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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34화 (34/49)

34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배관 문제가 일단락이 된 후.

김태호는 수소 트럭에 큰 신경을 쓸 이유가 사라졌다.

건일ADOS쪽이 현재 케이스에 맞는 것으로 0.082mm의 금속분리판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김태호도 이견은 없었다. 어차피 수소 트럭은 최고의 스펙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계시장을 새롭게 쓸 것이다.

그때까지 김태호는 프로토타입을 위한 생산을 할 뿐이었다.

그 이외에는 회의만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게 끝이었다.

그랬기에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가정용 발전기를 건물용으로 확장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곧바로 전환할 수는 없었다.

남들은 모두 뛰어나다고 했지만, 그의 기준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지금의 제품으로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가 없는 거니까.”

김태호도 가정용 발전기의 실상은 잘 알았다.

세계 최대의 발전효율을 보이는 것이 그의 것이다. 그런데도 보조금이 없으면 가동에 부담을 가지는 이들이 있었다.

구조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야 건물용, 나아가 발전소와 같은 대용량 시설까지도 순탄할 터였다.

“언제까지 지원금이 있으라고는 생각하면 안 되니까.”

김태호는 냉정히 판단했다.

지금의 성과는 결국 정부의 힘이었다.

과연 구매자들이 재영공업을 선택했을까? 아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지원금이었다.

그러니 만족할 수 없었다.

지금의 고객은 정부가 만들어준 고객이었을 뿐이다.

“억지로 쥐여준 장난감 신세로 놔둘 수 없지.”

김태호는 완전한 사업가는 아니었다.

그는 장인이었다.

누구보다 예리한 손과 민감한 손. 그리고 무너지지 않는 정신이 있었다.

“모두가 열광해야 해.”

그는 이미 숱한 성공을 거뒀다.

남들은 단 한 번도 만끽하지 못할 영광이었다.

그랬기에 세상의 모두가 재영공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번 제품도 그래야만 했다. 구매자들이 직접 원해야만 한다. 그게 아니고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1kw 같은 작은 것도 못해서는 안 되니까.”

김태호는 가정용 연료전지를 재점검했다.

발전효율은 68%에 종합효율은 97%였다. 남은 29%는 반응열이었다.

“종합효율은 100%로 맞추는 것에 급급해서는 안 돼.”

중요한 것은 발전효율이었다.

이걸 높여야만 했다.

하지만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이 난제에 부딪힌 기업은 너무나 많았다.

“반응열을 낮추면서 높인다라.”

이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타 회사의 제품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종합효율이 90%라고 하더라도 실상은 발전효율이 턱 없이 낮았다.

바로 열을 제어하지 못해서다.

“난 발전효율에 비해 열이 낮은 편이었지.”

왜 그게 가능했을까.

외부에서도 궁금할 것이다.

그러니 재영공업의 기술을 자꾸 분석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답을 찾지 못했다.

“마나.”

재영공업의 성과. 그건 기술적으로 뛰어나서만이 아니었다.

바로 마나였다.

이 세상에서 그만이 볼 수 있는 미지영역이 답이었다.

김태호도 이제는 마나의 성질을 조금씩 깨달아갔다. 당장 건일ADOS의 것과 자신의 물건을 관찰하면 알 수 있었다.

마나는 고온에 취약했다. 마치 한여름의 도시에 있는 것처럼 움직임이 굼떠지는 행동을 보였다.

이건 효율이 낮아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낮은 온도에서 가동하는 수소자동차의 마나는 훨씬 생동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나를 최대한 활용해야만 해.”

마나가 정답이었다. 최대한 활용한다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동온도에 문제가 생긴다면 종합효율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건 실험이고 도전이었다.

발전효율이 높아지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아니면 연료전지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문득 이번 배관 사태가 생각났다.

수소 트럭 때처럼 지금의 연료전지 구조가 마나를 제약하는 것이지 않을까.

“구조는 문제가 없는 거였구나.”

김태호도 실험을 해봤지만, 기존의 구조에서는 마나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에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

처음부터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가격도 고려해야 하니까.”

