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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13화 (13/49)

13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필립은 홀로 실험실에 있었다. 그때의 그는 20대의 젊은 청년이었다.

여느 젊은 마법사들처럼 어느 마법사의 제자인 시절이기도 했다.

필립은 탁자 위에 두 개의 쇠그릇을 얹었다.

잠시 후.

왼쪽의 쇠그릇이 붉게 달아올랐다.

필립은 스태프를 들고 간단한 마법을 썼다. 좌우의 쇠그릇이 옮겨졌다.

위치가 바뀐 쇠그릇의 온도가 바뀌었다.

달궈졌던 쇠그릇은 점차 차갑게. 그리고 미온의 쇠그릇은 점차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비밀은 탁자 왼쪽에 적힌 인챈트였다.

그가 쇠그릇을 다 치운 순간.

화르르륵!

“제길.”

열을 이기지 못한 테이블이 스스로 불타 재가 되었다.

필립은 황급히 창문을 열었다. 안을 채웠던 매캐한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       *       *

“끄으윽.”

김태호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번 필립의 꿈은 통증이 적었다. 고작해야 물건을 띄우는 간편한 마법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두통은 여전히 찾아왔다. 특히 마지막에 매캐한 연기에 속이 울렁거렸다.

“후우. 이럴 때가 아니지.”

땀은 고작해야 이마에만 맺혔다. 손도 끈적끈적하지 않았다. 머리맡의 노트와 펜을 곧바로 들었다.

펜은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멎을 때는 필립이 쓴 마법과 인챈트가 빼곡하게 종이를 채운 뒤였다.

“인덕션 같은 건가. 신기하네.”

인챈트를 분석하던 눈이 가늘어졌다.

이때까지 그가 본 인챈트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인챈트를 건 사물에게만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테이블에 걸린 인챈트가 쇠그릇으로 이전했다. 그랬기에 쇠그릇이 없을 때는 발화해서 사라진 것이다.

“잠깐만. 그러면 인덕션이랑은 다르잖아. 젊을 때의 필립이라 그런지 실수하는 것도 보네.”

김태호는 그게 신기하기만 했다.

필립이 갓 마법을 배울 때를 제외하고는 이런 광경은 볼 수 없었다.

그에 대해 정리한 노트를 뒤져도 손에 꼽을 케이스일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면.”

필립이 어떤 마법사였던가. 젊은 시절이라 하여도 단순한 실수라 넘길 수 없었다.

숨겨진 진의가 있을 것이다.

필립의 노트를 확인했다. 나름대로 시간대를 맞춰봤다. 그래도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일대기가 아니라 시간대가 엉망인 꿈들이었기에 연관성도 없었다.

“뭘 하려고 했을까. 그리고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필립의 노트에서 눈을 뗐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며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

예전의 그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금은 달랐다.

필립의 언행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필립은 그랬는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재밌네. 파일 전송 같은 개념인 것 같은데. 재밌는 시도야.”

필립의 세계는 과학적 발전이 느렸다. 마법이 있어서인지 고지식한 개념과 상식이 만연했었다.

현 세계와 비교하면 르네상스 이전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건 재밌어 보이는데 얼마나 많이 응용할 수 있을까.”

인챈트의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특히 인챈트를 전이할 수 있다는 점은 경이로웠다.

“아. 그래. 이거면 된다. 이거면!”

잠깐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번 인챈트는 너무나 필요한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재영공업의 일에 활용할 수 있었다.

현재 금속분리판은 양산준비의 막바지였다.

직원들 몰래 수백 장의 재료에 일일이 인챈트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이번 인챈트를 쓸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모든 고민이 해결된다. 스티커를 붙일 필요가 없이 재료에 계속 인챈트가 적용이 되는 것이다.

대량생산에 들어가는 고생이 확 줄어들 터였다.

이건 곧바로 실험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는 집에 보관한 인챈트 도구를 꺼냈다. 효력은 제일 강하지만 지속력이 너무 약한 인챈트 3호 붓이었다.

A4용지에 인챈트를 그려나갔다.

기본구성은 똑같았다. 인챈트로 변화된 성질을 이전시키는 것이다.

달라진 점은 하나.

물체를 가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킬 뿐이다.

아아아아!

“···좋아.”

아파트 내부이니 마나가 풍부하지 않았다. 인챈트 성공효과는 다소 아쉬웠다.

김태호는 A4 용지 위에 시리얼 한 알을 올렸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시리얼이었다. 인챈트 보안경으로 보면 달랐다. 검은색의 시리얼은 은은한 청색이 깃들어져 있었다.

쿵!

그는 숟가락으로 시리얼을 내려찍었다. 산산조각이 나야만 했지만, 시리얼은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이 끝이었다.

그걸 들어 올렸다. 살짝 힘을 주자 그대로 바스러졌다. 숟가락에도 버티던 강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성질이전은 성공적이었다.

“나도 인챈트는 늘었구나.”

인챈트의 성공.

김태호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꿈으로 처음 본 것을 그대로 실현해냈다. 똑같이 한 것도 아니고 응용으로 해낸 것이다.

