.

“내가 필요한 거 없냐고 물었을 땐, 죽어도 말 안 해 줬으면서!”

씩씩거리는 얀피르를 보자, 산수이는 이제야 이해가 갔다.

‘설마, 내가 루헤랑 배추 얘기해서? 그래서 질투하는 거야?!’

정답이었다.

얀피르가 그간의 섭섭함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왜 진작 나한테 말 안 했어? 그럼 사우나스를 다시 협박해서라도 배추를 가져다줬을 텐데!”

“얀피르, 일단 진정해 봐.”

“내가 너한텐 그렇게 못 미더운 남편이었어?”

“뭐어?!”

그렇게 말하는 얀피르의 표정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런 게 아닌데.

하지만 뭐라고 말해도 얀피르의 마음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산수이는 대답 대신 제 옷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가 이태리타월 조각을 꺼내 얀피르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뜬금없는 물건의 등장에 얀피르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웬 때수건이야?”

“얀피르. 아무래도 내 때밀이 능력이 너에게 옮겨간 것 같아.”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 둘의 능력이 뒤바뀐 게 아닐까?”

능력이 뒤바뀌었다고?

그래서 산수이가 드래곤이 된 건가?

그렇다면 자신에게 넘어온 능력은 분명.

산수이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때수건으로 내 몸을 밀면, 내 진짜 속마음을 들을 수 있어.”

하지만 얀피르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 뭔 심문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밀어야 해.”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너, 내가 평소에 아무리 말해줘도 안 믿잖아.”

“뭘.”

“딱히 필요한 거 없다고 해도 안 믿고 계속 물어봤잖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그녀가 얀피르의 손을 붙잡아 제 몸에 갖다 댔다.

얀피르가 재빨리 손을 뺐지만, 이미 산수이의 팔이 때수건에 밀린 후였다.

슥—

그러자 산수이가 솔직한 마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얀피르 너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단 말이야!”

산수이가 얀피르의 목에 매달렸다.

“정말이야, 얀피르. 사우나스 님이 다시 기회를 준다 해도, 나는 안 돌아가.”

하지만 얀피르의 눈은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그러자 산수이가 또다시 얀피르의 손에 들린 때수건으로 제 몸을 밀었다.

“그, 그만해 주인!”

“필요한 것도 딱히 없어. 사실 처음엔 스마트폰 못 써서 힘들었는데, 적응되니까 없어도 살겠더라. 그리고 네가 걱정하는 그 배추라는 건.”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배추 얘기가 나왔을 때 좀 신났던 건 맞아. 사실 그걸로 김치라는 걸 담글 생각이었거든.”

산수이는 잠시간 김치에 관해 설명했다.

얀피르가 섭섭한 듯 물었다.

“김치가 그렇게 먹고 싶었으면, 진작 말을 하지. 내가 너 먹고 싶은 거 하나 못 만들어 줄까 봐?”

“아니, 그게 아니야 얀피르.”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나, 사실…….”

산수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사실 뭐. 빨리 말해 봐.”

“……편식해.”

“어?”

“나 김치 매워서 잘 못 먹는다고.”

“뭐?! 아니 그럼 배추는 왜 찾았어?”

산수이가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어차피 배추가 있다는데 김치 장사나 해 볼까 했지.”

“뭐어?”

결국 또 사업이었어?!

허탈한 표정의 얀피르에게 산수이가 입을 쪽 맞췄다.

하지만 얀피르의 표정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나한텐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

“미안해, 오랜만에 돈 벌 생각에 눈이 뒤집혀서 그만. 앞으로는 제일 먼저 말할게, 응?”

“하아…….”

“그래도 반려가 된 이후론 너한테 거짓말한 거 하나도 없었어.”

“주인 네가 날 속였다고 생각한 게 아니야.”

“그럼?”

“원래 살던 세상이 어떻게 한 번도 생각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 나도 드래곤 제국이 얼마나 그리운데.”

그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네가 살던 세상에 잠깐이라도 가본 건, 나 하나잖아?”

“그렇지.”

“그런데 원래 세상 얘길 나한테도 털어놓지 않는다면, 주인 네가 얼마나 답답하고 외롭겠어?”

그가 산수이의 손을 들어 올려 입을 맞췄다.

“생각날 때마다 나한테 투덜대도 돼. 나는 그런 것까지 다 듣고 싶어.”

“얀피르…….”

산수이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얀피르, 이태리타월로 나 한 번만 더 밀어줘.”

“뭘 굳이 또 때를 밀어. 앞으론 네가 알아서 다 말해주겠지.”

“아 얼른.”

결국 얀피르는 때수건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밀었다.

그러자 산수이가 입을 열었다.

“사랑해, 얀피르.”

“…….”

그가 대답 대신 그녀의 몸을 한 번 더 밀었다.

“사랑해.”

그러자 그가 또다시…….

“아 대체 몇 번을 밀 생각인 건데!”

“아무리 들어도 좋은 걸 어떡해.”

그렇게 둘은 다시 긴 입맞춤을 나누었다.

***

산수이와 얀피르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실종된 세 남자를.

“크흠…… 이제 비도 그쳤고 해도 떴으니 슬슬 나가볼까, 주인?”

“그, 그럴까?”

그렇게 둘은 드디어 동굴에서 빠져나왔다.

