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4화 (44/49)

44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개인 후원이 무려 천만 달러라니.’

김태호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이 정도의 제안은 생각도 못했다.

마지막 골든그룹의 제안이 사천만달러 가량의 금액이었다. 그 사분의 일을 개인이 하겠다고 한다.

헛웃음도 나지 않았다.

김태호가 제의받았던 개인 후원 중에서는 최고액이었다. 특히 후원이기에 골든그룹으로부터 가해지는 제약도 없었다.

브래드는 그만큼 재영공업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먼저 차오른 것은 기쁨이었다.

브래드와 같은 이에게 이만큼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위화감이 찾아왔다.

‘브래드는 왜 이 거액을 후원하겠다는 거지? 그는 재영공업을 직접 보지도 않았는데?’

그걸 상기한 순간이었다.

김태호는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브래드는 아직 재영공업의 제품과 시설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마음을 굳혔다.

“이 후원은 보류해주십시오.”

“보류요? 투자가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후원인데도?”

“네. 결과물을 보신 뒤에 만족하신다면 다시 제의해주십시오.”

김태호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정용 연료전지를 완성 지을 생각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재영공업은 충분히 검증된 회사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당신의 힘이 있어야 제가 투자한 회사들에게 이득이 됩니다.”

“그래서 거절이 아니라 보류라는 겁니다. 재영공업에게 보여주시는 호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후원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금액으로 신뢰를 나타낼 수 없습니다.”

김태호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하하하하!”

브래드는 한참을 웃었다. 자신의 무릎을 몇 번이고 치더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실수를 인정합니다. 서류로만 접하다보니 제 신뢰를 스스로 깎는 언행이었군요. 다른 이들처럼 재영공업을 본 것에 다시 사죄드립니다.”

“저에게 보내주신 관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그 후원을 하신 것에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도록 결과로 보이겠습니다.”

김태호 또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거짓말 따위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는 천만달러로는 부족하겠군요.”

브래드도 그걸 알았다. 그랬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       *       *

[미국의 거대투자기업 골든그룹, 재영공업과 조우하다.]

[실리콘밸리의 대부 브래드와 김태호의 은밀한 만남.]

둘의 만남은 곧바로 기사화되었다.

미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미국 투자계의 거인. 브래드가 아무나 만나지 않는 것은 유명했다.

평소 참여하지 않던 파티에서 김태호만을 따로 불렀다.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골든그룹이 재영공업에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뒤늦게 소식이 전해졌다.

먼저 조명된 것은 재영공업이 공장을 4개나 확장한 것이었다. 특히 투자가 아니라 순수한 기증 및 기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자국이 아닌 외국에 투자를 하는 기업.]

[재영공업. 미국으로 이전하나?]

그 구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세상에 거래를 하기 위해서 알아서 재영공업에게 설비를 제공한다니!

한국언론은 의혹을 품었다.

재영공업은 한국기업이다. 그러나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의 규모는 특히 작았다. 그렇기에 김태호가 미국으로 이민을 하거나 혹은 법인 자체를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재영공업의 그간 발자취를 캐볼수록 더 불안해했다.

윌리엄 차관을 비롯한 각국의 인사들이 재영공업만을 찾은 것은 유명한 일화였다. 아직도 수많은 제의가 오는 것은 당연했다.

김태호도 사람이라면, 흔들릴 것이라 보는 것이다.

[시대를 이끌 리더에게 쏟아지는 유혹의 손길.]

[인재유출로 인해 한국수소산업에 입을 타격은?]

[한국정부는 어떻게 인재를 지킬 수 있을까.]

[매년마다 이어지는 인재유출. 정부는 각성해야할 때.]

김태호는 향후 수소산업 전체를 이끌 인재였다.

미래에서는 리더가 될 확실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이를 방치 하는 한국정부의 무능함과 제도적 문제를 꼬집기 시작했다.

과학기술통신부장관 엄경식과 충청남도 도지사 강현수는 죽을 맛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재영공업이 미국에 힘을 싣는 것에 불안해하던 시기였다.

