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26화 (26/49)

26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허용무가 안내를 한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떠나서 연주자가 직접 공연을 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흥미를 끈 것은 잠시였다.

결국 김태호에게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챈트의 빛과 소리가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식사 동안에 둘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조용히 관찰했다. 가끔 그릇에 수저가 닿아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났다.

“회사를 더 키울 생각은 없었나?”

침묵을 깬 것은 허용무였다.

김태호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PAL과의 계약. 그마저도 그들의 독점특허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걸 위해 몇백 억대의 제안들을 모조리 거부했다.

사업에 대한 욕심이 없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재영공업은 버는 족족 회사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김태호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작 수백억에 수천억을 포기하시겠습니까?”

“······.”

허용무는 말문이 막혔다.

건일그룹을 이끄는 그에게도 수백억은 결코 작지 않았다.

김태호는 그걸 고작이라 표현했다. 우스갯소리로도 생각되지 않았다.

그는 진심이었다. 두 눈에 실린 힘은 감히 허용무를 압도할 정도였다.

그러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호는 진짜였다.

“오늘 본 결과는 놀라웠지. 마음 같아서는 그 재능을 사고 싶을 정도였네.”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입니다. 저의 재능은 고작 돈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김태호가 절대 넘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건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영공업과 그걸 되살린 자신의 재능이었다.

그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단 하나 뿐인 지식. 그리고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재능!

그는 단언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는 앞으로도 없을 터였다.

“재영공업은 독보적인 기업이 될 겁니다.”

김태호의 자신감은 감추려고 해도 감추어지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자만이 보이는 모습은 허용무에게도 인상적이었다.

“동의하는 바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초대하지도, 독대를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이제 절 부른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네. 자네는 자격이 있어. 그룹 내에서도 기밀이지만, 앱티드 출시 후에 건일자동차는 신규 수소차량에 돌입할 예정이지.”

“바로 말입니까?”

김태호는 좋은 선택이 아니라 생각했다.

건일자동차와 건일ADOS의 협업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었다.

건일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건일ADOS가 그걸 보완해줘야만 했다.

건일ADOS가 충분히 의견을 피력했지만, 건일자동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룹 내의 힘싸움 때문이었다.

앱티드는 김태호가 없었다면 건일이라는 이름에 한없이 부족한 결과물이었을 터였다.

“우려를 하는군. 확실히 앱티드의 작업과정은 엉망이었지.”

“그런데도 진행하신다면 앱티드의 후속 모델입니까?”

“전혀 다르다네.”

허용무는 손가락을 튕겼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가 하나의 서류를 꺼냈다.

“읽어보게.”

“아!”

첫 장에서부터 김태호는 탄성을 터트렸다.

“이게 정말입니까?”

“신중하게 다 읽어보게. 시간은 넉넉하니까.”

“···알겠습니다.”

김태호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읽었다.

사업계획서는 대형 수소트럭에 관한 것이었다.

건일자동차는 10년도 전부터 미국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렸다. 그중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고 그만큼 성과를 본 것이 바로 대형트럭이었다.

트럭은 미국의 물류의 80% 가량을 책임지는 운송의 핵심이었다.

건일자동차는 황무지였던 점유율을 무려 19%까지 상승시켰다. 기존의 강자들을 제치고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시장의 흐름이었다.

미국 시장은 머잖아 탈내연기관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에 맞추어 수소 트럭의 생산은 장기적으로도 훌륭한 선택이었다.

‘이건 가능성이 있다!’

건일ADOS의 현재 기술력으로는 무리가 있다.

허용무가 그걸 모를 수 없었다. 그랬기에 보완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바로 넥스트 에너지였다.

넥스트 에너지는 아직 자동차 관련 생산기술이 부족했다. 그들에게 건일 자동차와의 파트너쉽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게 사업이구나!’

김태호는 머리가 탁 트였다.

