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충청남도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시작.]
[재영공업, 가정용 연료발전 시작하다.]
공식적으로 재영공업의 가정용 발전기의 사업수주가 발표가 되었다.
처음 기사들은 단순했다.
최소한의 사실만 알리는 수준이었다.
천안주택공사쪽에서 자료가 제공이 된 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
[한국 기업이 새 역사를 쓰다!]
[일본이 독주하는 시장을 삼킨 토종기업.]
후속 기사들은 제목부터 과열되었다. 그만큼 재영공업의 제품은 뛰어났다.
스토리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가정용 연료전지 시장은 일본업체가 장악해왔다. 무려 세계점유율 1위였다.
재영공업은 그 흔한 투자 한 번 받지 않았다. 그런 한국중소기업이 처음으로 만든 제품이 일본 업체보다 뛰어났다.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한국기업이 나타났다. 이보다 매력적인 소재는 드물었다.
“팩트만 써도 더 없이 자극적이네.”
김태호도 해당 기사들을 확인했다. 막상 내용을 보면 있는 사실에 근거했다. 특별히 각색하거나 왜곡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슬슬 의견도 갈리기 시작했고.”
그 뒤에는 심도가 깊은 기사들이 올라왔다.
기대감에 찬 시선이 많았다.
일본기업이 주도는 시장. 국내업체의 기술력으로 점유율을 쫓을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였다.
재영공업에 대한 불신도 하나씩 나왔다.
금속분리판만 하던 업체였고 규모가 작기에 세계와 경쟁하기에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실적 부풀리기 위한 언론 플레이다라고 보기도 했다.
“재밌게 썼네.”
부정적인 반응은 여전히 신기했다. 또한 웃기기만 했다.
그의 능력은 규모라는 단어를 가볍게 무시했다.
상식 위의 힘이었다.
“이런 헛소리를 백날 떠들어봐라. 씨알이라도 먹히나.”
제공된 데이터만이 아니다.
재영공업을 한 번만 검색해도 이런 글은 나올 수 없었다.
비범함은 감춰지지 않았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 최소한의 수고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냥 웃겼다.
비판도 아닌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무리 그런 식으로 헐뜯어도 김태호와 재영공업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터였다.
그보다는 미루었던 사업개편이 우선순위였다.
재영공업의 일은 크게 세 가지였다. 기존에 하던 기계가공과 금속분리판. 마지막이 최근에 한 시작하게 된 수소연료전지 조립이었다.
재영공업은 작은 회사였다. 부족한 인원을 잘 배치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이쪽이 문제야.”
수익 대비 기계가공의 인원이 지나치게 많았다.
직원들도 그걸 잘 알았다.
매출의 80%는 자동화가 갖춰진 금속분리판에서 나왔다.
수소연료전지 조립 사업은 더 커질 것이다. 이쪽에 인력이 필요했다. 가급적이면 믿을 만한 인물들이어야만 했다.
공사 일정은 나왔다.
개편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기계가공 분야를 하루아침에 정리할 생각은 없었다.
반드시 써야만 할 것은 남겨둘 생각이었다.
김태호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했다. 그들도 직무를 바꾸는 것에 동의했다.
먼저 B동에 필요 없어진 기계를 처분했다. 공간도 분리해 보다 넓은 조립실을 갖출 수 있었다.
김태호는 조립실에서 직원들을 교육했다. 충분한 설명과 함께 조립이 들어갔다.
그의 기대만큼 직원들은 곧잘 따라했다.
“우리 왜 이렇게 잘 하는 거야? 어떻게 불량이 하나도 안 나지?”
“이게 천직이었네. 적층하는데 오차가 없어!”
“사장님이 잘 가르쳐주셔서 그렇지. 그냥 했으면 될 것도 안 됐어.”
직원들은 작업을 하면서 놀랐다. 처음 하는 조립이 거짓말처럼 잘 되었다.
김태호가 주의했던 사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쉬운 작업 맞아요.”
김태호도 굳이 칭찬은 아끼지 않았다. 물론 시선은 작업대에 향했다.
직원들이 쓰는 작업대. 그건 오로지 수소연료전지 조립을 위해 새로 가공한 것들이었다.
그 성능은 보란 듯이 나타났다.
김태호는 교육을 하다 자리를 비웠다.
이번 사업의 자문단과 천안주택공사 관계자들의 방문이 예약되어 있었다.
“아이쿠, 김 사장님. 이번 결과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내신 겁니까?”
“다른 곳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재영공업은 역사를 쓸 겁니다.”
“우리 천안의 자존심이에요. 아주 든든합니다.”
다들 입 모아 칭찬하기 바빴다.
