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33화 (33/49)

33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재영공업의 제품을 실은 트럭이 건일ADOS로 도착했다.

“이번에 엄청 늦게 왔네.”

“별일이지. 재영공업이 일정에 딱 맞게 보내다니.”

“김태호 사장도 사람이야.”

연구소 직원들로서는 의외였다.

재영공업은 일정의 준수 수준을 넘어섰다. 언제나 더 빠르게 정량을 보내왔었다.

그랬기에 마치 지각을 한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수량이 되게 많은데요?”

“와! 아예 일을 끝냈구나!”

적재된 양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먼저 내려진 것은 0.085mm의 금속분리판 두 종류였다.

그러니 알아차렸다.

김태호는 완전히 가공에 성공한 것이다. 대량으로 찍어냈다면 평소보다 늦은 것도 당연했다. 오히려 일정을 맞춘 것이 경이로울 뿐이었다.

하지만 놀랄 일은 이제부터였다.

뒤이어 내려진 제품에 붙은 라벨은 0.084mm이었다.

“거기서 더 줄였다고?”

“맙소사! 역시 김태호 사장이야!”

“그 기간에 어떻게 했지?”

직원들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다음에 내려진 금속분리판이 0.083mm이자 기겁했다.

다들 입조차 다물지 못했다.

역시 김태호였다.

그는 항상 결과로 보였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0.082mm를 넘어 0.081mm까지 성공한 것이다.

“······.”

모두 침묵했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재영공업이 두려울 정도였다.

국내에 0.081mm까지 가공이 되는 업체는 없었다. 심지어 김태호의 제품은 항상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였지 않은가.

‘0.08mm까지 성공은 시간 문제겠구나.’

‘0.07mm를 넘어 그 이하까지 가는 건가?’

다들 말을 아꼈다.

압도적인 성과에 그저 기가 죽었다.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들 뭐 하는 건가. 어서 재료 옮기고 일들 해.”

백광석은 얼어붙은 직원들을 일깨웠다. 그 또한 묘한 기분이었다. 김태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짐작도 하기 힘들 정도였다.

사무실로 돌아가 김태호가 보낸 보고서를 읽었다.

“···뭐야. 이건.”

보고서 중에서 제품의 강도 부분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 얇디얇은 박판으로 절대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건일ADOS가 지정한 것 이외의 무언가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터였다.

“김태호 사장님. 제품에 혹시 본사가 지정한 것 이외의 작업을 하셨습니까?”

[없습니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이런 수치는 절대 나올 수 없지 않습니까.”

[놀라는 것은 이해합니다. 다만, 재영공업만의 특별한 공법일 뿐입니다. 건일ADOS가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김태호는 거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백광석은 이제 대단하다는 감상도 들지 않았다. 한참 어린 젊은이에게 이대로 질 수 없었다.

한 분야의 선배로서 지금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싶을 뿐이었다.

*       *       *

건일ADOS에 납품 후.

김태호는 여전히 금속분리판에 집중했다. 와이어 가공기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었다.

그러나 0.08mm는 벽이었다.

새로 금형을 만들어도 제대로 구현이 되지 않았다.

전이라면 될 때까지 금형을 수정하면서 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직접 금형을 제작할 수 있으니 좋은 점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때그때 시도를 했다.

실패가 대부분이지만 상관없었다.

성공을 위한 시도였다.

데이터는 차곡차곡 쌓였다.

당장에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금형 관련으로 특허를 진행할 정도였다. 그 결과물이라면 벽을 넘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직원들도 전적으로 김태호를 믿었다. 그의 경이로운 기술력에 의문을 품을 수 없었다.

두 달은 넘게 그것만 집중했다. 겨우 실마리를 찾았다 싶을 때, 건일ADOS로 부터 자료가 왔다.

“드디어 설계도가 나왔구나.”

김태호는 곧바로 자료를 검토했다.

다음 회의의 주제였기에 면밀히 검토했다. 지금의 공부가 내일의 결과가 될 터였다.

“···여기가 바뀌었네.”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수소배터리에 관련된 배관 쪽이었다.

승용차와 트럭.

두 개의 차이가 있다지만, 앱티드와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이렇게 한다고?”