“강 도지사님. 이 문제는 분명히 우리가 잡아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반드시 재영공업을 지켜야죠. 충청남도 차원에서 방도를 강구하겠습니다.]

“정부차원에서도 또한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를 놓치지 않게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김태호를 잡을 방도를 궁리했다.

*       *       *

에디 킴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어디를 가도 재영공업의 이야기뿐이었다.

언론에 뭐라고 떠들든지 상관 없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재영공업과 김태호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될 터였다.

나머지는 에디 킴의 능력이었다.

“보셨습니까? 한미 양국에서 사장님으로 뜨겁던데요?”

“그러게요. 지나칠 정도네요.”

김태호도 의외였다.

파티장에서의 가벼운 만남이었다. 그게 이런 식으로 회자가 될 줄 몰랐다.

“혹시 그때 후원을 거부한 것이 에디 킴씨에게 문제가 되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브래드가 그렇게 나왔다면, 그 어떤 불이익도 없습니다. 평소처럼 사장님은 재영공업의 기술력만 보여주면 될 뿐이죠.”

에디 킴은 오히려 김태호가 대단할 뿐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브래드였다.

그의 후원에 그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자본이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당장 캘리포니아주의 정치인들 중에서 그의 후원을 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공공연하게 그의 후원 없이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도 김태호는 일관적이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럴 수 있음이 대단하기만 했다.

“아니면 사장님은 브래드를 잘 모르시는 것 아닙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가 국가적인 사업에 올바른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 직접 재영공업을 보는 것이 맞았을 뿐입니다.”

“맙소사. 정말 대단하시군요.”

“예외를 두지 않으려는 겁니다.”

김태호가 그간 도움을 받았던 기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재영공업을 직접 봤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는 아무리 좋은 금액과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브래드라고 하더라도 예외일 수 없을 뿐이다.

“오히려 제가 사장님의 휴일을 방해했을까 봐 죄송하군요.”

“괜찮아요. 사흘 뒤에는 제대로 휴가를 즐길 생각이거든요.”

“휴가요? 아하. 알겠습니다.”

에디 킴은 그 휴가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랬기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머금었다.

그날은 미국의 연료전지학회의 학술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마침 김태호도 초청을 받았다.

‘역시 대단한 분이야.’

휴가가 학술회의 참가다.

과연 누가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에디 킴은 오히려 자신이 나태하게 살았나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사흘 뒤.

김태호는 기쁜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파티 따위와 비교할 수 없었다.

오늘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자 휴가였다.

이번 학술회의의 전문발표의 주제는 연료전지산업의 실사용률에 대한 것이었다.

이건 김태호로서도 무척이나 관심이 가는 사안이었다.

전세계에서 기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의 부족이었다.

시장규모가 더 큰 전기자동차는 물론 수소자동차의 사용자들도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앱티드 건으로 특히 잘 알고 있었다.

과연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이 어떤 방안을 생각했을까. 그 기대감에 설렘을 참을 수 없었다.

차에서 내린 뒤.

김태호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실리콘밸리의 일은 아직도 신경이 쓰였다.

학술회의도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추어서 들어갔다. 맨 뒤의 좌석이 배정되어서 그를 찾는 사람도 없었다.

“반갑습니다. 샌프라시스코 대학교의 에너지공학과 교수 피터입니다.”

전문발표의 시간.

피터는 준비된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개요 뒤, 그는 수소자동차의 설비용량에서 1위를 찍은 한국에 대해 짚어나갔다.

“한국의 경우 천연가스를 수입가스에 의존을 많이 합니다. 그로 인해 추출 수소의 가격이 높지요.”

국가별 산업용 천연가스의 MWh당 가격이 표시가 되었다.

미국 12.9달러. 캐나다 10달러. 한국 43.2달러로 특히 높았다.

‘저렇게 보니까 차이가 심하구나.’

김태호는 속이 쓰렸다.

