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9화 (49/49)

49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재영공업과 협력사의 계약서는 작성이 끝났다. 양측에게서 불만이 나올 수 없는 조건이었었다.

김태호는 그들을 오래 붙잡지 않았다. 피곤한 이들이 있었기에 식사만 대접했다.

남은 이야기는 다음 날로 미루었다.

피로와 긴장이 풀린 후, 협력사의 표정은 대체적으로 밝았다.

“이번에 들어갈 가정용 발전기의 자료입니다.”

김태호는 본사를 통해 만든 자료를 나눠줬다. 이제부터 진정한 의미로의 시작이었다.

제품은 두 가지.

1kW와 3kW로 한국주택공사의 것이 기본이었다. 물론 그대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마나를 강조하기 위해 수정한 부분도 있었다.

실제 데이터가 있기에 개발과정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먼저 각 파트별로 도면을 확인해보시죠.”

김태호의 안내에 따라 협력사 사장들이 자신들이 가공할 도면을 살폈다.

“잠깐만요. 이대로 하신다고요?”

“어? 이건 좀······.”

협력사 사장들은 의문을 보였다.

도면에 문제가 있었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어 사장되었거나 효율적인 문제로 외면한 방식들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걸 채택하신 겁니까.”

“이렇게 가면 제품이 이상하게 나옵니다.”

“지금에서 이 방식을 왜 안 쓰시는지 아십니까?”

“너무 과거의 방식입니다.”

협력사 사장들은 다들 잔뼈가 굵었다.

반면에 재영공업이 이 분야로 들어온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생긴 문제라 여겼다.

“맞습니다. 과거의 방식이었죠. 그리고 실패한 방식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김태호는 그 불안함을 이해했다.

실패와 포기. 그건 다른 기업들의 일이었을 뿐이었다. 그저 재영공업이 도전하기 전의 일이었다.

재영공업의 유명세는 금속분리판에 기인했다.

그랬기에 미국의 기업들 상당수는 한국에서 거둔 성과를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엄청난 실적을 알았다면 저런 불신은 존재할 수 없었다.

“이쪽 데이터를 보시죠.”

김태호는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띄워진 화면을 바꾸었다.

천안주택공사부터 한국주택공사와의 자료들이 표시가 되었다.

“마, 맙소사! 저 데이터가 말이 되는 겁니까?”

“종합효율 97%라고요? 거기다가 가동률이 도대체······.”

“실가동률이 80%를 넘다니.”

협력사의 사장들은 경악했다.

어느 하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재영이 아닌 다른 회사였다면 분명히 조작이라고 했을 것이었다.

한국의 수소가격은 미국보다 현격하게 높았다. 가동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재영공업은 지원금이 존재한다면 손해가 없게끔 만든 것이었다.

그 의미는 엄청났다.

만약 수소가격이 훨씬 낮은 미국에 도입이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국에서 손해가 없는 정도였다.

미국이라면 오히려 지원금이 남을 수 있었다. 그러면 그간 연료전지가 낯설어 기피하던 이들도 너나할 것 없이 들이려고 할 것이다.

가정용 수소발전기가 내연기관 보일러를 몰아내는 혁명도 꿈은 아니었다.

세계연료전지 시장에서 가정용은 11%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각국의 노력으로 성장하던 중이었다.

재영공업의 제품이라면, 그 11%를 20%대로 올릴 기폭제가 되고도 남았다.

“맙소사. 우리가 이걸 만든다고?”

“가능한 겁니까? 정말로요?”

다들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온몸이 떨려왔다.

김태호는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칠 정도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때부터는 누구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김태호는 각 제품별로 가공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러자 협력사 사장들은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경청을 했다.

*       *       *

협력사들은 곧바로 제품개발에 들어갔다.

첫 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었다. 그들의 첫 제품은 김태호의 기준에서는 많이 모자랐다.

두 번째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호는 개선이 되지 않는 부분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입니다. 지금 보내주신 제품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는 직접 전화를 걸었다.

어느 부분에서 주의할 것인지 직접 알려주었다.

그러다가도 개선이 안 되는 업체는 아예 화상통화로 시연까지 해줄 정도였다.

“사장님께서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부사장님 말이 맞습니다. 차라리 다른 업체랑 계약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걸 보는 에디 킴이나 댐버는 우려를 드러냈다.