김태호는 그 구조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대로 자신의 부품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이 들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안 맞아.”

마나의 흐름을 방해하는 구조다.

남들은 모른다. 오로지 그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세상에서 마나를 볼 수 있는 것은 그뿐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마나를 봐왔다. 그러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회의날까지 기다렸다.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나 더 면밀히 살폈다.

직접 대화를 해야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있을 터였다.

건일ADOS에서 열린 회의.

“다들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설계도면은······.”

건일자동차의 사장. 이경민은 이번 수소트럭의 설계에 대한 것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태호가 기다리던 부분은 언급이 되지 않았다. 그랬기에 손을 들고 물었다.

“배터리의 배관 부분이 달라진 이유를 알 수 있습니까?”

“아. 그건 넥스트 에너지의 자료를 토대로 했습니다. 해당 배관을 실제로 써서 효과를 보고 있더군요.”

이경민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건일ADOS와도 협의를 마쳤다는 것을 밝혔다.

김태호는 건일ADOS의 사장인 최건우에게 물었다.

“정말 그대로 하신 겁니까?”

“본사의 입장이야 늘 같습니다. 넥스트 에너지의 기술이고 또 건일자동차 또한 합리적이라 느끼잖습니까.”

최건우는 이번 기회로 자신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배관 부분의 변화는 그만큼 놀라운 일이라는 것이다.

김태호도 그 열의 자체는 나쁘게 보지 않았다.

앞선 기술을 배운다.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건일ADOS는 넥스트 에너지의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그건 처음 금속분리판을 가공하던 김태호 같은 경우일 때였다.

건일ADOS는 연료전지에 충분한 지식과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왜 그대로 따르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필립의 지식에 의문이 없던 시절. 김태호의 인챈트는 정체되었었다. 흡사 그때를 보는 것만 같았다.

“왜 넥스트 에너지의 것을 무조건적으로 신뢰를 하시는 겁니까. 해당 부분에 대한 검증은 하고 받아들이셔야죠.”

넥스트 에너지의 강점은 무엇인가. 바로 연료전지였다. 자동차쪽은 오히려 배우는 입장이었다.

건일자동차나 건일ADOS는 그걸 잊은 것 같았다.

“오히려 건일ADOS가 자동차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잖습니까. 확실한 검증을 하지 않고 만들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는 늦습니다.”

“으음. 맞는 말입니다.”

최건우도 진땀을 흘렸다.

김태호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김 사장이 이렇게 어려운 사람이었나?’

최건우는 흡사 회장인 허용무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김태호에게는 한 그룹의 오너와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우리 김 사장님이 이렇게 말하시는 이유가 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배관 방식은 우리 회사의 성능을 제한합니다. 기존의 방식이 더 좋아요. 고려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잠시만요. 그러면 최 사장이 연구소에 연락을 해보기로 하죠.”

이경민의 말에 최건우는 곧장 연구소에 연락을 했다.

“지금 시뮬레이션을 돌리라고 했습니다. 단순한 결과 값이면 금방 나올 겁니다.”

“좋습니다. 기다려보시죠.”

김태호도 일단은 납득했다.

한 시간 정도 뒤.

결과를 들은 최건우가 눈치를 살폈다.

“크흠. 결과는 넥스트 에너지쪽이 조금 낮습니다만, 제작의 편이성과 단가를 생각하면 그쪽으로의 진행이 맞는 것 같습니다.”

“데이터는 데이터죠.”

김태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건일ADOS가 가진 것은 기본적인 데이터였다. 거기에는 김태호의 마나로 인한 효과를 적용할 수 없었다.

“제 제품은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됩니다. 그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

두 명의 사장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호는 이론을 벗어났다. 그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넥스트 에너지도 제 제품을 재현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만들어보면 이해하실 겁니다.”

“그러면 간단하게 실험을 해보죠. 배터리 가동은 어렵지 않잖아요.”

“네. 그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다른 사람이면 어림도 없을 제안이었다.

오로지 김태호만이 예외였다.

이경민과 최건우는 실험일정을 잡았다. 배관의 구조만을 보는 것이라 당장 내일이면 가능했었다.

