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24화 (24/49)

24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정말로 하실 수 있으십니까?”

최건우는 건일ADOS의 사장이었다.

그랬기에 확답이 필요했다.

[네. 가능합니다.]

“······.”

돌아오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

최건우는 침묵했다.

김태호의 말대로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지금의 어려움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김태호가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이다.

최건우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김 사장님이 해주신다면 저희가 더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군요.”

[제품으로 두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재영공업이면 그래도 한 달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최건우는 자신의 작은 바람을 담았다.

서남부 발전소의 건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한 것을 재영공업은 해냈다.

이번은 어떨까.

재영공업이라면. 그리고 김태호라면!

[가능합니다.]

“역시!”

[물론 전 만족 못 합니다.]

“···네?”

최건우는 놀라 되물었다.

[한 달? 억지로 흉내는 낼 수 있겠죠. 그 결과물은 건일그룹의 평판에 좋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엉망일 겁니다.]

“으음. 확실히······.”

[저를 믿고 최대한의 시간을 보장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

“맞죠. 항상 최고의 결과로 답해주셨으니까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김 사장님뿐입니다.”

최건우에게 김태호는 모든 사업에서 일 순위였다. 재영공업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       *       *

건일ADOS로부터 정식으로 발주서가 왔다.

김태호는 건일 자동차의 수소자동차의 정보를 확인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했다.

출시예정인 것은 소형차였다.

처음으로 내놓는 것이지만, 그들이 제시한 스펙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건일그룹이 얼마나 수소연료전지에 투자를 했는가를 보여주는 첫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할 정도로 높은 기술들이 요구되었다.

“처음에는 최대 주행거리를 700km나 잡았었구나.”

먼저 주행거리에 눈이 갔다. 냉정하게 여기서부터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이때는 괜찮았었네.”

처음에는 건일ADOS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것 같았다. 그래도 제법 현실적인 부분도 없지 않았다.

문제는 뒤로 갈수록 건일자동차의 요구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건일ADOS에 그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쳤다. 당장 수소배터리의 크기가 강제적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었다.

같은 그룹 내의 회사라도 발언권이 다르니 건일ADOS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러니 700km가 아니라 600km대로 하향 조정했구나.”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결국, 억지로 금속분리판을 작게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틀어졌다.

“물론 내가 하면 다르지.”

PAL의 특허가 손에 들어왔다.

지금의 김태호는 건일자동차가 바라는 수치를 완벽하게 채워줄 자신이 있었다.

연구개발팀도 모든 자료를 검토한 뒤에 회의가 이루어졌다.

주제는 하나.

PAL의 특허로 0.1mm의 벽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PAL은 대단하네요.”

“이거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짜로요.”

연구개발팀은 이번 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PAL이 독점으로 쥐고 있던 이유가 있었다. 이걸 10년도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경악스러울 뿐이었다. 0.1mm가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델프 사의 기계가 워낙 기능이 좋을뿐더러 김태호의 능력이면 불가능할 수 없었다.

“물론 이걸 그대로는 쓰지 않을 겁니다. 우리 방식대로 바꾸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었나요?”

“새 공법까지 할 시간은······.”

직원들은 난색을 보였다.

재영공업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해야 세 달이었다. 처음으로 하는 0.1mm 가공만으로도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남들이 해둔 결과물만을 답습한다면, 재영공업은 성장을 못 합니다. 전 그저 그런 기업으로 남고 싶지 않아요.”

거기에 대해서 김태호는 확고했다.

재영공업이 왜 특별하던가.

남들이 하던 것이라면 그 이상을 해왔다. 특히 남들이 못하던 것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PAL의 특허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돼요.”

PAL의 특허에만 의존할 수 없었다.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것은 독이다.

결국 그들의 특허 없이는 무언가를 할 수 없을 터였다. 기술에 지배당하고 이끌려서는 안 된다.

김태호는 재영공업만의 원천기술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렇죠. 결국 생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저희도 더 해내고 싶어서 왔으니까요.”

직원들도 거기에 동의했다. 그들이 재영공업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연봉 때문은 아니었다. 성과도 의미도 없는 일에 질렸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김태호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가까이 본 이들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하겠다고 한 일을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날부터 곧장 연구개발팀은 일에 착수했다.

김태호도 처음부터 적극 참여했다. 서문철과 일했던 경험 덕분에 연구원들이 놓치는 부분과 방향성을 짚어줄 수 있었다.

“사장님. 이거 안 좋은데요.”

“특허 자체를 새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해당 정보를 넣어 모델링을 하던 연구개발팀은 충격에 빠졌다.

PAL의 특허는 0.1mm의 금속분리판을 만들 수는 있었다.

문제는 건일ADOS의 것과 맞지 않았다.

김태호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낼 수 없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여기 유로 부분이 문제군요.”

김태호도 자료를 보며 심각해졌다.

건일ADOS의 유로는 PAL의 방식으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건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었다. 아주 작은 변수가 생겨도 가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금속분리판이었다.

가공을 하면 문제가 생길 것은 뻔했다.

크랙은 물론 휘어짐이 생겨 스택을 쌓을 때의 오차가 있을 터였다.

물론 거기에 예외는 있었다.

‘인챈트를 쓰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겠는데.’

전 세계에서 김태호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 인챈트를 감안하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가능합니다.”

그러니 실패는 머릿속에 없었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문제점을 파악한 것이 어디인가.

재영공업 자체적으로 알아냈다는 것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       *       *

김태호는 마지막까지 시뮬레이션을 꼼꼼히 검토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걸 확신했다.

“건일ADOS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을 테니까.”

건일ADOS의 설계에 PAL의 특허는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걸 문의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지금은 남은 기간 동안에 답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0.1mm는 그들도 한 적이 없으니까.’

