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6화 (46/49)

46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정말입니까? 맙소사. 추가적인 조율 없이 바로요?”

김태호는 믿을 수 없었다.

사업이 클수록 이야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아무리 짧아도 일주일 이상은 소요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에디 킴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낸 것이다. 그의 협상력이야 늘 믿고 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지사가 결과를 내기에는 힘이 부족할 겁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시간이 더욱 걸리겠죠.”

에디 킴은 아무리 짧아도 세 달 이상을 봤다.

재영공업의 요구는 충청남도 도지사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다양한 정부 부처와 기관들이 필요했다.

강현수 도지사가 그들 전부를 설득하는 것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일은 좋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러면 저는 미국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어요.”

“어떤 것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십시오. 다 준비하겠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한국에서의 일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그때 본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되어야만 합니다.”

김태호도 사람이었다.

그의 몸은 하나뿐이었다.

매번 새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야만 했다.

육체의 피로는 풀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피로는 불가능했다.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내면 좋다. 거기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현실과 적당한 타협이 필요했다.

김태호가 없이도 작업이 돼야만 했다. 그걸 위한 일보 후퇴는 더 많은 일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군요. 사장님께서 너무 혹사를 하고 계십니다. 저만 해도 시차 적응이 괴로운데 그걸 한 달에 몇 번이고 하셔야 하니까요.”

“기존의 직원과 커스텀한 장비가 있으니 기존 고객들에게는 만족할 퀄리티겠죠.”

김태호도 자신의 한계를 알았다.

하루하루 시간을 쪼개면서 하는 작업에 점점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장이라도 안정화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이곳은 그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직원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사장님의 기준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고려하면 직원들에게는 완벽을 추구하지는 않아도 괜찮습니다.”

김태호는 학자의 정신과 장인의 마음을 가졌다.

그간의 데이터는 충분했다.

재영공업의 기계들은 인챈트 커스텀이 진즉 끝났다. 그것만으로도 타사는 감히 경쟁할 수 없었다.

물론 작업자들이 김태호의 기준을 충족시킬 때의 경우였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이로울 겁니다. 제가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김태호의 시간은 더없이 비싸다.

재영공업의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금일부터 현장직원들을 모아 교육을 할 겁니다.”

김태호는 그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이를 선별할 생각이었다.

자율소집이지만, 현장직원들은 모두 모였다. 다들 잔뜩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한 분야에서 김태호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에게 배운다는 것은 특혜였다.

나아가 그의 일을 대신 한다면, 사실상 현장에서 최고라는 뜻과 다름이 없었다. 그만큼의 높은 책임도 필요하겠지만, 그만한 대가도 주어질 것이었다.

‘이번 교육으로 사장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거지?’

‘저것만 해낼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해내야지.’

다들 욕망을 감추지 못했다.

퇴근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반짝이는 두 눈이 증거였다.

“먼저 제가 평소에 하던 작업방식들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김태호는 먼저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직원들은 홀린 듯이 지켜봤다.

전보다도 그의 작업은 더 빠르고 정확했다.

한 번이라도 같은 일을 해본 자들은 절로 탄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 아득한 격차에 감히 따라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한 귀로 흘렸다. 또 다른 누군가는 1초라도 놓칠까 봐 집중했다.

전자는 경력을 떠나 욕심만 많은 이에게서 보였다. 능력과 노력 이상의 것에 진즉 포기를 한 것이다.

반면에 후자는 배움에 열정이 넘쳤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김태호에게 따로 질문을 할 정도였다.

김태호는 그 태도에 따라 그룹을 두 개로 나눴다.

맨 처음에는 태도가 불량한 그룹들의 작업이 더 좋았었다. 그들은 요령껏 일을 하는 것에 능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상황은 변했다.

두 그룹의 실력 격차는 줄어들었다. 아니, 오히려 역전되기 시작했다.

태도가 좋은 그룹은 하나라도 제대로 깨우치기 위해 열중했기 때문이다.

벌어진 실력격차에 노력을 할 생각은 없던 불량한 태도의 그룹에서는 이탈자가 속출했다.

김태호는 그걸 굳이 나무라지 않았다. 기회는 주어졌고, 그걸 움켜쥐려고 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경쟁은 첫 번째 그룹에서 이루어졌다.

