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36화 (36/49)

36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선진기업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부.]

외교부와 과학기술통신부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G20에 속한 여덟 국가가 13일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해당 국가들은 749MW의 세계최대의 발전용 설비를 구축한 한국의 산업현장을 방문해 기술의 노하우 및 현지 기업들과의 연계를 할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특히 천안주택공사가 실시한 가정용 연료전지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주축인 재영공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관계자는 “재영공업은 늘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졌으며, 이번 그들의 사례는 한국 가정용 발전기 시장의 문제점을 완벽히 보완해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선일보 김한길 기자.

언론들도 재영공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갔다.

탄소중립에 전세계가 무게를 두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재영공업이 유달리 특별함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도입될 수소연료전지에 거는 기대는 더 컸다.

코로나 등의 문제로 지원금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는 재영공업의 제품만이 사용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다.

한국주택공사는 이번 상시 가동률을 80%로 예상했다. 가정용. 특히 농가에 한정이지만 자국의 제품으로 채운다.

이건 특별한 의미였다.

“그래서 귀찮아졌지.”

김태호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창밖을 보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재영공업의 외부를 찍는 리포터와 방송사들이었다.

업무에 지장이 가서 인터뷰는 전부 사절했다.

그랬더니 허가없이 외부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진즉 거부해서 다행이지. 안에 들였으면 얼마나 더 심했을까.”

김태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꼈다. 저런 것에 대해서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했다.

재영공업의 사업은 점점 커졌다. 또한 다양해졌다.

혼자서 책임지기에 벅찼다.

전문 경영인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자칫하면 연구개발쪽의 성과가 더뎌질 터였다.

그랬기에 전문 경영인은 상시모집을 했다.

재영공업의 엄청난 성장세. 그에 맞물려 지원자들은 많았다. 해외에서도 연락이 올 정도였다.

하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재영공업을 함께 할 사람이었다.

서류만으로는 택할 수 없었다. 그만큼 경력이 화려한 이들 뿐이었다.

화려한 것은 겉모습뿐이었다. 정작 연료전지 업계에 능통한 이들은 적었다.

상당수는 김태호의 질문에 답도 제대로 못했다.

외국의 시찰단이 오기까지의 일주일. 수백 번의 면접에서 김태호는 실망만 했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곧 귀빈들이 온다. 불쾌한 감정이 표정에 묻어나서는 안 되었다.

엄경식 장관의 비서에게 전화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김태호 사장님. 장관님께서 귀빈분들과 함께 재영공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직 1시인데 벌써요?”

김태호로서는 의문이었다.

방문일정과 시간은 이미 보고 받았다.

오후 1시 이후에는 가정용 발전기 설치 현장 시찰이 있었다. 재영공업에 들르는 것은 오후 3시 이후의 일이었다.

[재영공업에 그만큼 노골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급하게 일정을 바꿔야만 할 정도로요.]

동행하며 촬영하던 언론들도 느낄 정도라고 했다.

“···이해했습니다.”

김태호는 직원들에게 알렸다. 예상보다 불편한 시간이 길어도 참아달라고 했다.

귀빈들은 재영공업에 도착하자마자 김태호를 찾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악수를 권하고 가벼운 포옹도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말 한 마디를 더 걸려고 시도를 할 정도였다.

김태호는 이 느낌이 익숙했다.

저들을 안내하고 있는 엄경식과 흡사했다.

‘정치인들은 다 비슷하구나.’

그렇다면 차라리 더 편했다.

외국의 정치인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김태호는 시설을 안내했다. 다들 통역을 대동했지만, 준비를 한 대로 영어로 설명했다.

‘다들 진지하네.’

김태호는 귀빈들을 계속 살폈다. 그의 설명에 다들 집중하고 있었다. 중간마다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 본 면접자보다 수준이 높았다.

“이들은 다들 뛰어난 기술자군요.”

“저런 장비로 이렇게 빠른 일 처리라니.”

특히 그들이 놀란 것은 연료전지 조립이었다.

김태호가 인챈트 작업대는 평범한 외관이었다. 연료전지 작업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택의 적층은 신속 정확했다.

인챈트를 모르니 작업자를 칭찬하는 것이다.

시설을 전체적으로 다 둘러본 뒤.

“재영공업은 혹시 가정용 연료전지를 수출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맞아요. 한국의 상시가동률을 극적으로 올렸다죠?”