어쨌든 이 문제의 유로가 있어야 이론상의 출력이 나온다는 것도 중요했다.

금형이 만들어지고 김태호는 A동으로 갔다.

기존의 세팅 및 조건들을 기록한 뒤에 이번 건일자동차의 것으로 재배치했다.

PAL의 특허는 열간단조와 압연으로만 이루어졌다.

김태호는 기계를 작동시켰다. 우려대로 10번의 가공 중에 유로에서만 4번의 불량품이 나왔다.

“굴곡 부분에서 찢어지고 또 전체적으로 휘어졌네.”

실눈을 뜨고 제품들을 본 김태호는 옅게 한숨을 쉬었다.

3차원 측정기로도 판별한 결과 그가 본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인챈트 돋보기로 보니 제품표면에 부착된 마나도 극히 드물었다.

“···가공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거야.”

이건 김태호로서도 충격이었다.

인챈트를 통한 마나 부착. 이것이 재영공업의 제품이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결과였다.

그래서 다시 가공을 했다.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돋보기로 살펴봤다.

“맙소사! 저런 현상이 나온다고?”

인챈트가 된 금형으로 가공이 되면 표면에 마나가 부착된다. 문제는 다음 공정을 위한 이동 시에 마나가 줄줄 흘러내린 것이다.

“고온에는 저런 현상이 나오는구나.”

마나의 성질은 기체와 흡사하다. 그걸 다시 깨달은 김태호는 고민에 빠졌다.

금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면 이동 중에 온도를 낮춰야 해. 그때 추가적으로 마나도 부착시키기도 해야 하고.”

김태호는 공정의 조건을 바꾸었다. 열간가공 사이에 쉬어가는 타이밍을 넣었다. 공정이 대폭 길어질 수 있었지만, 그에게는 방도가 있었다.

“성질이전 인챈트로 제품도 식히면 전체적으로 마나가 부착되니까.”

김태호는 노트를 펼치고 인챈트 수식을 정리했다. 온도를 높이는 대신에 대기온도로 낮추는 식이다. 그 효력을 느리게 하면 이동되는 동안에 전체적으로 마나가 붙기는 충분했다.

아아아아!

인챈트 수식은 정상적으로 완성되었다.

몇 번의 실험결과 문제가 없었기에 인챈트 철판을 만들어 필요한 부분에 용접을 했다.

그의 의도대로 공정은 이루어졌다.

한 번 가공할 때마다 떨어져 나가던 마나가 중간마다 보충이 된 것이다.

“좋아. 확실히 좋아졌어.”

제품표면에 마나가 정상적으로 부착되었다.

반면에 유로에서 생기는 문제는 여전했다. 불량품이 10개 중에서 3개로 줄어든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김태호는 해당 제품들을 연구개발팀에게 맡겼다. 그들은 갖은 실험과 함께 데이터 해석을 시도했다.

그 기다림은 마치 하루가 일 년 같았다.

남은 기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사장님! 결과는 좋습니다.”

“유로만 조금 더 보완하면 되겠는데요?”

직원들도 고무적이었다. 그들의 우려보다 결과는 높았다. 이론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과연 김태호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유로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랬기에 남아있는 과제가 더 크게 느껴졌다.

김태호의 고민은 깊어졌다.

며칠을 여기에 매달려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최건우가 처음에 제시한 한 달을 받았다면, 재영공업은 처음으로 실패를 맛 봤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할까.”

김태호는 여러 방도를 궁리했다.

소재 자체의 기계적인 성질을 더 강화해야만 했다.

예전이라면 붓으로 인챈트를 하거나 스티커라도 붙였을 것이다.

다른 가공은 그런 시도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열간가공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하면 곧바로 인챈트에 손상이 생겼다.

그때의 충격으로 금속분리판에 뒤틀림이 생겼다.

김태호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챈트의 한계를 느끼고야 말았다. 지금 익히고 있는 것보다 더 상위개념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표면을 훼손하지 않고 인챈트를 재료에 영구히 새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었다. 그래야 금속분리판의 부족한 성질을 채울 테니까.

“재료를 바꾼다? 아냐. 그건 안 돼.”

흔히 말하는 단가가 문제다. 또한 김태호가 건일자동차나 건일ADOS에게 그렇게 말할 위치도 아니었다.

“이걸로 해내야 진짜니까.”

가슴이 답답하지만, 그걸 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이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 진짜 뭔가 될 것 같은데.”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김태호는 온몸이 근질거렸다. 그간 소홀히 했던 인챈트부터 다시 공부에 들어갔다.

필립의 노트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살폈다. 그걸 하나하나 뜯어보고 재조립해도 마땅한 방도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인챈트가 마나를 모은다. 그 반대가 되면?”

문득 하나의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갑자기 사고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필립의 지식에 현 시대의 지식이 뒤엉켜졌다.

머리가 깨질 듯이 충만해지는 지식.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펜을 잡고는 노트에 미친 듯이 휘갈기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개념과 이론은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입체적으로 변했다.

어떤 것은 빛을 뿜었고 어떤 것은 빛을 잃었다.

그가 아닌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의 보고. 그 일각을 토해냈을 때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푸하하하!”

김태호는 자신의 노트를 들어 올렸다. 그걸 보는 두 눈은 빛으로만 가득했다.

물론 완성된 것은 이론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있었다.

“드디어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드디어!”

이때까지 김태호는 필립의 지식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아주 조금만 바꾸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장담하건대 필립의 꿈에서 단 한 번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거면 충분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어.”

감히 장담할 수 있었다. 그간 펼치던 인챈트의 부족함을 채우는 정도가 아니다. 몇 단계는 더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남은 것은 하나.

건일그룹을 발칵 뒤집어 놓는 일 뿐이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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