김태호는 작업의 준비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든 것을 세세하게 가르쳤다. 그리고 드러난 결과는 단 한 명을 선택하게 했다.

“현중 아저씨. 앞으로 공장장입니다. 제가 없을 때 잘 부탁드려요.”

“가, 감사합니다!”

선택을 받은 것은 유현중이었다. 오래 전부터 재영공업과 함께 한 인물이기도 했다.

이 인사에 아무도 불만은 없었다.

유현중은 그만큼 열심히 했다. 또한, 근속 년수도 높아서 그에게 텃세를 부릴 사람도 없었다.

“오늘부터 유 공장장님이 저처럼 전반적인 작업지휘에 들어가 주세요. 전 앞으로 적용될 업무 매뉴얼을 제작하겠습니다.”

김태호는 유현중을 믿었다.

하지만 신뢰하는 것은 직원으로서의 역할까지였다.

사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보고 깨달았다. 아무리 유능해도 직원은 직원이었다. 자신의 역할 이상은 할 수 없었다.

문제는 재영공업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는 결과를 보다 중시했다. 그래서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현장에 그 색이 많이 남았다.

지금부터는 안 되는 일이었다.

김태호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다면 체계적으로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업무 매뉴얼이 필요했다.

현장경험이 농후한 그였다. 또한 사무직의 경험과 연구개발에서의 역할도 경험했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지지 않고 상호간에 최대한 협력할 수 있는 체계의 구상이 가능했었다.

한국의 사정을 고려해서 만든 매뉴얼은 본사의 직원들에게 모두 전달했다.

그때부터 김태호는 관찰자로 돌아갔다.

그는 한국주택공사의 3kW 사업에 개입하지 않고 진행 과정을 살폈다.

직원들만으로 진행되는 첫 공사였다.

이전 공사에도 참여한 업체들 덕분이었을까. 우려와는 달리 직원들은 제 역할을 해냈다.

그간 김태호가 미국에 출장을 간 사이에 직원들끼리의 업무분담이 잘 조율된 덕분이었다.

보고서` 본 에디 킴은 혀를 내둘렀다.

매뉴얼이 생겨도 무시하고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 현장이었다.

그런데 김태호의 것은 어떠한 잡음도 없었다.

“현장에서 평생 살았어도 이런 매뉴얼을 만들기는 어려울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예전에는 제품 하나를 가공해도 제 지시대로만 했으니까요.”

김태호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선택해주었고 또한 자신이 선택한 이들이었다.

앞으로 들어올 직원들도 이들과 합을 맞출 수 있다면, 현장은 큰 걱정이 없었다.

재영공업이 아무리 커져도 이 색깔은 유지가 될 것이다.

어깨의 짐을 던 김태호는 연구진들과 함께 이번 3kW 사업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았다.

미국 시장의 공략에 직접적으로 쓰일 귀중한 자료였다.

*       *       *

에디 킴이 귀국했다. 평소라면 실리콘밸리로 향했을 그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으로 출장을 간 동안, 주야장천 그를 기다린 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윌리엄 차관이었다.

에디 킴은 굳게 닫힌 업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게.”

그러자 들려온 것은 낮고 거친 음성이었다.

에디 킴은 조심히 업무실의 문을 열었다. 하늘을 건너온 그보다도 윌리엄이 더 피곤해 보였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군. 커피 한 잔 하겠나.”

“아닙니다. 시차적응하려면 카페인은 좋지 않아서요.”

“앉게. 부른 이유가 있으니까.”

윌리엄은 맞은편의 자리를 권했다.

그는 에디 킴을 노려봤다.

“자네는 좀 편해 보이는데.”

“회사가 잘 돌아가니까요. 경영가에게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에디 킴은 더 없이 여유로웠다. 그게 윌리엄을 조금씩 자극했다.

“재영공업이 한국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는 거로 알고 있다네.”

“예. 아무래도 한국의 설비도 안정화를 시켜야하니까요.”

“연구소도 알아보고 사람도 구하더군. 안정화를 하려면 김태호 사장은 당분간 미국에서 보기 힘들다니 아쉬워.”

윌리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에디 킴과 재영공업의 약속이 무엇이던가. 그걸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 더 신경을 써야만 했다.

김태호의 미국체류기간이 부쩍 줄었다.

그건 윌리엄으로서는 큰 불안요소였다.