협력사의 제품이 예상보다도 지체되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가정용 발전기의 제작을 하루라도 더 빨리 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를 찾는 것이 좋아 보였다.

“협력사들과 동반성장을 해야만 합니다.”

김태호는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재영공업의 방향성에 맞는 업체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성은 필수적이었다.

특히 재영공업과 거래가 끊긴 이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회사가 부지기수였다.

한 번 선별을 한 이상 책임감을 가져야만 했다.

“사장님께서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군요.”

“본사의 방침에 따라줄 회사가 늘어난다면 좋기는 하니까요.”

에디 킴과 댐버도 납득했다.

재영공업 초기에는 다른 업체에게 맞춰주는 가공만을 했었다.

지금은 역으로 재영공업에 맞추는 작업을 하는 업체가 늘어났다. 그래야만 작업과정은 물론 제품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비주류지만 재영공업의 제품에 영향을 받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었다.

거대기업들에게 맞추어진 시장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번 협력사들이 본사를 시장의 중심으로 만들어줄 겁니다.”

그래서 김태호도 욕심을 내고 있었다.

재영공업의 협력사들은 큰 성공을 거둬야만 했다. 그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당장의 생산량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면 재영공업은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협력사를 찾아야만 했다.

증명이 된 보장받은 성공. 그걸 탐내지 않는 이가 있을까?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업체들이 재영공업의 방식에 맞추어줄 것이었다.

연료전지 시장 전체는 아직 무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적어도 가정용 발전기 시장의 기준점만큼은 재영공업이 될 것이었다.

그건 헛된 꿈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재영공업을 쫓아오거나 모방을 하면 더 좋았다. 그들은 넘을 수 없는 벽에 좌절할 테니까.

재영공업이 단순한 성공모델이 아닌 추종의 대상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이었다.

김태호의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그의 조언이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협력사 중에서 가장 불안했던 위레인이라는 업체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것이다.

“어떻습니까. 결국 잘 만들지 않습니까.”

“사장님의 조언이 있었는데 당연히 이래야죠! 잘 만들었군요!”

위레인의 제품은 김태호와 댐버를 만족시켰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시제품이었다.

김태호는 해당 업체에 연락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입니다. 이번 제품 정말 잘 만드셨어요. 이대로 부탁드립니다.”

[정말이십니까? 전부 김 사장님의 가르침 덕분이죠. 아하하!]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위레인의 사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호는 다음 화상회의에서 위레인의 성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른 업체도 곧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했다.

[맞습니다. 다들 저처럼 할 수 있다고요. 다 김태호 사장님 말만 들으면 된다니까요?]

위레인의 사장의 기세도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피력했다.

‘너무 들떴는데.’

김태호는 너무 과함을 느꼈다.

하지만 성과를 보인 업체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 위레인이 가장 그의 피드백을 잘 받아들였다는 것이 아닌가.

그 의도는 적중했다.

화상회의에 자극을 받은 업체들이 생겨났다. 하나둘씩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       *       *

모든 업체들의 제품이 합격선에 들었다.

김태호는 시범가공을 위한 수량을 납품받았다.

그때부터는 온전한 그의 차례였다.

재영공업의 몫인 플레이트와 금속분리판의 가공에 들어갔다.

금형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제작되었다. 표면에 부착된 마나가 그 완성도를 짐작하게 했다.

그 다음은 본격적인 가공이었다.

기계의 세팅을 모두 조정했다.

자동화가 갖추어진 라인은 차례대로 움직였다. 금속분리판이 하나씩 만들어져갔다.

김태호는 넋을 잃고 보았다. 수없이 봤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가슴이 뛰었다.

‘마지막까지 왔다.’

가정용 발전기를 설치하려면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이제 그 실험을 목전에 두었다.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미국의 수많은 가정에 재영공업의 이름이 새겨질 터였다.

‘그리고 이건 나의 특권이다.’

인챈트 안경으로 보이는 광경은 더 없이 아름다웠다.

마나는 마치 수채화의 물감처럼 번졌다. 제품과 기계가 부딪치며 쉼 없이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연회는 오로지 그만의 것이었다.

세상의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었다.

“좋아. 완벽해.”

완성된 제품들의 마나부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후에는 스택의 조립이었다.

