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8화 (48/49)

48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재영공업의 기술력은 연료전지 업계에서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는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바로 회사의 재정과 규모 때문이었다.

투자도 받지 않는 곳이었다.

드넓은 미국에서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리라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재영공업은 미국시장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무너져가는 기업은 재영공업을 찾아가라.]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말이 이제는 연료전지 업계를 관통하고 있었다.

재영공업의 거래사들은 늘 그들을 찬양했다.

무너지던 회사가 그들과 거래를 하면, 기적적으로 회생을 했다.

한 번의 우연이 아닌 몇 번이고 증명한 사실이었다.

반대로 거래가 끊긴 회사들은 이전으로 돌아갔다.

실적이 대폭 하락한 것이다.

재영공업의 빈자리를 채우려던 노력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득은커녕, 손해를 볼 것을 각오하고 넥스트에너지나 알파퓨얼셀에 의지해야만 했다.

사실상 재영공업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재영공업에게 수많은 기증과 기부가 쏟아지는 이유였다.

“···그 재영공업에게서 뭐가 왔다고?”

로트이엠택의 사장인 존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재영공업이 먼저 일을 제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건 직접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소식을 전한 직원은 조심스러웠다.

존은 그게 이상했다. 재영공업의 제의면 두 팔을 들고 환영해야할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재영공업의 제의는 평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특별했다.

앞으로 할 사업에 알맞은 파트너를 선별하기 위한 업체인지 검증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딴 개소리를 들어줄 바에는 아메리카 탤런트라도 찍는 것이 낫지!”

존은 화를 참지 못했다.

로드이엠택은 그런 대우를 받을 수준이 아니었다. 자존심을 굽히면서까지 거래를 틀 생각도 없었다.

반면에 이번 기회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회사도 있었다.

바로 윌리엄쪽에 연줄이 있는 경우였다. 정확한 내용은 몰라도 재영공업에서 곧 큰 사업을 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번 기회가 다시 없을 것임을 자각했다.

반드시 참여해야만 했다.

다른 곳처럼 자신들도 기사회생할 기회가 온 것이다!

회사의 모든 인력을 거기에 투자했다.

재영공업의 소중한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세계최고의 업체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었다.

*       *       *

에디 킴을 통해 의뢰한 영상자료들이 도착했다.

김태호는 그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틀어놓은 영상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지루하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재영공업이 미국에서의 시작을 함께 할 업체를 선별하는 일이었다.

‘내 제품에 맞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김태호는 사실 그게 걱정이었다.

협력사가 재영공업의 제품을 얼마나 지원해줄 수 있냐가 중요했다.

미국시장 공략의 속도가 달라질 터였다.

영상으로는 내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김태호 정도라면 대략적인 수준과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기준을 만족하는 업체는 20곳이나 되었다. 평범한 업체는 12곳 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두 기준 이하였다.

시설기준 최하점의 업체들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다.

본래라면 바로 명단에서 지웠을 것이다.

하지만 재영공업처럼 기적을 쓸 수도 있는 작은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니 지켜볼 뿐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평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첫 번째인 시설평가 후, 김태호는 생각에 잠겼다.

건일ADOS처럼 다른 기업들을 테스트하는 것이 묘하기만 했다.

위에 섰다는 우월감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외나무다리에 선 기분이었다.

앞으로의 선택이 주요했다.

테스트를 받는 회사들이 최소한의 기대치를 채워주기를 바랐다.

두 번째 평가기준은 제품의 수량과 도착시기였다. 그랬기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업체가 인근에 있지 않았다.

거리에 따라 적게는 하루에서 많게는 사흘 정도의 시간을 더 주었다.

이번 테스트에 요구되는 수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정이 지체된다면 제품의 정상적인 수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산체제에서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막대한 피해가 일어났다.

그랬기에 이 부분의 점수도 주효했다.

재영공업에 제품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세 번째는 제품의 품질이었다.

먼저 제품을 회사별로 정리를 했다.

처음에는 모든 제품들을 정밀측정을 하며 데이터로 만들었다.

상당수의 업체가 합격점에 들어섰다.

재영공업의 예상을 웃도는 숫자였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김태호만의 측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챈트 철판을 만들었다. 그 위에 제품들을 얹었다.

우우우웅!

마나가 제품의 표면에 부착되었다. 그걸로 자신의 연료전지에 얼마나 적합한 것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지금은 마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으니까.”