김태호는 재영공업을 보여주기로 했다. 수소연료전지의 가동부터 공장 내부까지였다.
“아, 아니! 이걸로 만들어진다고요?”
“맙소사. 따로 시설이 더 있는 것은 아닙니까?”
특히 자문단은 경악했다.
다들 업계의 사람이었기에 잘 알았다.
재영공업의 설비. 고작 저걸로는 이번 수소연료전지의 생산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가장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김태호에게는 익숙한 반응들이었다.
건일ADOS쪽도 처음에는 그런 반응이었다. 그걸 말해주니 다들 납득했다.
다른 곳도 아닌 건일이다.
그들이 계속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검증이 된 것이다.
김태호는 현장관람을 끝으로 사무실에서 연료전지의 데이터를 보여줬다.
“전보다 더 데이터가 안정되었군요!”
“정말 놀랍습니다. 아무리 봐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감탄과 찬사는 멈추지 않았다. 높은 발전효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열효율이 낮았다.
천안주택공사 관계자들은 두 눈을 빛냈다.
“혹시 재영공업에서 다른 시설에도 이 수소발전기를 설치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공사가 끝나고 생각할 문제 같습니다.”
김태호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어떤 일이라도 고려해야만 했다.
이번에 맡은 일도 규모 대비 큰일이었다. 그랬기에 상당수를 외주로 맡겨야만 했다.
“그래도 제발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십시오. 자주 볼 사이가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가동이 되지 않는 설비가 너무 많아서 정부차원에서 고민 중이거든요.”
“김 사장님의 제품이라면 그걸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다들 김태호의 승낙만을 바랐다.
이번 방문의 목적이었다.
“이런 공사는 저도 처음이잖습니까. 다 끝나고 이야기를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김태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어둔 선을 더 확실히 했다.
결국 자문단과 관계자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 뒤에는 사업공고를 냈다. 설치 시공 및 시스템은 외부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었다.
“···이게 맞아?”
김태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참여를 희망한 기업의 명단은 하나 같이 쟁쟁했다.
국내 수소연료전지 업계에서 3순위에 드는 솔루션 파워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들 말고도 하나 같이 업계에서 알아주는 기업들이었다.
명단만 본다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업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다들 그렇게 궁금하셨나보네.”
김태호는 그들의 목적을 알았다.
언론에서부터 시끄러울 정도로 이번 사업이 소문났었다. 다들 안달이 났을 것이다.
건일ADOS에서도 진의를 확인하는 전화를 걸었을 정도였다.
다들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것이었다,
“얼마나 몸이 달은 거야. 고작 500가구 사업인데.”
참여를 희망한 기업들에게는 큰 일거리는 아니었다.
규모를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최소 수백 명의 직원을 가진 기업들이 재영공업의 하청을 자처한다니!
김태호로서는 이득이었다. 하청으로 줄 수 있는 금액은 한정되어 있었다. 저들의 규모와 기술력을 생각하면 사실상 무보수로 쓰는 셈이었다.
“마음껏 훔쳐봐.”
그 열의를 외면할 생각은 없었다. 그 욕심으로 일만 더 잘해주면 된다.
단, 불가능을 깨달았을 때도 대비해야만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간혹 그런 일들이 존재했다.
그때 사람들은 의욕을 잃는다.
능률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일을 하게 해야만 했다.
공사에 지장이 가지 않게 문서화 시킬 생각이었다.
“손해 보는 거래는 안 하니까.”
이번 공사는 중요했다.
역으로 그들의 노하우를 빼 오려면 그도 집중해야만 했다.
* * *
공사는 목표대로 완료되었다. 일정에 조금의 차질도 없었다.
김태호는 결과에 만족했다.
하청으로 전락한 업체들도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역으로 김태호가 그들의 노하우를 빼앗았다.
공사 마지막 날이 가관이었다.
하청업체들은 모두 울상이었다.
공사 중간에는 작업자들과 함께 연구원들까지 파견했을 정도였었다. 그런데도 제공된 데이터 이상을 알아가지 못했다.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하지만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계약도 문제지만, 재영공업에 밉보여서는 안 되었다. 그랬다가는 기술은커녕 제품도 제공 받지 못할 것은 알아서였다.
‘결국 인챈트 덕분이지.’
김태호는 그들을 보며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감히 누가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조차도 인챈트 된 안경이나 돋보기를 써야만 했었다.
“역시 재영공업입니다. 너무 만족스러워요.”
“이번 공사 때 감탄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신 거죠?”
“다른 업체도 이렇게 해주면 진짜 좋을 텐데.”