김태호도 사업가였다.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현실적이지 않은 가격은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

성능 대비 낮은 가격도 문제였다.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고려하지 않으면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오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었다.

“촉매가 특히 그래.”

화학적 반응이 특히 높은 것이 백금촉매였다. 연료전지만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중요하게 쓰였다.

백금족은 특히 희소해서 매년 가격이 폭등하고 있었다. 1트로이온스에 1,000달러를 상회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소재로 대체하는 연구는 세계각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격도 낮고 마나에 더 반응이 좋을수록 더 좋은데.”

일단 백금 이외의 촉매를 쓴 적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백금족 촉매들의 마나작용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 이외에도 저렴한 니켈이나 철, 코발트 등의 촉매도 대상이었다.

재료가 차곡차곡 쌓였다.

김태호는 공장 C동에 실험구역을 따로 분리했다. 그 안에는 이번 실험을 위한 연료전지가 하나씩 설치가 되었다.

첫 번째는 로듐, 루테늄, 이리늄 등의 백금족 촉매였다.

연구직원들도 정상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예상했던 대로의 데이터들이었다.

직원들이 퇴근한 후가 진짜였다.

김태호는 혼자 공장에 남았다. 인챈트 안경과 돋보기를 챙겨 마나의 흐름을 살폈다.

렌즈를 통해 보이는 세계는 그만의 것이다.

백금족은 대부분 비슷했다.

예외는 루테늄이었다. 뭔가 서두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번씩 뒤엉키는 현상까지 나왔다.

“루테늄은 필요 없겠는데.”

이상 현상에 관심이 갔으나 데이터가 그렇게 높지도 않았다.

다음은 니켈과 철, 코발트 촉매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영 안 좋네.”

마나는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지나치게 마나가 억제되어 있었다. 가격이 높더라도 백금족을 쓰는 이유를 깨달았다.

“돌고 돌아 백금족인가. 가격이 너무 높은데.”

가격에서 숨이 막혔다.

결국 김태호도 백금족의 대체품에 손을 뻗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복합촉매였다.

비싼 백금족 소량에 코발트와 철을 복합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개발이 되었다.

상용화도 조금씩 이루어질 시기였다.

“효율이 낮은 전이금속의 마나가 억제가 되니까. 루테늄이면 조합이 맞을 것 같은데?”

문득 든 생각에 두 눈이 밝아졌다.

루테늄은 이상 현상으로 마나가 불안정한 편이었다. 그래도 철과 같은 전이금속보다는 좋은 촉매였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올까.

오로지 마나를 기반으로 생각했다.

결국 루테늄 촉매의 마나는 흐름을 이길 정도로 강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합촉매가 된다면 그걸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복합촉매의 경우 화학적 효과는 물론 수명도 길었다.

김태호는 수소문을 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이지만 아직 제대로 쓰려는 기업이 없었다.

어떤 기술이라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이론대로 될 수 없었다. 실제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쳐서 외면을 받고 있음을 알았다.

수요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그랬기에 생산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냈다.

김태호는 없는 수요도 만들어낼 수 있는 파급력이 있었다.

문제는 해결되었다.

세 번째 실험의 주인공은 루테늄 복합촉매였다.

제품이 늦게 온 탓에 직원들은 조립만 하고 퇴근했다.

김태호는 홀로 해당 연료전지를 가동했다. 내일 일찍부터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움직이나 볼까.”

김태호는 인챈트 안경을 꼈다.

부르르!

그의 손이 전기를 맞은 것처럼 떨렸다.

루테늄 복합촉매는 달랐다. 예상했던 것과는 아예 다른 양상이었다.

불안정함이 더 잦아졌다.

“···살아있어.”

하지만 생동감이 느껴졌다. 억압조차 받지 않았다. 자유롭게 공간을 유영하고 있었다.

“이거다. 바로 이거야!”

두 주먹에 힘이 실렸다.

데이터와는 상관이 없었다. 이토록 생동감이 있는 마나를 접한 적이 없었다.

소재는 찾았다.

남은 것은 방법이었다.

과연 어떻게 해야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마나를 살리기 위한 인챈트 연구에 들어갔다.

며칠 동안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뾰족한 답이 없었다.