“재영공업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 수익이 필요한 것은 잘 아네. 그런데 설마 아직까지 몸집만 불릴 줄은 몰랐네.”

재영공업의 스탠스는 윌리엄도 이제는 걱정이 되었다.

재영공업은 금속분리판으로 성과를 보고 있었다. 문제는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점유율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약속한 가정용 발전기 사업은 아직 예상 날짜도 나오지 않았다.

윌리엄은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약속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나도 참 곤란하다네.”

“그런 불만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영공업은 미국시장에서 지극히 작은 기업입니다. 차관님이 바라는 일을 당장에 할 수 있지 않아요. 거기까지 시간이 걸려요.”

에디 킴은 특히 사업을 위해서는 그만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자료라. 그건 이미 충분히 있지 않은가? 한국주택공사와의 사업은 계속 있었을 텐데.”

“맞습니다. 하지만 미국시장에는 1kW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3kW도 추가도입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유의미한 데이터는 지금에서야 모였죠.”

“그런가? 그렇다면 왜 내가 추천한 은행에서의 대출도 거부하고 브래드의 투자도 거부한 것이지? 그걸 받았다면 사업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 않나.”

윌리엄은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때마다 김태호는 그걸 거부했다.

양쪽의 사정을 잘 아는 에디 킴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브래드 씨의 것은 투자가 아니라 개인적인 후원입니다.”

에디 킴은 그 민감한 단어를 정정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또한 그 후원을 거부한 것이 아닙니다. 보류한 것이죠.”

“브래드의 후원을 보류한다고? 김태호 사장은 그를 모르고 있었나? 말이 안 되잖나. 실리콘밸리에서 그를 거절한다니.”

“김태호 사장님은 제대로 재영공업의 가치를 봐주기를 원할 뿐입니다. 브래드가 직접 현장을 보지도 않고 거액의 후원을 한다면, 우리 사장님과 같은 장인에게는 결례가 될 수 있죠.”

에디 킴은 영리한 사람이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브래드가 실수를 했음을 부각한 것이다.

“김태호라는 사람답지 않습니까? 우리 사장님은 솔직하고 거짓이 없는 분입니다.”

“후우. 인정할 수밖에 없군.”

윌리엄도 김태호를 사업가가 아닌 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들의 프라이드는 황금으로도 살 수 없었다.

“괜찮다면 차관님이 저번에 보내준 업체 목록에서 혹시 변동된 것이 있는지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거기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다름이 아니라 한국주택공사의 결과를 보십시오. 재영공업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야만 합니다.”

“역시! 드디어 작업에 착수하는군!”

윌리엄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기 직전이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업체를 다시 추천해주지! 나를 믿고 고르기만 하게!”

“차관님을 믿습니다. 다만, 그 추천목록 이외에 다른 업체가 선별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나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인가?”

“이건 재영공업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신경 써야만 가치가 있습니다.”

“더 말해보게.”

윌리엄은 식어가는 커피를 비웠다.

“김태호 사장님의 작업방식이나 사고방식은 우리 아메리칸들이랑 다릅니다.”

“그렇겠지. 문화권의 차이는 있으니까.”

“미국의 기업을 위한 일입니다만, 결국 사업의 주체는 재영공업입니다. 우리가 제 역량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맞지. 그래서 추천을 하는 것이네만.”

“네. 그렇기에 처음부터 옥석을 가릴 겁니다. 추천목록에 관계 없는 기업을 선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에디 킴이 우려하는 것은 하나였다.

윌리엄 차관이 추천한 기업들은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더 없이 좋은 곳들이었다.

문제는 서류는 서류일 뿐이라는 것이다.

에디 킴은 공직에 있는 이들과도 만남이 잦았다. 그들은 생각보다도 현장과의 시선이 사뭇 달랐었다.

윌리엄이 비교적 유능하고 청렴하더라도 그가 관심을 쏟을 국가적인 사업은 너무나 많았다.

윌리엄도 거기에 불만은 가지지 않았다. 그만큼 재영공업이 좋은 결과만 만들면 될 뿐이었다.

“받아들이지. 난 자네를 믿네.”

“지금 당장은 가정용 발전기 사업에 치중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실 겁니다. 언제나처럼 김태호의 재영공업은 결과로 보여줄 것입니다.”

에디 킴은 자신감을 보였다.

윌리엄은 그간 품고 있던 피로가 한결 가시는 것 같았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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