실험 준비로 건일ADOS는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했다.

“김 사장이 저렇게까지 나오는 것은 처음 보는데.”

“이번에는 억지 아냐?”

“맞아. 데이터가 이렇잖아. 실험을 하루 이틀 하나.”

연구소의 직원들은 불만에 찰 수밖에 없었다.

김태호가 쓸데없이 일을 키웠다. 그 덕분에 없던 야근이 생겨버렸다.

“젊은 사람을 너무 올려줘서 그래.”

“맞는 말이야. 이건 그냥 트집잡는 것 아냐? 넥스트 에너지가 싫다고.”

“젊어서 성공한 사람들이 고집불통이라잖아.”

건일자동차쪽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결과라면 넥스트 에너지의 배관이 무조건이었다.

직원들만이 아니었다.

이경민을 포함해 최건우와 백광석 등 주요인물들이 다 그랬다.

이번에는 다들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주눅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태호는 달랐다.

‘난 틀리지 않았어.’

마나가 말해주고 있었다.

숫자 따위로 밝혀지지 않는 진실이었다.

연구소에 설치된 두 개의 엔진과 배터리. 차이점은 넥스트 에너지의 배관뿐이다.

실험가동이 이루어지면서 주변의 마나가 바뀌었다.

넥스트 에너지의 것에 비해 기존방식의 배관에서 마나의 흐름이 더 원활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맙소사. 처음부터 왜 이러는 거야?”

엔진이 가동되며 데이터가 쌓이가 시작했다. 관찰중이던 이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엔진의 차이는 거의 없어야만 했다.

이론적으로는 그랬다.

현실은 그 이론을 부숴버렸다. 처음부터 격차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 시간. 그리고 두 시간.

데이터는 점점 쌓였다.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벌어질 뿐이었다,

“보셨죠?”

실험이 끝나기도 전.

김태호는 자신이 옳음을 증명했다. 의구심에 찼던 시선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넥스트 에너지에 말하겠습니다.”

이경민은 두 손을 들었다.

넥스트 에너지. 그리고 건일의 두 회사.

그들은 틀렸다.

옳은 것은 김태호 뿐이었다.

*       *       *

“흠? 결과가 나왔다고? 들어오게.”

조지는 급히 들어온 연락에 업무를 멈추었다. 그만큼 관심이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바로 김태호 사건이었다.

넥스트 에너지의 배관은 핵심이었다. 그걸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당연했다.

회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김태호는 거기서 트집을 잡았다. 감히 넥스트 에너지의 기술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김태호의 몰락이 결정된 건가.”

조지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김태호를 높게 평가했었다.

그는 진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가짜에 불과했다. 가짜 중에서 조금 더 특별했을 뿐이었다.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 자기 자신에게 하는 소리였지.”

설마 그런 억지를 부릴 줄이야.

김태호의 밑천이 드러났다.

재영공업의 자랑인 금속분리판도 곧 한계에 부딪힐 것 같았다.

똑똑.

“들어오게.”

노크 소리를 조지는 크게 환영했다. 의외로 보고서를 들고 온 직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그러나. 동양의 젊은이의 실패가 그렇게 슬픈가?”

“그게 아닙니다.”

“아니야? 자네가 박애주의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이 세상에 평등한 것은 데이터 밖에 없거든.”

조지는 키득거리며 어떤 결과인지 기대를 했다.

직원은 조심스럽게 데이터를 건넸다.

“미스터 킴의 말이 맞았습니다. 데이터가 이만큼 차이가 납니다. 틀린 것은 저희였습니다.”

“······.”

조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배관은 그가 참여한 일이었다. 그게 틀릴 수가 없었다.

“자네도 참 농담을 즐기는군.”

조지는 부정했다. 그리고 보고서를 읽는 순간에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눈을 몇 번이고 깜빡였다.

그래도 A4용지에 적힌 글자는 바뀌지 않았다.

“······.”

조지는 한숨조차 쉬지 못했다.

데이터는 경악스러웠다.

‘그 애송이가 맞았다고?’

김태호. 그 애송이가 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연을 실력으로 만든 노력입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군.”

김태호는 진짜였다.

조지는 동방의 경쟁자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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