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3화 (43/49)

43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노아에너지, 부활의 신호탄을 쏘나?]

[실증 꼴등에서 1등으로의 기적. 블루벌크.]

재영공업의 제품이 공급된 이후. 두 회사가 각각 결과물을 내기 시작했다.

언론은 물론 업계가 들썩였다.

두 회사는 추락 중이었다. 그들은 과거의 영광에 취했었다. 선두의 자리에서 경쟁을 포기했다.

그들의 기술은 거기에 멈추었었다.

남아있는 것은 과거의 명성 뿐, 그마저도 빛바랬다.

노아에너지는 그나마 나았다.

블루벌크는 이해도가 특히 부족했다.

저번 실증의 참사를 본 정부 관계자들은 지원금이 환경오염에 쓰였다며 불만을 표할 정도였다.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했었다.

계속 낮은 단가로 경쟁력을 고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부족한 제원을 고수한다면 최소한의 경쟁력도 사라질 터였다.

그랬기에 새로운 제품을 내어놓을 때 다들 혀를 찼다.

결국 제원과 가격이 그대로였다. 시장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리라 예상했었다.

그중에도 이변을 알아채는 이들도 있었다.

그 연료전지에 루테늄 복합촉매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업계의 관계자들은 누가 개입했는지 깨달았다.

재영공업의 김태호.

지구상에서 해당 촉매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이였다.

위화감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성능.

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두 회사가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각 분야에서 0%에 근접했던 시장점유율이 1~2%씩 늘어나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었다.

두 회사는 부활의 신호탄을 터트렸다.

*       *       *

“사장님, 너무 일만 하셨는데 바람 좀 쐬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에디 킴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제의를 했다

김태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너무나 바쁘게 일을 해왔다. 그간 쌓은 마일리지는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도 남았다.

“그렇게 하죠. 저도 좀 지치기는 하니까요.”

김태호도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랬기에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파티에 참가했다.

파티에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CEO들을 위한 자리였다.

주최사는 미국의 3대 자산운영사이자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투자사인 골든그룹이었다. 그 자리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미래를 보장받았다 여겨질 정도였다.

“재미있게 노십시오. 저는 아는 얼굴이 많아서요.”

에디 킴은 물 만난 고기였다.

파티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웃음꽃을 피웠다.

누구도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과 대화를 해주기를 원했다.

‘과연 실리콘밸리의 유능한 경영가.’

김태호는 에디 킴이 왜 성공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에디 킴은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사는 능력이 있었다.

반면에 김태호는 이 자리가 어색했다.

시끄러움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구석으로 갔다. 카나페 몇 개를 집어먹고 칵테일 한 잔으로 목을 축였다.

다들 사업가치고 젊어서였을까.

서로 뒤엉키며 노는 모습에서 그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김태호는 그 모든 것이 낯설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어색할 정도였다.

벽에 등을 기대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봐요. 구석에 있으면 재밌어요?”

한 여인이 다가왔다. 술이 약한 것인지 벌써부터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코끝에 느껴지는 알코올과 짙은 향수.

김태호는 그게 싫었다.

“뭐. 적당히요.”

“말부터 재미없네. 오늘이라도 재밌게 살아요.”

여성은 조언 아닌 조언과 함께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무리로 돌아가 어깨만 으쓱거릴 뿐이었다.

“재미있게라.”

김태호는 쓰게 웃었다.

재영공업을 맡으면서 또래와 어울린 기억이 드물었다.

“그때도 시끄러운 것은 싫었으니까.”

물론 그도 즐기는 것은 있다.

쇠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장. 그 안을 가득 채운 기계의 소리였다.

김태호는 자신이 태생 공돌이임을 깨달았다.

방관자가 되어 주변을 관찰했다. 그러며 알게 된 것은 비슷한 이들이 제법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은연중에 동양인도 피하고.’

멀리서 보면 보였다.

세계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누구나 알 정도로 만연했다.

지금도 그랬다.

동양인으로만 이루어진 무리에는 다른 이들이 은근히 거리를 두고 있었다.

어깨라도 부딪히면 인상을 쓰기 일수였다.

‘좀 기분 나쁘기는 하네.’

두 눈앞에 드러난 차별.

문제는 다들 그게 익숙해보였다는 것이다.

‘이민자의 나라는 무슨.’

