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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2화 (42/49)

42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재영공업의 금속분리판이 순차적으로 납품이 되었다. 그 물건들이 성과를 보이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작은 추가제작을 한 솔크부터였다.

자사의 건물에 설치한 연료전지는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그렇게 모여진 데이터는 더없이 훌륭했다.

그들에 대한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오하이오 주의 관공서의 설치사업의 일정이 더 앞당겨졌을 정도였다.

어디 그뿐인가.

오션캐리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솔크보다 더 큰 성과를 봤다.

같이 수소선박 개발에 들어간 미국선박회사 중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다.

탄소중립의 강화 및 촉구를 주장하는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우수사례로 거론될 정도였다.

건물용과 운송형.

두 가지에서 한 발자국 앞서나가는 회사들을 사람들이 주목했다.

공통적인 것은 하나.

바로 금속분리판 납품업체인 재영공업이었다.

“그 회사가 윌리엄 차관이 관심을 가졌다던 회사지?”

“관계자들 말로는 금속분리판 자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던데?”

“한국의 업체라고? 맙소사.”

“괜히 주목을 받는 업체가 아니군. 실리콘밸리에 땅을 괜히 준 것아 아니었네.”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재영공업이 자연스럽게 올랐다.

정계에서도 그 정도였다.

산업계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었다.

업계 사람이면 모를 수 없었다.

초기보다 전체적으로 5%~7%가 상향이 되었다.

솔크나 오션캐리어가 공개한 제원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성능이었다.

평가가 좋은 것은 당연했다.

이론을 무시해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누가 평가절하 할 수 있을까.

솔크만 하더라도 다음 사업은 경쟁자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오션캐리어도 대통령의 언급에 주가가 폭등할 정도였다.

이론을 뛰어넘는 오버스펙.

그 주인공에 대한 회자는 거듭될수록 뜨거워졌다.

재영공업의 김태호.

동양에서 온 장인만이 그걸 해낼 수 있었다.

두 업체의 경쟁사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그만큼의 결과를 내려면 지금보다 더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어야만 했다.

특히 솔크와 재영공업의 마찰에 오하이오 주의 사업을 노리던 이들은 치명적이었다.

솔크의 데이터가 미달이 될 것을 노려 공격적인 로비를 했었기 때문이다.

재영공업의 제품은 결과를 바꾼다. 생산단가와 품질 따위로는 감히 비할 수 없었다.

모든 기업들은 계획을 변경해야만 했다.

생산계획의 제1순위.

모두 재영공업의 이름을 올려야만 했다,

재영공업의 미국공장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하루가 지날수록 찾아오는 회사가 늘어났다.

건일ADOS와 솔크.

두 사례를 파악한 이들은 혹시 3공장이 필요하지 않는지 문의를 하기 시작했다.

뒤쳐지기 싫다면 기증하라.

실리콘밸리에 돌기 시작하는 말이었다.

*       *       *

김태호와 에디 킴은 행복한 웃음을 머금었다. 사업현황도 좋지만 자발적인 기증 문의가 그들을 기쁘게 했다.

“이것도 아직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사장님.”

“그러니까요. 이제 시작이죠.”

미국은 미국이었다.

김태호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려 100곳이 넘는 회사가 기증 의사를 보였다.

미국에 유의미한 실적이 더 쌓이면 어떻게 될까.

이보다 더 뜨거울 것이다.

같은 산업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주택공사와 국회의원들이 움직였던 것처럼. 미국의 윌리엄 차관이 나섰던 것처럼.

이제는 주지사들이 그의 공장 유치를 바랄지도 몰랐다.

“솔크처럼 오해를 하는 회사가 많아서인지 자신들과의 계약도 괜찮은지 문의를 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오해를 하게 계속 둘까요? 당연히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 고지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경쟁사들의 기술 수준은 특별하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유로의 형상에서 차이는 있지만, 서로 비슷한 두께와 재료의 금속분리판들이었다.

김태호에게는 부담이 없었다.

어느 회사의 물건이라도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와 비할 수 없었다.

