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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1화 (41/49)

41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말도 안 돼.”

핸더슨은 충격에 빠졌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솔크의 연구진은 실패했다. 재영공업의 비밀을 파헤치지 못한 것이다.

3D 정밀측정부터 시작해서 온갖 방법을 도입했다. 특수한 공법이 있는가 싶어서 금속분리판도 훼손하면서까지 진행했었다.

그런데도 그 어떤 실마리 하나 찾지 못했다.

물론 하나 알게 된 사실도 있었다.

재영공업의 비밀을 솔크의 수준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핸더슨은 연신 한숨을 쉬었다.

예비물량으로는 모자라서 한 번 가동을 한 연료전지까지 뜯었다.

실험가동 후의 변화까지 알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 해체 및 재조립의 과정에서 훼손된 금속분리판이 많았던 것이다.

사내건물에 정상적으로 배치하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제길, 테이터를 뽑아야하는데.”

구색을 맞출 수도 없었다.

재영공업의 데이터가 너무 좋았다. 어설프게 주문한 것 따위로는 데이터를 낼 수도 없었다.

오하이오 주의 관공서 사업.

거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핸더슨은 재영공업에 정식으로 메일을 보냈다. 높아진 단가로 제안을 하면, 금속분리판의 추가가공을 해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거절이었다.

계약상의 의무를 다했기에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핸더슨은 재차 보냈다. 그래도 결과는 같았다.

에디 킴은 전화마저 피했다.

“제기랄. 이걸 안 해준다고?”

핸더슨은 막다른 길목에 몰렸다.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낮은 효율의 타사제품을 쓰거나. 아니면 재영공업을 찾아가거나.

“에디 킴과의 협상은 너무 힘든데.”

그렇다고 해도 전자는 택할 수 없었다.

사업은 결과였다. 재영공업을 어떻게 설득해야만 했다.

핸더슨은 하나의 소식을 떠올렸다.

김태호.

그가 미국에 돌아왔었다.

신용과 신뢰. 그걸 앞세운 것이 김태호의 재영공업이지 않았던가.

“인정에 호소하면 또 모르지.”

추하더라도 상관없다.

핸더슨은 상황에 따라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재영공업으로 곧장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쇼케이스를 하던 그 공장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제품을 확인하는 김태호가 보였다.

“김태호 사장님!”

핸더슨은 그를 보며 환호했다.

눈엣가시 같은 에디 킴이 없다. 사장인 김태호만 설득하면 될 일이었다.

*       *       *

김태호는 금속분리판의 품질을 살피고 있었다. 가공은 언제나 완벽했다. 그 하나하나가 미술품 같았다.

“음? 뭐지?”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불렀다. 제품을 보며 하던 설명도 끊길 수밖에 없었다.

“어떤 놈이 사장님의 소중한 교육시간을 엉망으로 만드는 거야!”

곁에 있던 공장장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부리부리한 눈은 목표물을 발견했다.

공장에 어울리지 않는 말끔한 정장의 중년인이었다.

“사장님. 저 사람 솔크의 CEO입니다.”

“솔크요? 역시나 왔네요.”

“부사장이 말했으니까 공장에서 내쫓겠습니다.”

“이번에는 괜찮아요. 제가 이야기 하겠습니다. 어쨌든 고객이었으니까요.”

김태호는 공장장에게 금속분리판을 맡겼다. 땀과 기름에 더러워진 모습이지만, 그는 누구보다 당당했다.

“어쩐 일로 이렇게 급하게 오셨습니까?”

“금속분리판 추가제작이 가능한지 문의를 했습니다만, 안 된다는 말만 있어서요. 실례가 안 된다면 소량만이라도 만들어 주셨으면 해서 왔습니다.”

핸더슨은 지극히 공손했다. 평소의 여유 넘치던 사업가의 모습은 없었다.

“본사는 솔크에 충분한 수량을 납품했습니다. 어떤 일로 부족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까요?”

“조립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그렇습니다.”

“그걸 감안한 생산량이었잖습니까. 평소에 다른 업체가 솔크에 납품되는 것을 기준으로 조율한 분량이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요청이 없을 것 같군요. 무슨 사고가 있던 겁니까.”

김태호는 무작정 만들어주지 않았다. 자신의 일이었다. 거기에 대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했다.

“···작업자들이 좀 실수가 많았습니다.”