지금껏 가지고 있던 장기적인 계획이 굉장히 두루뭉술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걸 보여주신다는 것은 제 역할이 분명하다는 것 같습니다.”

“맞네. 서로 최상의 카드로 협약을 하면 좋겠지만, 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 아마 기술 일부만 서로 트레이드를 하는 식이 되리라 생각하네.”

“결국 건일ADOS가 얼마나 해주냐는 거겠군요.”

“그래서 자네 역할이 크지. 오늘 본 결과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내준다면, 넥스트 에너지와의 협상에도 큰 문제가 없지.”

허용무는 김태호가 예상보다 더 뛰어남에 만족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식사는 없었을 터였다.

“내 앞에서 직원들이 자네부터 칭찬하더군. 그건 쉽지 않아. 절대로.”

허용무는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타인을 깎아내리는 것을 수없이 봐왔다. 간혹 그걸 이용해 직원들이 성과를 내도록 자극시키기도 했다.

그랬기에 오늘은 이색적이었다.

최건우와 백광석은 나이를 떠나 김태호라는 사람 자체를 인정한 것이다.

“처음부터 자네가 참여해주기를 바라네.”

“좋습니다. 저에게도 큰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푸하하! 이런 순간까지도 공부라니!”

허용무는 무릎을 손바닥으로 쳤다.

모든 순간에서 배움을 찾는 이는 나이를 떠나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를 봤다면, 왜 회사를 키우지 않냐고 물어본 것도 이해하겠지?”

“네. 지금의 규모로는 절대 소화할 수 없겠죠.”

그렇다면 김태호도 최대치까지 대출이라도 받아야 했다. 최악의 경우 외부 투자에 대한 고민도 해야만 했다.

“내가 아는 은행장들이 몇 있다네. 그들에게 말해두지. 아마 대출을 받을 때 참 용이할 거야.”

“그런 도움이라면 기꺼이 받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허용무의 소개다. 자금줄에 대한 고민은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저는 금속분리판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건일ADOS에게 얼마든지 협조해두라고 하지. 그리고 자네를 대신해서 경영을 담당할 사람도 알아봐야 할 거야. 사업까지 담당하기에는 자네의 재능이 너무 아깝다네.”

“고민하고 사람을 들이겠습니다.”

뒤이은 조언도 기꺼이 수용했다.

회사의 규모는 커졌다.

김태호도 슬슬 경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었다.

“협상은 이제 시작했지. 짧아도 3개월 내외. 길면 1년은 걸릴게야. 그러니 급하게 정하지는 말게. 재밌는 일이 생길 테니까.”

허용무는 묘한 말을 했다.

김태호는 그게 무엇인지 캐묻지 않았다. 가끔은 마지막까지 기다려야 재밌는 일도 있는 법이었다.

*       *       *

앱티드의 초기물량은 1000대로 확정되었다. 판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다.

예약판매 당일. 초기물량은 모두 소진이 되었다. 그리고 실물이 세상에 공개가 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앱티드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건일그룹의 언론 플레이도 있지만, 전체적인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예상보다도 차량이 잘 나온 덕분이었다.

첫 시도임에도 720km로 확정된 주행거리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승차감도 몹시 뛰어났다.

건일자동차가 단점으로 평가받는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커버했다는 평이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국내 수소자동차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킬 시발점이라고 표현을 했다.

어디 국내뿐이던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수소배터리 부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성장을 했다는 극찬이 잇따랐다.

건일ADOS가 기존의 공룡들을 긴장시킬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력한 결과만큼은 나오네.”

지루한 기차 안. 그간 못 보던 언론의 반응을 몰아서 보는 김태호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만드는 수소배터리라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 올 그때를 생각한다. 그러면 온몸이 근질거렸다.

회사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원천기술 또한 순조롭게 확보 중이었다.

그저 막연하기만 한 미래의 일은 아니었다.

“넥스트 에너지와의 협상이 잘 끝나야하는데.”

앱티드의 성적은 더 없이 좋았다.