미국의 직원들은 사전교육을 받은 덕분에 능숙하게 작업했다. 물론 처음이었기에 조립과정에서의 실수는 있었다.

그조차도 예상범위 내의 일이었다.

목표했던 10개의 가정용 연료발전기를 만드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공장 한 쪽을 채운 10개의 발전기.

“가동하세요.”

설치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김태호의 명령에 10개의 연료전지의 가동이 시작되었다. 일단 가동에 이상이 없자 직원들은 만족했다.

모두 돌려보낸 뒤에 김태호는 인챈트 안경을 썼다.

데이터 산출 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

그리고 탄성을 터트렸다.

그는 수많은 연료전지를 봤었다. 수많은 부품 중의 하나였던 재영공업의 물건은 은은한 색을 뽐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예외라면 천안과 한국주택공사의 것이었다.

공작기계만큼의 충만함은 아니지만, 제품에서 마나의 색이 보기 좋게 묻어나왔다.

이번에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때까지와 확연히 달랐다.

가정용 발전기 안의 마나가 반짝였다. 서로 부딪힐 때마다 생기는 빛이었다.

유로를 따라 흐르는 마나는 마치 빛에 반짝이는 물결을 보는 것 같았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바람이 불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랬기에 느낄 수 있었다.

단 한 번 느꼈던 그 감각이었다.

마나를 느꼈을 때의 그 희열!

김태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보지 않아도 된다.

처음의 목표는 한국주택공사의 결과였다. 거기에 근접하기만 해도 다행이라 여겼었다.

“목표를 수정해야겠어.”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무조건 그 이상의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했다.

그랬기에 협력사의 이들을 초청했다. 그들 또한 결과물을 실제로 보는 것이 맞을 터였다. 이보다 더 큰 자극제는 없었다.

협력사에서도 잔뜩 기대를 했다.

드디어 자신들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태호 사장님이 자신감이 넘치는데?”

“처음 제작인데 괜찮았나봐.”

그들이 먼저 살핀 것은 재영공업의 분위기였다. 불안하거나 걱정하는 기색 따위는 없었다.

특히 김태호의 자신감은 도저히 숨겨지지 않았다.

협력사 관계자들은 걱정을 덜었다.

“그래도 한국주택공사 것보다는 모자라겠지?”

“당연하지. 이번이 처음이잖아.”

“가능성만 보이면 된다고. 그러면 머잖아 더 좋은 결과가 될 거야.”

협력사 관계자들은 단 한 번으로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일 뿐이다.

이때부터 완벽함을 바라지 않았다.

지금은 10개의 가정용 발전기가 문제없이 가동되기만을 바랐다.

“제 기준은 높습니다. 가동 자체에 의미를 두지 마십시오.”

김태호의 말에 다들 신뢰를 보냈다.

한국에서 이미 모두를 압도하는 결과물을 보인 재영공업이었다.

그가 더 높은 것을 본다면 그게 맞을 터였다.

“이걸 보시면 이해할 겁니다.”

김태호는 한국본사에서 정리한 데이터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그걸 본 이들은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한국주택공사의 가정용 발전기는 발전효율 73%, 반응열 24%, 종합 97%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시험가동이기에 거기에 근접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수준이었을 터였다.

“이,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한국주택공사 결과만 해도 엄청난 거였는데!”

재영공업은 6개의 가정용 발전기에서 발전효율을 78%로 무려 5%나 올렸다. 반응열은 4% 낮춘 20%를 기록해 종합 98%를 달성했다.

나머지 4개에서는 발전효율이 1% 낮은 97%를 달성이었다.

“재영공업을 믿으시면 됩니다.”

김태호의 환한 웃음은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협력사의 관계자들은 모두 두 주먹을 쥐며 환호했다. 공장 바닥에 나눠준 자료가 떨어졌다.

80%까지도 노릴 수 있는 발전효율. 이건 가정용 발전기에 쓰일 수준이 아니었다.

감히 발전소에서나 쓸 법한 효율이었다.

미국이 뒤집어질 것이다.

아니, 세계가 움직일 터였다.

재영공업은 세상을 바꾼다. 그리고 그 곁에 자신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협력사 관계자들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오늘부터 가정용 발전기 생산에 들어가겠습니다.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서요.”

김태호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투자계의 거인인 브래드. 그조차도 함부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결과가 눈앞에 있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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