“작업자분들이 무능했다면, 계약서에 추가수량에 대한 내용을 적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알아야 반영을 해서 작업을 하지 않겠습니까.”

김태호는 변명 하나하나를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그, 그게 이송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거든요!”

“아뇨. 없었습니다.”

김태호는 기름때가 낀 장갑을 벗었다. 그러고는 스마트폰에서 관련 자료를 보여주었다.

솔크사에서도 제품을 문제없이 받았다는 확인서와 물증이 되는 사진들이었다.

“······.”

핸더슨은 할 말을 잃었다.

김태호의 목소리는 조금씩 날카로워졌다.

“아까부터 자꾸 말을 돌리시는군요. 설마 다른 회사들처럼 본사의 제품을 실험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시지는 않으셨겠죠?”

“재영공업의 제품이 아니면 프로젝트가 위태롭습니다! 이번만 도와주십시오. 그래도 미국에서의 첫 거래가 우리였잖습니까!”

핸더슨은 인정에 호소를 했다. 처량하고 불쌍해 보이지만, 그는 솔크라는 회사의 CEO였다.

사업에 닳고 닳은 경영가.

그들의 눈물은 거짓이다.

그걸 알기에 김태호는 냉정해졌다. 사무적으로 머금던 미소도 사라졌다.

“전 계약서 이외의 작업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에디 킴씨와 이야기를 하십시오.”

김태호는 매정하게 등을 돌렸다.

잠자코 있던 공장장이 핸더슨을 공장 바깥으로 안내했다.

*       *       *

핸더슨은 그대로 갈 수 없었다. 그는 끝내 에디 킴을 만나고자 했다.

“부사장님은 미팅 중이시니 여기 기다리시죠.”

직원은 접객실로 안내했다.

‘···제길.’

핸더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접객실로 가는 도중에 회의실이 보였다.

거기에는 에디 킴과 마주 앉은 이들은 오션캐리어와 아만트리의 임원들이었다.

오션캐리어는 미국선박회사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었다. 또한 수소선박의 개발을 발표한 회사이기도 했다.

아만트리는 거기에 연료전지를 납품하는 회사였다.

저 두 회사가 온 이유는 명명백백했다.

‘수소선박에 납품하면, 우리 회사의 일은 못 하잖아!’

혼자뿐인 접객실.

소파에 앉은 핸더슨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쌌다.

그는 까치발을 들었다.

건너편의 회의실이 엿보였다.

에디 킴과 두 회사의 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뭐가 그러 즐거울까. 커다란 웃음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핸더슨은 그럴수록 더 속이 탔다. 초조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었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목이 말렸다.

“이번 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오션캐리어와 아만트의 임원들은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핸더슨은 접객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에디 킴과 딱 눈이 마주쳤다.

“회의실로 오시죠.”

에디 킴은 냉랭한 태도로 회의실로 돌아갔다.

핸더슨이 앉자 곧바로 물었다.

“왜 연락 없이 찾아오셨습니까. 우리 사장님의 작업을 방해하신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입니다.”

에디 킴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적의를 감추지 않는 태도.

핸더슨은 입안이 바짝 말랐다. 이 자리에서의 갑을의 위치는 절대 바뀔 수 없었다.

“그, 그게 말이네. 금속분리판이 더 필요해서 말이야.”

“왜 필요하냐는 겁니다. 저에게는 솔직하시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겁니다. 절 잘 아시잖습니까.”

“···재영공업의 데이터가 너무 좋았어. 그 이유를 찾아야해서 무리를 좀 했네.”

“하아. 안타깝게도 우리 김태호 사장님은 자신의 제품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이 크십니다. 그걸 훼손하다니. 사실을 아시면 분노하실 겁니다. 그만한 실력을 가지신 장인이시니 아주 당연한 일이죠.”

“······.”

핸더슨은 할 말이 없었다. 주눅이 든 그에게 에디 킴은 엄포를 놓았다.

“핸더슨 씨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셨습니다.”

“이보게. 에디! 자네가 김태호 사장님을 좀 설득해주게. 제발 도와줘!”

“최고의 실력을 가지신 장인이십니다. 그분의 것은 제품이 아닌 명품이라고요. 그걸 그렇게 훼손하다니. 하아. 전 생각도 못했습니다.”

“잘못하면 이번 프로젝트가 무산이 될 수 있어. 그러면 자네가 소개해준 스타팅 기업들도 큰 피해를 입지 않나. 응? 딱 한 번만 도와주게.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야!”