김태호는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손끝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게 제품의 표면을 어루만졌다.

손에 닿은 마나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제품은 부착된 마나가 활성화되면서 형상을 잃었다.

심한 경우는 후두둑 떨어졌다.

“품질이 좋은 제품들이 왜 이러지?”

김태호는 그런 제품들의 이력을 살폈다.

상당수가 넥스트에너지나 알파시스템과 거래를 하던 곳이었다. 그곳들의 영향을 받을수록 더 그런 경향이 나왔다.

반면에 독자적인 개발을 해오던 업체는 달랐다.

상대적으로 마나와 궁합이 좋았다.

마나 부착 후, 활성화가 되어도 올바르게 움직였다.

문제점은 제품의 품질이 아쉽다는 점이었다.

불량률도 높은 편이었지만, 마나의 존재는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마나야말로 재영공업이 가진 장점이었다.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강점이었다.

네 번째는 실제 가동이었다.

그 후의 데이터가 마지막 평가였다.

김태호의 기준은 높지 않았다.

처음부터 한국주택공사 수준을 바라지 않았다.

테스트를 업체들의 수준이 아직 모자라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각 회사의 부품을 조합해서 만든 수십 개의 연료전지. 그걸 가동하고 데이터를 뽑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태호는 틈틈이 인챈트 안경으로 과정을 살폈다.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나 하나씩 돋보이는 제품들이 있어 기대가 되었다.

추출한 데이터는 곧바로 한국본사로 보냈다.

본사 직원들은 그걸 받아 유의미한 데이터로 재가공을 했다.

김태호는 그걸 확인한 후에 회의를 열었다. 회의실로 온 에디 킴과 댐버 공장장도 상기된 기색이었다.

이 길고 긴 테스트가 드디어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함께 할 협력사를 선별해야합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업체들을 말해주시죠.”

김태호는 먼저 에디 킴을 봤다.

“전 알티와 벤쿠셀과 같은 업체가 좋은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서는 제품의 수급과 그간에 하던 것과 다른 형태임에도 대응능력이 좋더군요. 특히 낮은 단가가 본사에 무척이나 메리트가 있습니다.”

에디 킴은 경영가였다. 해당 업체들과 협업할 경우 남겨지는 이윤도 정리해두었다.

“그 업체들보다는 에이쏠이나 로진테크, 피덴트가 낫지 않겠습니까. 제품의 품질도 제일 좋고 불량률도 낮았어요.”

반면에 댐버가 강조하는 것은 제품 그 자체였다.

에디 킴과 댐버의 눈이 마주쳤다.

둘의 의견은 확연히 달랐다.

“그러시면 사장님은 어떤 업체를 생각에 두고 계십니까.”

“크흠. 보다시피 저희 둘의 의견이 갈립니다.”

하지만 김태호의 앞이었다. 이제는 그의 의견이 제일 중요했다.

“바로 이 업체들입니다.”

김태호는 염두에 둔 업체들을 말했다.

“해당 업체들은 후보군에서 단가가 높은 곳이군요. 하지만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요. 제품이 조금 아쉬웠지만, 사장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셨는지 이해했습니다.”

에디 킴과 댐버는 오히려 납득했다.

김태호의 선택은 간단했다. 낮은 단가도 제품의 불량률도 아니었다.

바로 실제 가동 데이터였다.

미세한 차이지만 거기에 집중한 것이다.

“제품의 단가는 양산체제로 들어가면서 협의 하에 낮출 수 있습니다. 또한 품질도 마찬가지로 조금의 조언만 하면 되죠. 제가 선택한 업체들의 데이터는 만족스럽습니다. 안정화가 되면 한국주택공사 이상의 결과도 가능합니다.”

마나에 대한 것을 숨겼다.

그런데도 데이터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김태호가 자신이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천안주택공사와 한국주택공사의 사업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데이터가 좋은 선례였다. 그걸 기점으로 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참 묘합니다. 사실 재영공업이 아니라면 뽑지 않을 기업이니까요.”

“맞습니다. 아마 이 회사들도 왜 자기들이 뽑히나 의아할 겁니다.”

에디 킴과 댐버도 그 데이터를 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호의 안목은 틀리지 않으리라.

*       *       *

에디 킴은 합격한 회사에 전화를 돌렸다.

마지막은 스미스모빌이었다.

“합격입니다. 스미스 씨.”

[마, 맙소사! 그게 정말입니까!]

