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한국으로의 귀국 전까지 김태호는 다양한 학술회의에 참가했다.
학술회의는 마약과 같았다.
전문가들의 식견과 연구에 대해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간 모르던 산업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미래 등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의 학술회의보다 주제도 다양했고 그 수준도 높았다.
사업적으로도 안목이 트이는 기회였다.
그의 적극적인 참여는 미국의 전문가들도 반겼다. 그들 또한 김태호와의 친분을 쌓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면서 저번의 발언이 재조명되었다.
미국의 한 거부가 김태호 챌린지를 시작한 것이다.
재영공업의 금속분리판의 비밀을 알아내는 이에게 무려 오천만 달러를 주겠다고 내용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노이즈 마케팅이었죠. 오히려 제가 배워야겠습니다.”
에디 킴도 거기에는 혀를 내둘렀다.
그 거부는 단순히 SNS로만 떠들어대는 관종이 아니었다. 진짜로 그 금액을 지불할 사람이었다.
그래서 세계각지에서 김태호 챌린지에 대한 검색이 잇따랐다.
빅데이터 기준으로 며칠 동안 제일 많이 검색된 단어였다.
그 여파로 인해 김태호란 존재 자체가 브랜드로 될 가능성까지 보였다.
“땅이 커서 그런지 특이한 분들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한국에서 뵐 때, 지금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에디 킴은 차를 세웠다.
김태호는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냈다.
“저는 김태호 챌린지가 세계사의 미스테리가 되도록 만들어드리죠.”
그는 확신에 차있었다.
누구도 재영공업의 비밀은 풀 수 없었다.
* * *
김태호는 한국에 귀국했다. 그러자마자 검토한 것은 한국주택공사와의 사업 건이었다.
저번 3kW의 가정용 연료전지가 호평일색이었다.
3kW를 본격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농가에 선택지를 주는 내용이었다.
김태호는 사업견적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50억 단위의 규모로 가볍게 진행할 일은 아니었다.
“저번 공사의 평도 결과도 좋았으니까.”
그때의 회사들과 가는 것이 옳았다.
김태호는 관련된 서류를 확인 후, 결재했다.
3kW 가정용 연료전지의 양산은 문제가 없었다. 어차피 1kW에서 조금만 확장하면 될 뿐이었다.
막 공장으로 가려고 할 때였다.
직원 하나가 그를 찾았다.
“사장님! 강현수 도지사님이 오셨습니다!”
“갑자기요? 아무런 연락도 없었는데?”
“아무래도 사장님이 오신 걸 아신 것 같습니다.”
“제가 맞이하죠.”
도지사가 무슨 용무로 직접 온 것일까.
김태호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전화 한 통도 없이 올 인물은 아니었었다.
“오랜만입니다. 김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먼저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이렇게 오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찾아와서 놀라셨을 것 같군요.”
강현수는 차로 목을 축이며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 재영공업의 소식을 보고 있었지요. 정말로 놀랍습니다! 한국의 기업이 미국에 이토록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다니요!”
그는 김태호의 활약상을 극찬했다.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으로 줄줄 꿰고 있었다.
“혈혈단신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시다니. 너무나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멋진 젊은 사업가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뛰어난 사례입니다!”
그런 김태호가 충청남도에 터를 잡고 있었다.
강현수는 도지사로서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충청남도에 도입된 수소규제자유특구가 날개를 달아준 셈이 아닌가.
“과찬이십니다. 그저 좋은 사업 파트너를 만났을 뿐이죠.”
“이번에 못된 언론 놈들 때문에 고생을 좀 하셨을 겁니다.”
강현수는 저번의 일을 언급했다.
“처음 겪는 반응이라 당황스럽기는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정부 부처의 모든 관계자들은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아요. 재영공업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으니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그런 지나친 흔들기는 없을 겁니다. 이 부분은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너무 자극적인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최소한의 팩트 체크도 없을 줄은 몰랐죠. 그 부분은 도지사님만 믿겠습니다.”