어제의 폭우 때문에 가뜩이나 얼마 없던 그들의 흔적이 더 많이 사라진 후였다.

산수이가 말했다.

“엇갈렸을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온천으로 다시 가보자.”

“좋아.”

그때 갑자기 새하얀 빛과 함께 누군가가 나타났다.

“!”

새하얀 옷을 입은 수상한 남녀였다.

새빨간 머리카락의 작은 여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응? 드래곤은 모두 사라졌던 거 아니었나? 게다가 인간이라니, 대체 얘들은 또 무슨 조합이래?”

그러자 삐쭉삐쭉한 녹색 머리를 가진 남성이 말했다.

“그래도 인간 둘에 마족 한 마리 조합보단 덜 신기하잖아.”

그 말에 산수이와 얀피르가 놀라 소리쳤다.

“다, 당신들 설마?”

“네놈들 짓이었어?!”

빨간 머리 여인이 말했다.

“어머, 너희들 아까 걔들이랑 일행인가 보구나?”

녹색 머리 남자 역시 입을 열었다.

“얘들도 데려가자.”

“!”

얀피르가 산수이의 앞을 막아섰다.

“손끝 하나라도 건드렸단 봐.”

그러자 빨간 머리 여자가 말했다.

“그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

그녀가 상큼하게 웃자, 얀피르와 산수이 앞으로 새하얀 바람이 불었다.

“이렇게 데려갈 거니깐!”

***

그렇게 정체불명의 두 명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온 산수이와 얀피르.

그곳은 바로.

아까의 그 온천이었다.

“?!”

게다가.

“야, 얀피르?!”

온천 안에는 그들이 찾던 세 남자.

프리트, 휘온, 그리고 루헤가 있었다.

“휘온?!”

얀피르와 산수이는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프리트가 온천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되레 루헤는 두 눈 뻘겋게 뜬 채 자신들을 또랑또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더군다나 휘온에게선 어쩐지 전에 없던 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얀피르가 물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휘온이 말했다.

“원래 만나기로 한 곳에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 녀석들이 우릴 납치했다.”

“쟤들은 대체 누군데?”

“그건 우리도 아직 모른다. 그런데 너희까지 잡혀 올 줄이야.”

“잡혀 온 거 치곤 네놈들 너무 한가하게 목욕하고 있는 거 아냐?”

“한가하다니, 이 온천수에는 지금 마법이 걸려있다고!”

“뭐……?”

얀피르와 산수이가 놀란 표정으로 루헤를 바라보았다.

루헤가 소용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 구속 마법은 저도 못 풀어요.”

아니 도대체 저 수상한 자들이 누구길래, 대마왕보다 강하단 말인가?

그때, 빨간 머리 여자가 다가왔다.

“자, 이제 회포는 다 풀었지?”

“뭐?!”

그녀가 손뼉을 치자, 새하얀 바람이 불어왔다.

곧이어 산수이와 얀피르 역시 온천수 안에 갇혀버렸다.

“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온천수는 마치 족쇄처럼 그들을 꽁꽁 묶었다.

이렇게 시끄러운 와중에도, 프리트는 열심히 상모를 돌리며 자고 있었다.

얀피르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프리트 저놈은 왜 저렇게 잠만 자는 거지?’

그가 휘온에게 물었다.

“폐하는 또 왜 저래? 설마 저놈들 짓이냐?”

그러자 초록 머리 남자가 말했다.

“저자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렇게 자고 있었다.”

“뭐?”

프리트가 처음부터 계속 자고 있었다고?

얀피르가 루헤에게 물었다.

“자는 건 마족 네놈 특기 아니었어?”

“…….”

그 반응을 보자 얀피르의 머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설마, 네놈들도 능력이 뒤바뀐 거냐?”

“!”

그 말에 휘온이 놀라 외쳤다.

“산수이 남작, 결국 드래곤이 되신 겁니까?!”

루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산수이 역시 놀라 물었다.

“아니 그럼, 폐하가 저렇게 주무시는 게 루헤랑 능력이 바뀌어서 그렇다는 건가요? 근데 둘은 왜 이렇게 멀쩡해요?”

그러자 휘온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얀피르가 눈을 흘겼다.

“뭐야, 휘온 너 수상한데.”

그가 뭐라 따져 물으려던 찰나.

빨간 머리 여자가 다가왔다.

“이제 곧 그분이 도착하실 테니, 조용히 하고 있어. 너희들의 처분은 그분께서 결정하실 테니까.”

“그분은 또 누구야!”

“그분의 존함은…….”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부터 새하얀 빛줄기가 내려왔다.

사아아—

그러자 빨간 머리 여자가 하늘을 향해 반가운 듯 소리쳤다.

“오, 드디어 오셨다! 여기입니다!”

곧이어 하늘로부터 신명 나는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딴따라란~ 따라라라라란~

그 음악 소리를 들은 다섯 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설마 이 음악은.

이어서 그들의 예상대로 아름다운 꽃가루가 공중에 휘날렸다.

휘리릭~ 휙휙~

마침내 면사포를 쓴 여인이 빛줄기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그녀가 다섯 명을 보며 말했다.

“어머? 나의 사도님? 드래곤님? 게다가 인간의 황제님에, 공작님에, 마왕님까지 계시네?”

그 여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우웅, 근데 다들 왜 온천수 안에 투옥되어 계신 걸까아?”

그녀는, 사우나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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