예상한 물량을 상회하여 추가적 생산에 돌입해야 할 정도였다.

문제는 건일그룹과 넥스트 에너지의 협상이었다.

이 건은 예상보다 지지부진했다.

앱티드의 선전으로 넥스트 에너지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경쟁상대로 인식했기에 협상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관계는 여전히 유효했다.

수소 트럭의 협상이 깨질 이유는 없었다. 결국 기업은 더 큰 이득에 움직이는 법이었다.

“그때까지 더 진행해야만 하는데.”

거기에 생각이 닿은 김태호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재영공업의 금속분리판은 현재 0.095mm에 도달했다. 목표까지는 무려 0.02mm가 남았다. 금속분리판에서는 엄청난 수치였다.

“그래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김태호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실현 가능성이 높았다. 그만큼 인프라 대비 재영공업의 발전속도는 경이적이었다.

“딱 거기까지만 하면 다른 분야에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나온다.”

최종목표인 0.075mm 양산에 성공한다면 금속분리판의 생산은 가히 최고에 다다른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뒤에는 다른 부분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나도 이제는 부지를 정해야 하는데.”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시설 문제였다.

수소 트럭이 생산에 들어가면 지금의 시설로는 택도 없었다.

느려진 협상. 그리고 허용무의 말. 두 가지 때문에 기다렸지만 계속 손가락만 빨 수는 없었다.

지금 규모의 공장이 하나는 더 필요했다.

확장 이전인지 아니면 제2공장을 추가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각각 장단점이 있기에 고민은 깊어졌다.

“선택지가 많아져서 문제야.”

예전이라면 선택지는 마나가 풍부한 곳이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마나 글자가 모든 걸 바꿔주었다. 비교적 마나가 풍부한 장소에 목을 맬 필요가 없었다. 산꼭대기로 공장을 옮길 것이 아니면 미미할 정도의 차이였기 때문이다.

“이 일만 끝나고 직접 더 봐야겠다.”

기차에서 내린 김태호는 택시를 잡았다.

목적지는 충청남도청이었다.

이곳에 들린 이유는 특별했다.

바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충청남도지사가 선별하는 충청남도 혁신기업대상 때문이었다.

충청남도 소재의 중소기업 중에서 여러 방향을 검토해 주는 상이었다.

김태호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재영공업을 맡은 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수소연료전지라는 주요사업에 대한 기여도. 거기에 근 1년 동안의 폭발적인 성장.

재영공업이 받는 것은 당연했다.

안내를 받아 도착한 회의실에는 먼저 도착한 기업인 여덟 명이 있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 사장님이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젊으신데 진짜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렇게 잘하실 수 있어요?”

“언제 우리와도 일 해주시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가왔다.

저들에게 김태호는 모두가 거들떠보지 않는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저들은 어제의 그였다.

그래서 김태호는 더 겸손해졌다.

“재영공업의 김태호 사장님? 혹시 행사 전에 이야기 가능하시겠습니까?”

한창 이야기를 나눌 때, 공무원 하나가 그를 불렀다.

김태호는 무슨 일인가 싶어 따라갔다. 안내한 곳은 다른 곳도 아닌 도지사의 사무실이었다.

안에는 도지사 이외에 한 명이 더 있었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강현수 도지사입니다. 그리고 저 친구가 기획경제국의 산업단지조성추진단의 양전문 단장이죠.”

“처음 뵙겠습니다. 양전문입니다. 마침 도청에 오신 지금이 아니면 김태호 사장님이 도청에 오신 김에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양전문 단장이 할 말에 김태호도 귀를 기울였다.

“어떤 이야기입니까.”

“충남에 수소규제자유특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최종후보지로 천안이 될 예정인데 혹시 그 중심이 되어주실 수 있습니까?”

“······!”

그건 김태호로서도 깜짝 놀랄 말이었다. 허용무 회장이 한 재미있는 일. 그게 이거였음을 깨달았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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