윌리엄 차관의 이민 제의를 거절한 것은 곰곰이 생각해도 맞는 판단이었다. 저런 대우에 익숙해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랬기에 에디 킴이 유독 빛이 났다.

두 눈을 마주친 그가 오라며 손짓을 했지만, 김태호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적당히 있다가 나가자.’

노력이라도 하고픈 마음도 사라졌다. 차라리 한인마트에서 라면이라도 하나 사 먹는 편이 더 나았다.

그래도 소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요즘에 주가는 어때?”

“멀티버스쪽이 호황이기는 해. 그쪽에 추천해줄까?”

“스트리밍 회사들은 더 이상 가격이 오르기는 힘들겠지? 에휴.”

“그러게 블록체인쪽 알아보라니까.”

삼삼오오 모인 이들에게서 나오는 이야기 덕분이었다.

김태호는 잘 모르는 분야들이었다.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미국시장에 국한된 것들이 점점 세계시장으로도 확장될 정도였다.

그랬기에 그 주제가 나왔다.

“탄소중립이 너무 심한 것 아니야? 그때까지 맞출 수 있어?”

“완전 억지지. 거기에 쏟아 붓는 지원금과 정책을 봐봐.”

“박탈감 느낀다니까. 규모만 키운다고 될 일은 아니잖아.”

다들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세계시장의 축소판이 미국이라고 했다. 그 미국이 탈내연기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만이 아니었다.

EU쪽에서도 내연기관을 벗어나기 위한 공격적인 정책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관련된 이들로서는 죽을 맛이었으리라.

상대적인 박탈감을 억누를 수 없을 터였다.

‘역으로 나였으면.’

숨이 턱턱 막힐 것이었다.

“저기 에디 킴 봐봐. 눈치 보고 바로 연료전지 쪽 업체에 붙었잖아.”

“정부쪽에도 아는 사람이 많다지? 그럴 법도 하네.”

“그러면 재영공업은 뭐야? 거기 사장은 외국인이라며.”

“외국 구멍가게에 더 신경 쓰는 나라라니.”

그 불만은 재영공업에 향했다.

김태호는 말없이 웃었다. 저들의 입장에서야 할 말이었다.

‘외국 구멍가게는 무슨.’

예전이라면 몰랐다. 지금의 재영공업은 그럴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세계시장에 영향을 주는 구멍가게라니!

‘그렇게 부러우면 그 기회를 두고만 보고 있지 말던가.’

왜 재영공업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나. 그건 미국의 어떤 기업도 재영공업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젊은 사업가들 누구도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은 증거였다.

“그런데 에디 킴이 왔으면 김태호라는 사람도 왔을까?”

“절대 올 리가 없지. 킴은 그냥 노동자라던데? 매일 기계만 돌린다고 하더라. 음침한 너드인가봐.”

“그냥 숙련공을 바지 사장으로 세운 것 아니야?”

“모르지. 구석에 찐따처럼 처박힌 어느 동양인일지.”

취기가 살짝 돈 이들은 어조도 꽤나 셌다.

‘지랄났네.’

김태호는 그저 웃기기만 했다. 이곳의 누군가와도 엮이기 싫다.

에디 킴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 진짜 온 거야?”

“브래드만이 아닌데? 저 사람들은 설마?”

“···캘리포니아의 정치인들이네.”

“여기에 저 사람들까지 와?”

파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참석한 한 무리의 이들 때문이었다.

선두의 중년인이 이 파티의 주최자인 골든그룹의 CEO인 브래드였다.

뒤따라 들어오는 이들도 그 무게감이 결코 적지 않았다. 모두 캘리포니아의 저명한 정치인들이었다.

다들 눈에 탐욕이 일었다.

실리콘밸리가 아닌 캘리포니아를 움직일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브래드에게 잘 보일 수 있다면, 투자만이 아닌 정계의 인사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몇몇 이들은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역으로 브래드와 그 일행의 눈 밖에 난다면?

그건 상상하기 싫었다.

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할 생각은 버려야만 할 터였다.

서로 눈치를 봤다.

그때 움직인 것은 에디 킴이었다. 그는 두 팔을 벌리며 브래드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입니다. 브래드씨!”

“에디! 이 능구렁이 같은 친구같으니. 내가 주최자이기는 하지만, 와도 되나 모르겠군. 젊은 친구들이 벌써 불편해하지 않나.”

“젊은 친구들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자리만이 아니라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도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응당 오셔야하죠.”