저 천연가스의 가격이 한국의 수소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그랬기에 한국의 가정용을 포함한 건물용 연료전지의 실사용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피터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국정부에서 책정한 지원금이 있어도 결국 사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정부는 가장 근본적인 생산 및 유통에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한국정부의 정책실패라 단정을 지어야만 했었다.

“하지만 최근 그 정책의 평가를 바꾼 일이 있었습니다.”

피터는 재영공업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재영공업이 한국주택공사와 함께 한 1kW의 가정용 연료전지는 실사용율이 무려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전과 비교하면 무려 두 배 이상이었다.

전세계에서 주목하는 우수 사례였다.

다들 이견을 표하지 않았다.

재영공업은 수소산업의 가장 미스테리한 존재였다.

김태호는 이렇게 언급이 되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참아지지 않았다.

“만약 본국에서도 재영공업과 같은 기술이 도입되었을 경우, 가정용 몇 건물용은 완벽하게 수소발전기로 대체가 될 겁니다. 그러니 기술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을 겁니다.”

피터의 재영공업의 언급은 거기까지였다.

‘확실히 내 제품이 미국에 들어온다면, 그 파급력은 말할 것도 없어.’

김태호도 기대에 찰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미국의 산업용 천연가스의 가격 차이는 무려 30달러였다. 그런 한국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었다.

만약 미국에서라면 어떨까.

김태호는 가동률이 최소 90%는 넘을 것이라 자신했다.

미국에서도 지원금을 보장해왔다. 그걸 생각한다면 몇 대를 설치하여도 사용자들에게 부담은 없을 터였다.

‘그러니까 이번에 돌아가면 건물용 연료전지로도 확장해야 해.’

김태호로서는 한국시장에 자연히 생각이 닿았다. 한국에서 결과물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야 고스란히 미국시장에서 쓰일 수 있었다.

재영공업이 도약하는 것은 그때부터였다.

‘윌리엄 차관과 브래드의 기대 이상으로 해 보여주겠어.’

김태호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생각을 정리했을 때는 가벼운 질의응답으로 발표가 끝난 뒤였다.

다음에는 자유로운 토론의 시간이었다.

다들 이번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전문가답게 그들의 의견 하나하나에는 감출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그런데 혹시 그쪽은 김태호 사장님이 아닙니까?”

“그렇죠? 재영공업의 김태호 사장님이 맞죠? 뒤에 계셔서 긴가민가했는데.”

“사업도 바쁘실 텐데 정말로 참가를 하셨군요.”

그 자유로운 토론도 김태호의 존재를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이기에 더욱 그랬다.

재영공업의 김태호의 기술은 아직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화두였다.

“여러분들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토론이 방해가 되어서 죄송합니다.”

김태호는 이 상황이 아쉽기만 했다.

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가 새로운 지식을 열망하던 것처럼!

눈앞의 이들은 김태호의 미지의 기술에 열광하고 있었다. 그 순수한 지식에 대한 욕망은 억누른다고 억눌러지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전문발표를 했던 피터도 질문을 했다.

“금속분리판만으로도 어떻게 그런 효과가 낼 수 있는 겁니까? 데이터로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유로를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자사의 특별한 기술이 있다는 것은 아실 겁니다. 이론이 아닌 실전적 연구를 통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았죠.”

데이터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김태호도 그건 잘 알았다. 거기에 급급하기에 재영공업의 비밀에 대해 더 빠져드는 것이었다.

이론으로 밝힐 수 없는 무언가.

과학자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것이 있을까?

“거기에 대해 수많은 기업과 연구소가 도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누구도 실마리 하나 얻지 못했다.

유일한 수단은 하나.

눈앞의 김태호 뿐이었다.

“그 비밀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저만이 알고 있죠. 그렇기에 재영공업의 아성을 넘을 수 없을 겁니다.”

김태호는 단언했다.

하지만 누구도 오만하다 여기지 않았다.

그는 늘 결과로 보였다.

과연 누가 재영공업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다들 그게 자신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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