“예. 우리 사장님께서 직접 고르셨습니다.”

[오! 신이시여!]

수화기 너머의 외침에 고막이 아파 왔다.

에디 킴은 가볍게 웃으며 일정을 안내했다.

모든 업체가 이랬다.

재영공업의 선택을 받은 것만으로도 성공이 보장된 셈이었다.

그러니 기뻐하는 것은 당연했다.

“다들 자신들이 왜 합격했는지 놀랄 만도 하지.”

참가한 업체 중에서 뛰어난 업체도 많았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그들이 되어야만 했다.

재영공업과의 계약을 위해 공격적으로 단가마저 낮췄기 때문이다. 그런데 품질도 그들이 좋았었다.

“자신들도 모르는 가능성을 봐준 거니까.”

에디 킴은 그래서 김태호가 신기하기만 했다.

이번에 합격한 업체들과 얼마나 대단한 물건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그는 그들을 위한 자료를 만드는 것에 몰두했다.

계약을 위한 미팅.

모든 업체들이 제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다들 잠을 설쳤는지 두 눈이 붉은 상태였다.

김태호는 그들에게 재영공업의 시설을 안내했다.

“시설이 엄청 좋군요.”

“역시 한국공장과는 완전 딴판이군요.”

“이만큼 성장했다니.”

협력사의 사장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재영공업의 한국공장은 좋지 않은 면으로 소문이 났었다.

과거의 부족하고 낙후된 설비가 유독 부각이 된 것이었다. 그걸 아는 이들 덕분에 미국에 안착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았었다.

그 편견을 비웃듯이 미국공장들은 최신식 설비로만 가득 차 있었다.

‘우리도 재영공업처럼 될 수 있을까?’

‘역시 엄청난 회사야.’

‘반이라도 닮고 싶다.’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라 부러움만 표했다. 그리고 욕심도 생겼다.

이건 기회였다.

“제가 왜 여러분들을 선택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거기에 대한 답은 자료로도 있으니 먼저 확인하셔도 됩니다.”

김태호는 빔 프로젝트를 켰다.

각 자리에 올려둔 보고서와 동일한 내용이었다.

협력사의 사장들은 그걸 살폈다. 이번 테스트에 종합된 데이터들로 그들의 얼굴은 의문에 찼다.

“저희가 왜 된 것입니까?”

“맞습니다. 단가도 제품도 부족한데.”

“저희를 신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다들 의문을 표하는 것은 세 번째 테스트까지의 결과였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그걸 생각한다면 자신들이 선별될 이유가 없음을 알았다.

“마지막을 봐주시죠.”

“어? 이건···?”

“결과가 왜 이러지?”

“이게 정말입니까?”

그리고 다들 충격을 받았다.

어째서인지 모른다.

그들의 제품을 썼을 때의 결과가 미세하게나마 더 좋았다.

“본사도 당연히 이득을 추구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가치입니다.”

모두 김태호를 주목했다. 이제부터는 출력물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는 스크린에 협력사들의 과거 이력들을 띄웠다.

“여러분들의 공통점은 현 업계의 공룡들과의 거래가 적다는 겁니다. 또한 자체적인 생산기술을 갖추었습니다. 그게 우리 재영공업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떨어진 업체들을 띄웠다. 제품은 좋았지만, 연료전지로 만들었을 경우 데이터가 낮은 이들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협력사들은 조금도 알 수 없었다.

“본사를 전적으로 신뢰하셔야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김태호는 현재 세계시장의 연료전지 현황을 보였다. 그중에서 가정용 연료 시장은 일본이 반독점 상태였다.

“모두가 비웃을 일이 현실이 됩니다.”

김태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재영공업의 점유율이 점점 일본기업들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만이 아닌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

협력사 사장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무리 잘해도 미국 시장에서의 분전 정도로만 생각했다.

일본기업들의 아성이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태호는 그 이상을 보고 있었다. 그게 조금도 오만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증명하는 사람이었다.

“재영공업은 세계를 노립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재영공업의 파트너가 될 겁니다.”

김태호는 계약서를 주었다. 이미 변호사들을 통해 공증된 계약서였다. 거기에는 그 흔한 독소조항이나 장난질이 없었다.

협력사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일할수록 이득을 보장받는 구조였다.

“우리는 재영공업을 믿습니다.”

“미국을 넘어 세계까지!”

협력사들은 재영공업과 함께 최고가 되는 자신들을 기대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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