다들 재영공업을 떠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국주택공사와의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고려할 겁니다. 수출에 대한 계획을 명확하게 세울 겁니다.”

김태호도 수출에는 욕심이 있었다. 다만, 지금이 아닐 뿐이다.

“그러면 우리 기업과 기술제휴는 어떻습니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은데.”

“크흠! 외국기업에게 세금이 적은 우리나라에 공장이 낮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재영공업에서 우리 기업의 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은 어떻습니까.”

재영공업에게 할애된 시간은 길지 않다. 물꼬가 트이자 다들 속내를 드러냈다.

정확한 조건을 말할 자리는 아니다.

그런데도 어느 하나 매력적인 것은 없었다.

“재영공업은 아직 작은 회사입니다. 기술적으로도 배우는 단계입니다. 말씀하신 제안들을 시도할 엄두를 낼 수 없군요.”

김태호는 아쉬운 투로 말했다. 그의 답에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을까.

과열되려는 분위기.

잠자코 있던 엄경식 장관이 끼어들었다.

“자. 귀빈분들께서도 약속한 시간이 됐으니까 현장을 시찰하러 가시죠. 일정을 바꾼 탓에 그쪽에서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엄경식은 일정을 핑계댔다.

서로 논의가 된 일정은 중요했다. 순서를 바꾼 정도였다지만, 이 이상은 외교적으로 결례였다

“후우. 다들 집요하네. 응? 이건 뭐야?”

답답한 마음에 외투를 벗었다. 그러자 안주머니에서 명함 하나가 떨어졌다.

“윌리엄?”

미국 에너지부의 차관이었다. 뒷면에는 저녁에 연락하겠다는 메세지를 한글로 삐뚤빼뚤하게 한글로 적었다.

미국은 가장 적극적으로 접촉하려던 곳이었다. 정작 현장에서는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었다.

김태호도 그게 의아하던 차였다. 이렇게 명함을 넣는 센스는 생각도 못했다. 궁금해서라도 받기로 했다.

월리엄의 전화는 직원들이 정확히 퇴근한 직후에 왔다.

[반갑습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 사장님. 통역 없이 통화를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명함은 잘 받았습니다.”

[먼저 사죄를 드리려고 합니다. 우리의 관심으로 타국이 무리하게 참여를 해버렸습니다. 과열된 분위기로 불편하셨을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만큼 저를 원한다는 것이니 괜찮습니다.”

윌리엄의 공손한 태도를 유지했다. 다름이 아닌 미국의 차관이다.

김태호의 경계심도 조금 누그러졌다.

[먼저 연방정부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윌리엄은 이해하기 쉽게 미국 시장상황을 말해줬다. 특히 가정용 연료전지 중심이었다.

김태호는 집중했다.

정부 시점의 이야기는 그에게는 색다를 수밖에 없었다.

정책을 특혜로 성장했으나 결국 더 돈이 되는 시장으로 방향을 튼 자국의 기업. 그 빈자리를 파고 들어버린 일본의 업체들.

연방정부로서는 속 터질 일이었다.

그런데 재영공업은 달랐다.

일본의 제품보다 뛰어났다. 가격도 독점을 핑계로 높게 받지도 않았다.

연료전지만 공급해서 설치 및 관리 프로그램의 업체들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보고 있구나.’

김태호는 충격을 받았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리는 재영공업을 원합니다. 금일 들었던 지원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시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 미합중국입니다.]

“그렇겠죠. 미국의 스케일이라면 범접할 수 없으니까요.”

[김태호 사장님의 능력과 야망을 펼치기에는 한국은 너무 좁습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방향성을 잘못 잡고 있기도 합니다. 당신의 재능을 썩히실 겁니까? 성조기의 아래에서라면 그 재능을 만개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윌리엄만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김태호를 인정했다.

연방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재영공업은 넥스트 에너지나 알파퓨얼셀보다 더 큰 기업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성조기는 별이 너무 많아서 제가 그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미국으로의 이민. 그에 더해 전폭적인 지원.

매력적인 이야기. 하지만 그뿐이었다.

김태호에게 재영공업은 모든 것이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면 그건 개인의 힘이어야만 했다.

국가의 도움. 그 단어에 자신의 노력이 부정당해서는 안 되었다.

[세계시장에서 미국인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업가라면 심사숙고할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그 차이조차 극복하는 것이 진짜 기술력입니다.”