김태호도 답답해졌다. 목표가 코앞이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끝이었다.

그 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직원들이 주는 아이디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직원들이 어떻게 마나에 대해 알 것인가.

김태호가 해결해야만 했다. 다른 촉매와의 차이.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가 미처 놓친 부분이 있을 터였다.

“···아.”

그리고 실마리가 잡혔다.

방향성이 틀렸다.

이때까지의 인챈트는 모두 하나의 특징이 있었다.

바로 마나의 집결이었다.

인챈트를 펼치면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던가. 바로 마나가 희박한 세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테늄 복합촉매로 인한 수소연료전지 내부는 달랐다.

그가 경험한 장소 중에서 대기 중 마나의 밀도가 가장 높았다.

“모을 필요가 없잖아.”

마나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왜 흐름에 따라야만 하는가.

마나가 흐름을 만들어 가면 되는 일인데!

“그러면 되는 거였어!”

김태호는 인챈트 도구들을 챙겼다. 웃음을 터트리면서 펜을 쥔 손이 춤을 췄다.

한 획을 그을 때마다 머리에 벼락이 치는 희열이 느껴졌다.

몇 시간 동안 그가 완성한 문장은 바로 마나의 활성화 인챈트였다.

오오오오오!

완성된 문장은 이때까지와 달랐다.

연회 따위가 아니었다.

마치 한여름의 축제와 같았다.

마나들의 공명음은 군중의 함성과 같았다.

김태호는 각인을 한 종이를 들어 올렸다. 대기 중의 마나가 그 위에 닿을 때!

마나는 1.5배속을 한 것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궤적도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촉매층에 넣을까. 작업대?”

먼저 생각이 든 것은 작업대였다.

스택의 적층에 촉매층은 들어가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냐. 금속분리판까지 영향이 갈 수 있어.

그렇다면 어디가 좋을까.

김태호의 눈이 공장 구석구석을 훑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잖아.”

촉매층을 보관하는 파렛트. 거기에 새기면 되는 일이었다.

김태호는 즉각 가공에 들어갔다. 마나 글자와 상태 이전. 마지막으로 마나 활성화가 새겨졌다.

세 개의 문장은 조화롭게 빛을 토했다.

마나가 차오를 때마다 촉매층 하나씩 인챈트가 되었다. 그 주변의 마나는 유례없을 정도의 움직임을 보였다.

김태호는 자신의 선택이 맞았음을 알았다. 그는 흥분을 억누르지 못했다.

남은 것은 데이터뿐이었다.

다음날. 인챈트가 된 촉매로 만든 연료전지의 가동을 했다.

“사장님이 어쩐지 얼굴이 좋으신데?”

“해결책을 찾으신 것 같아.”

직원들도 이제는 김태호의 얼굴만 봐도 알았다. 어제 머금은 실망보다 더 크게 기대가 되었다.

데이터가 모이기 시작했다.

결과를 모으자 직원들은 침묵했다. 높게 올라가는 수치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푸하하하!”

오로지 김태호만이 웃을 뿐이었다. 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차마 억누를 수 없었다.

루테늄 복합촉매층의 도입으로 생산단가는 7%나 감축했다.

반응열은 5%나 떨어졌다.

그 수치만큼 발전효율이 상승했다.

무려 73%를 기록한 것이다!

“이거면 된다.”

마지못해 쓰던 가정용 연료전지.

이제는 다르다.

보조금을 떠나 구매할 수밖에 없는 제품으로의 길이 열렸다.

김태호는 천안주택공사에 해당 제품의 정보를 공개했다. 지금 개발 중인 가정용 발전기가 완성이 된다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정부, 가정용 연료전지 사업에 100억 지원 발표.]

[정부, 농가에 가정용 연료전지 도입 의무화 추진.]

정부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재영공업의 제품을 수소규제자유특구를 떠나 전국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태호로서도 의외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건 뭐야.”

폭주하는 회사의 메일.

김태호도 직원이 말해준 문제의 내용을 살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연료전지의 강대국들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들은 재영공업의 제품을 원하지 않았다.

김태호.

바로 그를 보고자 초청한 것이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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