천안주택공사의 관계자들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수소발전기는 어쩔 수 없이 온수를 써야만 했다. 그래서 온수를 쓰지 않는 시설에서는 이 온수가 늘 골칫거리였다.
김태호는 그걸 멋지게 해결했다.
바로 농가였다,
온수에서 나오는 열을 농가에 공급했다. 그럼으로써 온수 활용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
“정부 부처에서 얼마나 감탄했는데요.”
“맞아요. 사업계획을 보면서 엄청 기대했어요.”
주택공사 관계자들의 말 대로였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이 자주 왔었습니다.”
김태호도 놀랄 정도였다.
공사 진행을 하는 내내 정부 부처들이 자문을 구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계속 일을 제안해왔다.
가동되지 않고 방치된 시설들에 대한 제의가 대부분이었다.
그때마다 그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심사숙고하겠습니다.”
관계자들이 또 제의를 하기 전. 김태호는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공사가 끝나고 두 달은 지났다.
그 사이에 김태호는 전화번호만 봐도 어느 부처에서 온 것인지 알 수 있게 될 정도였다.
어떤 의미로는 공무원들이 기업들보다 더 끈질겼다.
김태호는 의도적으로 전화를 피했다. 말이 통해야 대화를 하는 법이다.
그런 그도 피하지 않는 전화가 있었다.
바로 주택공사 관계자에게 시설 가동현황을 들을 때였다.
[진짜 대단한 결과입니다. 다른 시설은 보조금을 받아도 손해가 나와서 차마 돌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 사장님의 발전기는 그렇지 않지 뭡니까!]
관계자의 극찬에는 이유가 있었다.
높은 발전효율 대비 낮은 열효율 덕분이었다.
초기에는 무려 70%가 상시가동에 30%가 간헐적 가동을 보였다.
첫 달이라지만 그 기록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이번 달도 그 추세는 이어졌다. 상시가동은 여전히 70%였다. 간헐적가동이 20%로 낮아졌을 뿐이었다.
[특히 사용하시는 분들의 불만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지속적으로 정부에서 엄청나게 관심을 가지면서 언급이 된다니까요.]
“저도 그건 알고 있습니다. 분에 넘치게 제의를 주시더군요.”
[정부에서도 크게 만족해서 꼭 지속적으로 이 일을 수행해줬으면 한다고 하더라고요.]
관계자의 말은 당연했다.
정부에서 가장 골머리를 썩이는 부분이 실제 가동률이었다. 아무리 지원금을 쏟아도 유효한 실적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해결할 방안이 나왔다.
바로 김태호였다.
[오죽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현장에 직접 온다고 했다니까요. 김태호 사장님, 괜찮으시면 혹시······.]
“지금은 수소 트럭 프로젝트가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공장 이전을 포함해 투자할 설비가 많아서 저번처럼 시간을 마냥 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김태호가 계속 거절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앞으로 건일ADOS나 건일자동차로 종종 출장을 가야만 했다. 처음에 약속한 것처럼 회의에 참여해야만 했다.
그건 절대 빠질 수 없는 일이었다.
“굳이 제가 한다면 수소연료전지를 제공하는 쪽으로 할 것 같습니다. 하청을 맡았던 업체가 워낙 공사를 잘해서 그쪽으로 주도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김태호는 현장의 필요한 노하우도 다 얻었다. 그랬기에 단언할 수 있었다. 또다시 공사 전반을 담당하면서 수소 트럭 작업을 동반할 수는 없었다.
[그러시면 어쩔 수 없죠. 다음에 또 소식이 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김태호는 적당한 선에서 대화를 마쳤다. 이쯤이면 더 이상 귀찮은 일이 없어졌겠다 싶었다.
실제로 정부 부처에서도 연락이 드물어졌다.
며칠 동안은 수소규제자유특구의 공장 건으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수소연료전지의 조립을 위해 새로운 설비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으로 돈을 번 만큼 그대로 투자를 했다.
재영공업이 들어설 부지는 기초공사는 완성되어있던 상태였었다.
사무실은 아직 멀었지만 공장은 일부나마 곧 완공 될 터였다.
금속분리판 생산시설을 그곳으로 옮기고 당분간 현재의 공장은 기계 가공과 수소연료전지 조립장으로 쓸 생각이었다.
“사장님. 귀, 귀빈이 오셨는데요?”
뜬금없이 직원 한 명이 사색이 되어 그를 찾았다.
“왜 그럽니까. 무슨 일 있어요?”
“장관이 왔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입니까?”
“네. 직접 사장님을 뵙고 싶어서 왔답니다!”
“······.”
김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며칠 전, 주택공사 관계자의 전화가 생각났다. 시설 방문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네요. 회의실로 안내해주세요.”
찾아온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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