“여전히 말은 잘 해. 다른 젊은이들도 자네처럼 좀 당당해질 필요가 있는데 말이야.”

브래드는 에디 킴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사이였다.

그걸 보는 이들은 수군거렸다.

둘을 보는 눈빛은 마냥 살갑지 않았다. 부러움과 함께 질시를 담고 있었다.

에디 킴이 실리콘밸리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그건 브래드에게서 직접 대면해 투자를 끌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에디 킴이 맡은 회사가 커질수록, 투자를 한 골든그룹도 만족스러운 이득을 얻었다.

둘의 관계는 바늘과 실이었다.

실제로 브래드는 자신이 주최하는 파티임에도 늘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연말에나 가끔 나타날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후원하는 정치인들까지 대거 함께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에디 킴은 김태호에게 다가갔다.

“김태호 사장님, 이제 주인공이 나서실 차례입니다.”

“서프라이즈치고는 너무 큰 것 아닙니까?”

“브레드도 평소에 사장님을 뵙고 싶어 했었습니다. 다만, 오늘에서야 시간이 났을 뿐이죠.”

“확실히 골든그룹이라면.”

김태호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골든그룹의 CEO라면 1분1초도 쉽게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좋게 생각하십시오. 평소에 오지도 않던 파티에 오로지 당신을 보고자 왔으니까요.”

에디 킴은 그러니 평소의 김태호면 충분하다고 했다.

“브래드씨! 이분이 우리 재영공업의 선장이신 김태호 사장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이 골든그룹의 사장이신 브래드씨입니다. 김태호 사장님.”

에디 킴은 자연스럽게 둘을 소개해줬다.

“반갑습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라고 합니다.”

“골든그룹의 브래드입니다. 파티는 그렇게 즐기지 않는데, 둘이서 담소나 나누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김태호는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브래드는 VIP실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파티장과 달리 안은 고요했다.

“제가 시간이 나지 않아서 파티장에서 뵙게 되는군요. 불편한 자리였다면 미리 사과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가끔은 해보지 않은 일도 해봐야죠. 그보다 귀한 시간을 내신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간단합니다. 전 투자를 하는 사람이고, 이곳에 좋은 투자처가 있으니까요.”

“과연. 투자입니까.”

김태호는 투자를 받지 않았다. 그건 이전부터 이어진 기조였다.

언젠가는 변하더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솔크로부터 시작된 기증으로 재영공업은 무려 4개의 공장을 확보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고스란히 가정용 연료전지 생산기반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예전에도 본사의 투자를 거부하신 적이 있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투자라기보다는 그냥 후원에 가깝습니다. 재영공업과 틀어지고 싶지 않으니까요.”

“후원이요? 투자회사가 저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다는 겁니까?”

김태호는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부디 김태호 사장님이 추진하는 사업이 하루라도 빨리 진행되기를 원하는 겁니다. 그래서입니다.”

브래드의 눈에 장난기 같은 것은 없었다. 두 눈은 오로지 김태호만을 담았다.

“동행한 분들과 관계가 있습니까?”

“그분들이 절 따라온 겁니다. 그들은 지금처럼 재영공업이 실리콘밸리를 떠나더라도 캘리포니아에 남기를 바라겠죠.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의 중심이 자신의 지역사회에 있으면 발언권이 세지니까요.”

브래드는 잠깐 목을 축이며 말을 이었다.

“골든그룹은 재영공업이 어디에서 재시작해도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투자는 연료전지산업 전반에 걸쳐져 있습니다. 윌리엄 차관이 기획하고 있는 사업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영공업이 더 잘 되기를 바랄 뿐인 겁니다.”

“과연. 전 일본기업과 달리 관련된 일거리를 미국 전역에 제공하니까요.”

“예. 그 지긋지긋한 섬나라 친구들을 좀 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후원이 의심스럽지는 않으시겠죠.”

“물론입니다.”

김태호도 충분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시장이 점유하고 있는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 그걸 되찾는다면 골든그룹은 후원금액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제가 제안 드릴 금액은······.”

브래드는 준비한 것은 후원서였다.

금액은 천만달러였다.

“제 사비로 인한 첫 후원입니다. 그러니 아무런 부담 없이 받아주시지요.”

브래드는 앞주머니에 꽂은 만년필을 건네주었다.

김태호의 선택만이 남았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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