거의 3분의 1 정도의 기간 만에 양산체제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금형이 완성되자마자 가공이 되는 수준이었다.

“경쟁사들 사이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 이득이 제일 큽니다만, 지금 당장은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업계전체가 재영공업에 의존해야만 합니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죠.”

에디 킴은 그 줄다리기에 안전장치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열기에 휘둘려 중심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본사가 더 영향력을 펼치려면 근본적으로 더 많은 업체와 거래를 해야만 합니다.”

그랬기에 3공장의 건설 뒤가 중요했다.

지금 쏟아지는 기증을 추스르면 4공장에 대한 계획도 실현이 가능했다.

“동의합니다. 최대한 많은 업체와 거래해야죠.”

현재 가동되는 1, 2공장으로는 부족했다.

누구보다 김태호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었다.

제작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규모에서 오는 한계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김태호는 고민을 거듭했다. 어떤 것이 좋을까. 당장 뾰족한 방도가 없을 때였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마치 재영공업처럼.”

모두의 관심에서 잊힌 회사들이 있다.

생산, 기술, 자본.

이 모든 것이 뒤떨어진 후발주자가 업계의 선두와 경쟁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실적만큼 높게 평가될 것이 있을까.

재영공업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하던 이들도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디 킴도 바로 알아들었다. 그는 손뼉을 칠 정도였다.

“좋은 방법입니다. 후발주자들에게는 희망을, 선두주자에게는 공포심을 주는 것이로군요. 이건 아주 좋은 마케팅 수단입니다.”

“다른 회사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저만은 가능하니까요.”

김태호의 강점은 그만이 안다.

이 세상의 누구도 그걸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어떤 파급력이 나타날까.

이건 그도 가늠할 수 없었다.

단 하나의 부품이 제품 전체의 성능을 올릴 수 있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생각할 것이다.

“최근에 가공한 것보다 뒷세대의 것이면 더 좋겠네요. 금속분리판의 두께도 더 두터워서 가공 난이도가 대폭 낮아지죠.”

또한 공정에 들어가는 기술과 시간이 줄어든다.

생산단가도 그렇게 될 것이다.

“앞선 자들이 흔들리고 뒤쳐진 이들이 재영공업을 찬양한다면 시장의 주도권이 재영공업에 따라 파도칠 것입니다.”

“그러니 첫 시작이 중요합니다. 업체선정이 각별한 유의가 필요해요.”

김태호가 단순히 금속분리판만 생산한다고 될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마나가 부착되기 힘든 유로의 금속분리판을 고수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그때는 조금의 조언도 필요할 것 같았다.

그걸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업체여야만 했다.

사고가 유연하면 좋다.

그보다는 뒤가 없을 정도로 절박하면 더 좋았다.

“말씀하신 조건에 맞는 업체들을 선별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에디 킴은 조건에 맞는 업체를 선별했다. 그중에서 김태호가 두 회사를 선택했다.

첫 번째는 노사 에너지였다.

미국의 연료전지 1세대 격인 회사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무너진 곳이기도 했다.

CEO들의 오판으로 인한 경영난부터 시작이었다. 기술개발 또한 뒤쳐졌다. 후발주자들에게 금방 따라잡힐 정도였다.

지금에서야 부랴부랴 정신을 차렸지만, 늦은 상태였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두 번째는 블루벌크였다.

소형선박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던 곳이었다.

결과도 미흡하지만 오션캐리어의 등장으로 선구자의 자리에서 곤두박질쳤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하나.

자사의 기술에 만족에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김태호에게도 교훈이 될 곳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두 회사는 재조명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잠깐일 뿐이었다.

모든 이들이 재영공업에 주목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두 업체의 사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곳도 아닌 재영공업이다. 설마 이곳과 거래를 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재영공업을 찾는 회사가 하루에 몇이던가. 계약은커녕 연락도 제대로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었다.

경쟁률은 못해도 수백 대 일이었다.

그러니 재영공업이 지정한 날짜에 조금도 늦지 않았다.

재영공업 제1공자의 입구.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사장인 사람은 에디 킴이었다.

“두 분 어서 오십시오. 재영공업의 에디 킴입니다.”