핸더슨은 필사적이었다. 그렇게 나오자 에디 킴의 화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도와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사장님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문제군요.”

“자네라면 할 수 있지 않나!”

“돌리더라도 문제입니다. 이제는 솔크의 제품을 생산할 설비가 없어요.”

“······.”

핸더슨은 절망했다. 힘을 잃은 어깨에 에디 킴이 손을 얹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재영공업이 새로운 공장을 지으려고 할 때, 누가 투자라도 해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

핸더슨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 말의 의미를 모를 수 없었다.

‘재영공업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건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재영공업이 무수한 투자 혹은 인수 제의를 거절한 것은 유명했다.

월가에서도 재영공업을 감히 노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 에디 킴이 있으니 다르지!’

김태호 일인체제의 기업. 거기에 에디 킴이라는 걸출한 사업가가 붙었다.

경영을 일임했으니 투자도 가능할 수 있었다.

“얼마를 원하나. 가볍게 천만 달러? 아니면 성의를 보태서 사천만 달러는 어떤가.”

핸더슨은 최대한의 금액을 말했다. 재영공업에 대한 투자라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에디 킴은 고개를 저었다.

“김태호 사장님은 절대 투자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좋은 부지를 임대를 해주면 모르지 않을까요. 아니면 금속분리판을 가공할 기계를 대여를 해준다거나 말입니다.”

“···내가 땅이 좀 있지.”

핸더슨은 솔크가 가지고 있는 빈 공장부지를 보여주었다. 주변의 경광도 보여주면서 얼마나 좋은 곳인지 어필했다.

“이곳에다가 김태호 사장님이 제작에 참여한 PAL의 프레스 기계가 있으면 딱이지 않겠습니까?”

“무, 물론이지. 물론이고말고. 그래도 이건 너무 부담스러운데.”

핸더슨은 울상을 지었다.

금속분리판 추가 가공 때문에 내주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었다.

“저도 참 부담스럽습니다. 프로젝트가 성과를 못 내면 문제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려면 마땅한 투자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

핸더슨은 점점 흔들렸다.

어차피 빈 부지였다. 까짓것 몇 년 빌려주면 될 뿐이었다. 기계도 중고로 처분하면 될 터였다.

프로젝트가 지체되거나 혹은 낮은 성과를 보이는 것보다는 피해가 덜 할 것이다.

“건일ADOS가 그렇게 편의를 봐주었죠. 아시다시피 본사와 참 좋은 관계입니다.”

“······!”

에디 킴의 그 말이 핸더슨을 일깨웠다.

“그러면 건일ADOS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나?”

“물론입니다. 같은 대우를 약속드릴 수 있죠. 우리 사이이지 않습니까.”

“계약서를 써주게. 그 조건으로 건일ADOS와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고.”

핸더슨은 희망을 찾았다.

건일ADOS에게 그랬듯이, 솔크의 일에 항시 참여하는 재영공업을 상상했다.

*       *       *

에디 킴은 관련된 내용을 보고했다.

김태호는 핸더슨과 에디 킴이 서명한 계약서를 검토했다.

“대단하네요. 추가생산을 대가로 이런 조건을 얻어낼 수 있다니.”

김태호는 연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에디 킴의 수완은 대단했다.

건일ADOS와 재영공업의 관계. 타국에서의 오해가 생각보다 컸음을 알게 되었다. 더 좋은 조건의 제의를 거부하고 건일ADOS과 꾸준히 일을 한 탓이었다.

하지만 김태호는 그런 독소조항이 있는 계약을 받지 않았다.

건일ADOS와 재영공업은 사실상 평등했다.

“재밌네요. 이걸 이용하실 줄은.”

김태호는 속이 시원했다.

과연 핸더슨은 건일ADOS와의 진실을 알면 어떻게 나올까.

핸더슨은 감히 자신의 제품으로 장난을 치려고 했다. 미안하거나 불쌍하지는 않았다.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싼 것이다.

“1공장과 2공장은 각기 발전소와 수소 선박의 일만 전문적으로 받겠습니다.”

1공장과 2공장의 체제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더 많은 공장을 세울 생각이었다.

각 공장마다 전문생산을 계획했다.

미국의 가정용 연료전지의 수출 전까지, 연료전지업계를 재영공업에 물들이는 것이 목표였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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