김태호는 한숨을 쉬었다.
미국 공장에 대해 부각이 되면서 노골적인 비난이 잇따르기도 했었다.
“정치인을 떠나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고충을 털어놓아도 되겠습니까?”
“어떤 고민이시기에 직접 찾아오신 겁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아직도 취업난이 심합니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요. 혹시 재영공업만 괜찮다면 미국만큼은 아니라도 한국에도 공장을 증설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현수로서는 참 답답한 상황이었다.
경기는 침체기였다. 수많은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다.
그래서 취업 문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당장 충청남도의 소재지의 기업 대부분이 그랬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재영공업부터 나선다면 이야기는 다를 터였다.
충청남도의 다른 기업도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의 취업난이 조금이라도 해결될 터였다.
“고용률은 중요한 문제죠. 동의합니다.”
김태호에게도 사람을 구하는 것은 늘 힘든 일이었다.
이전의 재영공업이 특히 그랬다.
현장직원들이 많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젊은이들이 기피를 했었다.
그때의 재영공업은 중소기업 중의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금속분리판 사업에 뛰어든 이후.
재영공업의 사정은 사뭇 달라졌다.
지금이라도 모집공고를 띄우면 몇십 대 일의 경쟁률이 벌어질 정도였다.
문제는 같은 조건에서 신입과 경력직이 경쟁하는 구도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단 1년의 경력이라도 회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후자일 수밖에 없었다.
취업 시장에 막 뛰어든 이들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었다.
“그간에 미국시장에만 투자를 해왔습니다. 아무래도 그쪽에 빨리 자리를 잡아야만 했으니까요. 이번에는 한국에도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김 사장님! 역시 김 사장님 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경력직 위주가 아니라 신입들의 고용도 확정 짓겠습니다. 신입이 경력을 쌓을 환경은 나와야 하니까요.”
“휴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기회도 잡지 못한 젊은 친구들에게 희망이 될 겁니다.”
강현수는 한시름을 덜었다. 그가 찾아가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기업이 한 둘이 아니었다.
“지역사회에 이바지를 해주시니 도지사로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충청남도만 해도 연료전지 사업의 확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관련 학과에서 인재들이 나오지만, 정작 그들이 갈 회사가 없었다.
“점진적으로 확장할 것이라 처음에는 그렇게 만족하실 정도의 고용 규모는 아닐 겁니다.”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해당 건에 대해서 필요한 점이 있으면 무조건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강현수는 신신당부했다. 이후로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을 오랫동안 뺏어서 미안하다며 물러났다.
김태호는 10일 뒤에 합류한 에디 킴에게 해당 안건에 대해 설명했다.
“잘 하셨습니다. 미국에서 크게 성장세를 보여서 한국정부에서도 재영공업의 행보를 크게 반길 것입니다. 괜찮다면 제가 도지사님과 직접 면담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에디 씨라면 도지사님도 두 팔을 들고 반길 겁니다.”
김태호도 반기는 일이었다. 이런 것은 자신보다 에디 킴이 적격이었다.
“일단 재영공업의 재정적 이익을 고려하면 미국에서의 투자가 더 좋습니다.”
“맞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사전에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그 부분은 제가 조금 미흡했습니다.”
“아닙니다. 아주 잘 하셨어요. 한국은 사장님의 모국입니다. 당신께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에디 킴에게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었다. 미국이 줄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었다.
“특히 수소산업 자체가 국가의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우대를 해줄 것이니 재영공업이 다양한 사업을 테스트하기에 최적입니다.”
“그렇군요. 정부에서도 우리의 새로운 도전을 반길 테니까요. 그러면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소 설립도 고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태호도 드디어 연구소 설립에 대한 뜻을 보였다.
“제게 맡기십시오. 최상의 결과로 보답해드리죠.”
에디 킴은 자신감을 보였다.
정부와 기업. 둘 다 만족할 방안이 있었다.