김태호의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아쉽습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 재영공업이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은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출에 대해서는 말씀드렸던 것처럼 긍정적입니다. 정식으로 제의를 주시면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김태호도 수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욕심은 금물이었다. 지금은 국내물량도 소화하기 힘들었다.

미국시장으로의 진출? 당장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       *       *

윌리엄이 미국으로 돌아가고 삼주 뒤.

김태호는 정부로부터 올해의 혁신기업상을 받았다. 이번 천안주택공사와의 일은 그만큼 주목을 받았다.

김태호를 잡기 위해서였을까.

수상당일. 수출을 위한 여러 제도와 절차에 대한 친절한 설명까지 받았다.

수소규제자유특구이니 이용할 수 있는 혜택도 자세히 설명을 받았다.

혼자서는 더 이상은 무리다.

김태호는 적극적으로 전문적인 경영인들과 접촉을 했다.

대기업의 전무부터 중견기업의 사장 출신 등 하나같이 쟁쟁한 이들이었다.

재영공업처럼 작은 기업에는 맞지 않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김태호에게는 전문적인 지식만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영자가 필요했다.

그런 부분에서 해외에 있는 이들은 나았다.

몇 명 마음에 들었던 이들도 있었다. 문제는 그런 경우 한국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경영자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부장이 필요한 시기도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지원을 하다니.”

실망과 실망을 거듭하던 날.

김태호조차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새롭게 추가된 지원자 목록. 거기에 있는 단 한 사람의 이력 때문이었다.

“에디 킴. 진짜 이 사람이구나.”

평생 한국에만 산 김태호다. 그 조차도 잘 아는 이름이었다.

에디 킴.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경영인이었다.

스타팅기업으로 시작한 회사 세 곳을 업계에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만들어냈다.

기업을 키워주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경영가. 아직도 미생에 멈춘 수많은 기업들만이 아니다.

완생이 된 곳조차 원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반갑습니다. 에디 킴입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입니다. 설마 에디 씨와 같은 분이 지원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이 회사를 보면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화상 속의 에디 킴은 상기되어 있었다.

“재영공업이 당신의 흥미를 살 수 있는 기업입니까?”

[완벽하죠. 차고 넘칩니다.]

“재영공업을 어떻게 경영하실 수 있으십니까.”

[예전 회사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것이 알콥이죠.]

김태호도 알콥은 잘 알았다.

월급도 제대로 내지 못하던 스타팅 기업. 그걸 3000억의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로 만들었던 것이 에디 킴이었다.

재영공업에 에디킴이 오면 어떨까.

호랑이에 날개가 달리는 격이었다.

[제가 맡은 이들의 특징은 너무나 다양하게 할 줄 알았다는 겁니다. 선택과 집중. 성공한 뒤에 해도 될 것을 처음부터 하려고 하죠. 전 그걸 짚어냅니다.]

“저도 그렇다는 겁니까?”

[김태호 사장님은 영리합니다. 좋은 경영가입니다. 한국시장으로만 볼 때는요.]

“세계시장에서는 어떻습니까.”

[전혀 위력적이지 않습니다. 재영공업이 생산하는 것은 명품이 아니라 제품입니다. 희소성에 가격이 높아지지 않죠.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술은 결국 가치가 없는 법입니다.]

“······.”

김태호도 사뭇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에디킴은 말을 이었다.

[재영공업이 준비가 될 때는 늦었습니다. 지금 성장규모로 보면, 미국시장에 도착할 때는 일본기업들이 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비집을 틈을 없앴겠죠. 혹은 연방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던가요.]

“과연. 그건 인정합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재영공업의 성장은 눈부시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이 손가락만 빨고 있지는 않으리라.

김태호가 자극제가 되었다.

세계의 기업들이 더 R&D에 투자를 쏟고 있지 않은가.

“결국 제가 잘못되었다는 겁니까?”

[방향성 차이입니다. 재영공업은 모든 것을 뒤집을 키가 있죠.]

“그게 어떤 겁니까.”

[재영공업은 미스테리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어떤 기업도 당신의 기술을 재현하지도 못한다더군요. 이건 전대미문의 일입니다.]

“그 기술을 오픈하자는 겁니까?”

[건일ADOS처럼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청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영국의 아편처럼.]

에디 킴은 미소를 지었다.

김태호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건일ADOS를 보라. 그들은 협력사인 재영공업에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혹여 그들과 틀어질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 여파는 건일그룹에까지 갔다.

과연 미국의 기업들이라고 다를까?

“마법을 부리면 되겠군요.”

김태호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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