에디 킴은 두 회사의 사장을 안내했다.

먼저 소개 시켜 준 곳은 본사의 사무실이었다. 에디 킴은 거기에서 소소하게 담소를 나눴다.

대화 중에도 두 회사의 사장은 이곳저곳을 살폈다.

에디 킴은 그 의미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결국 두 회사의 사장은 본심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크흠. 그런데 혹시 김 사장님은 오늘 없으신 겁니까?”

“그래도 한 번 얼굴은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그렇군요. 오늘은 사장님께서 2공장에 가 있으셔서 말이죠.”

에디 킴은 안타까워했다. 거기에 탄식이 일자 그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1공장에 일이 있으셔서 지금 그곳에 계십니다. 같이 가시죠.”

“정말입니까? 김 사장님이요?”

“작업을 구경할 수 있군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그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솔크와 오션캐리어. 두 회사의 성과로 김태호의 작업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었다.

쇼케이스를 보지 못한 이들은 김태호의 작업을 직접 보고자 했다.

‘극적인 효과는 마지막일수록 잘 드러나지.’

에디 킴은 보이지 않는 미소를 머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는 것처럼 두 고객들은 지독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쉿. 여기서부터는 침묵을 유지해주십시오.”

공장에 가까워지자 에디 킴은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본인부터 발자국 소리를 최대한 줄였다.

공장은 딱 한 사람씩만 들어갈 수 있게 열려져 있었다.

“······.”

공장에 들어간 이들은 침묵했다.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두운 공장.

조명 하나만이 김태호와 기계 하나를 비추고 있었다.

김태호는 금형을 교체했다. 정확한 손과 눈. 하나하나 세팅을 한 그의 몸에서는 땀이 흥건했다.

머리 위로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였다.

구구구구궁.

세팅 후, 기계를 가동했다.

자동화 프레스 기계의 고동소리가 공장에 울려퍼졌다. 울부짖는 강철의 울부짖음.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을 쓸어 담는 김태호는 경건해 보일 정도였다.

터엉.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일까.

김태호는 첫 번째 제품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기계를 멈춘 후, 다시 세팅에 들어갔다.

터엉.

두 번째 제품도 같았다.

세 번째. 뒤이어 네 번째. 그때야 김태호는 만족스러워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금속분리판을 작업대에 올렸다.

작업은 끝이 아니었다.

다른 금형을 기계에 세팅했다. 이번에 가공되는 금속분리판은 크기가 사뭇 달랐다.

‘우리 회사의 것인가?’

‘설마. 아니겠지.’

두 명의 사장에게 의구심이 차올랐다.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뒤이어진 작업이 모든 의문을 잠재웠다.

그저 집중할 뿐이다.

왜 김태호를 모든 사람이 찾는지를 깨달았다. 저런 장인은 세상에 흔치 않았다.

두 번째 금형의 작업이 끝난 뒤.

저벅. 저벅.

김태호는 두 종의 금속분리판을 들고 왔다.

“선물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두 명에게 주었다.

“이건 우리 회사의 것이랑······.”

“두께만 같고 다른 물건이잖아!”

넋을 놓고 살피던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연료전지에 들어가는 금속분리판의 두께는 0.085mm까지입니다.”

그런데도 김태호는 이들이 준 0.09mm대의 금속분리판을 가공했다.

데이터를 떠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로는 바뀌어야 합니다. 저와의 거래가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최후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예전의 영광을 되살릴 수 있는 실낱같은 기회.

김태호는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이건 그들이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해야만 했다.

끝의 끝에 선 사람은 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자존감에 그걸 거부한다면 그나마 지켜온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

이건 시험대였었다.

“심사숙고한 뒤에 답변을 주십시오. 거래는 그 이후입니다.”

김태호는 땀을 닦아내고는 2공장으로 향했다. 뒷수습은 에디 킴이 해줄 것이라 믿었다.

다음날.

김태호에게 두 회사 사장의 전화가 왔다.

[재영공업의 결정을 믿습니다.]

[다른 업체와 경쟁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얼마든지요.”

김태호는 그들이 일어날 계기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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