* * *
에디 킴은 김태호의 소개로 도지사를 찾아갔다.
도지사는 에디 킴을 정중하게 맞이했다. 마치 김태호를 대하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에디 킴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사업가시죠. 전 충청남도의 도지사 강현수입니다.”
노련한 정치인. 성공한 경영가.
두 사람의 대화는 편안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걸 깬 것은 에디 킴이었다.
“전 한국시장에서의 투자에는 부정적입니다.”
“크흠. 어떤 부분에서 그렇습니까.”
“재영공업이 세계와의 경쟁이 아닌 한국에서의 경쟁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재영공업은 수많은 기업 중의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일한 기업입니다. 김태호 사장님의 고향이자 뿌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지역사회와 같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강현수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로서는 식겁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주택공사의 건으로 재영공업은 다시 증명했다.
수소규제자유특구에서 재영공업은 이미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만에 하나 재영공업이 이탈을 한다면, 이건 지역사회가 아니라 국가적인 정책의 실패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우려하고 있던 최악의 상황이었다.
“우리 김태호 사장님께서는 미국의 이민 제의도 거절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에서 얻을 수 없는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 재영공업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혜택이 보장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필요한 조건은 뭐든지 말하십시오. 제 역량으로 안 된다면 VIP쪽의 핵심인사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할 테니까.”
도지사는 절대 재영공업을 놓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기업이나 기관도 재영공업의 존재를 대체할 수 없었다.
“우리 김태호 사장님은 언제나 조국을 걱정하십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면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 경쟁할 수 있을지 고민이셨죠.”
“김태호 사장은 늘 믿고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바른 사람인지 잘 알아요.”
“연료전지 사업의 전체적인 분야에서의 기술 확보를 도와주십시오.”
에디 킴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전 분야의 기술확보 말입니까?”
“그 기술이 있다면 미국시장에 더 공격적인 공략이 가능합니다. 가늠할 수 없는 외화가 한국으로 돌아오겠죠.”
에디 킴은 그 부분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재영공업이 미국시장을 진출한 상반기. 순수익만 무려 한화로 삼십억대에 달했다.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은 한국의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될 예정이었다.
한국정부는 그걸 도와주면 되는 일이다.
“···과연. 선택과 집중입니까.”
강현수도 에디 킴의 설명에 감탄했다.
다른 회사면 모른다.
하지만 재영공업이라면 가능해보였다.
한국의 모든 기술을 집대성한 연료전지. 그게 김태호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수소산업의 패권은 한국에 올 것이었다.
불가능하지 않다.
재영공업은 항상 증명해왔다. 부품 하나가 제품 자체를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과학기술통신부 장관과도 심도 깊게 상의하겠습니다. 물론 해당 방안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등의 주요 공기업이나 기관과도 연계를 할 겁니다.”
“물론 저희가 말만 할 것은 아닙니다. 재영공업은 이제 지역사회에 이바지를 할 겁니다. 도지사님이 노력을 해주시는 것 이상의 결과로 답해드릴 겁니다.”
에디 킴도 맨입으로 받아갈 생각은 없었다. 받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주는 것이 있어야만 했다. 그 순환이 절대 끊겨서는 안 되었다.
“재영공업을 지켰다는 것만으로도 도지사님의 재임기간에 가장 큰 업적이 될 테니까요.”
“수소산업에서 우리 충남이 한국의 선두가 아니라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재영공업에게 집중하겠습니다.”
도지사도 그 말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았다.
“물론이죠. 인프라만 갖추어진다면, 해외기업들은 이제 한국으로의 진출을 고려해야만 할 겁니다.”
에디 킴은 환하게 웃었다.
지금도 재영공업에 기증을 하지 못해 난리가 난 기업이 한 둘이 아니었다.
재영공업이 한국에 집중을 한다면, 결국 그들은 한국을 찾을 것이다.
세계의 중심은 결국 재영공업이 될 테니까.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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