전이라면 얼마나 걸렸을까.

아무리 빨라도 이틀은 매달려야만 했을 것이다.

“성장하고 있다.”

그 사실에 절로 뿌듯해졌다. 회사에 돌아가 이 인챈트를 쓸 생각에 온몸이 근질거렸다.

*       *       *

김태호는 출근하자마자 공장A동으로 갔다.

두 대의 프레스 기계. 그 사이에는 로보트 암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언젠가 설치를 하려고 맘에 두었던 것들이다.

갑작스럽게 설치를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돌연 직원 두 명이 퇴사한 것이다.

김태호는 그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다. 떠나간 사람에게 미련은 없었다. 그저 남은 사람들에게 더 신경을 쓸 뿐이었다.

사람이 머물다 떠나는 것. 어느 기업에나 있는 익숙한 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재영공업의 중심은 오로지 김태호 자신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도 새로 직원을 받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프레스 가공이 엄청난 숙련도를 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 자리를 억지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그 김에 금속분리판은 자동화를 결심했다.

로보트 암에는 이미 인챈트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퍼 부분에는 원점고정과 진동감소를 주었고, 전체적으로는 내구도 강화를 적용했다. 이러면 잔고장은 확실하게 덜해질 것이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충돌이 있더라도 걱정은 줄어들었다.

“돈값은 해주겠지?”

김태호의 유일한 고민은 그뿐이었다. 이렇게 거금을 투자했는데 결과가 없다면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잡생각은 그만하자. 그보다는 인챈트가 문제야.”

김태호는 프레스 기계들을 보며 고민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레일이었다. 이곳에는 할 필요가 없다. 가공은 레일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스의 그리퍼들도 제외였다.

무조건적으로 금형에 해야만 했다.

“상부보다는 하부겠네.”

문제는 이미 금형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챈트가 있다는 점이었다.

무작정 성질이전 인챈트를 넣을 수 없었다.

잘못했다가는 금형에 적용된 모든 인챈트가 이전될 수 있었다. 그러면 금형의 성능이 떨어지고 재료의 성능이 너무 높아진다.

“이 방식이면 되겠지?”

김태호는 노트를 펼쳐서 인챈트를 수정했다.

성질이전 인챈트. 거기에 하나의 조건을 부여했다.

이전처럼 무조건적인 이전이 아니다. 특정 인챈트만 옮겨지도록 대상을 지정했다.

“조금 복잡해지는데 되려나.”

수식의 정리 후, 실험에 들어갔다.

여러 번의 실패도 있었다. 거듭된 도전 끝에 적합한 인챈트 철판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금형에 성질이전 인챈트를 용접했다.

보안경을 끼고 금속분리판을 금형에 올렸다.

인챈트 철판에 깃들어진 마나가 재료로 깃들어졌다. 작업은 성공적이었다.

다른 금형에도 똑같은 걸 반복했다.

“이제 실제가공을 해볼까.”

김태호는 프레스 기계 1호기와 로보트 암을 작동시켰다.

먼저 로보트 암이 제품을 레일쪽으로 옮겼다.

프레스 기계에 설치된 그로퍼가 잡아서 프레스에 차례대로 올렸다. 가공이 다 끝나면 두 번째 로브트 암이 재료를 쌓는 구조였다.

김태호는 첫 가공 이후에 멈췄다. 인챈트 적용이나 가공 등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결과물은 측정기로 확인했다. 흠을 잡을 수 없는 완성품이었다.

기계도 워낙 좋지만, 모두 성질이전 인챈트가 성공적으로 적용된 덕분이었다.

그 뒤에는 프레스 2대를 10분 동안 작동시켰다.

이번에도 문제가 없었다.

다음은 30분이었고 그 뒤에는 1시간으로 늘렸다.

“생산량 좋다. 단순생산은 기계가 훨씬 좋네.”

김태호는 흡족할 수밖에 없었다. 단기간에도 5% 정도의 차이가 났다.

하루 종일 가공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 같았다.

다음날에는 아예 하루 종일 가공을 해봤다. 처음으로 쓰는 자동화공정이라 불안함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걸 종식시킬 정도로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이래서 다들 투자를 하는 구나.”

김태호는 새삼 델프 사가 가진 기술력에 감탄했다. 자동화쪽으로 왜 유명한 업체인지 실감했다.

지금의 재영공업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회사도 이런 위치까지 올라가야지.”

김태호는 전의를 불태웠다.

누구나 찾아가는 업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김태호는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 작업량과 품질을 체크했다. 안정된 생산량은 기존의 목표보다 13%는 높았다.

“필립도 이걸 보면 놀라겠지? 마법도 멋졌지만 과학은 이렇게 대단하다고.”

김태호는 골치가 아팠던 것이 해결되었다. 목표량을 초과하자 건일ADOS에 일찍 연락해야만 했다.

“뭐야! 왜 물량이 더 나온 거죠?”

물건을 가지러 온 건일ADOS의 직원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더 많은 물량을 생산했다. 그 가치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생산관리였다.

“저번에 기계 하나 더 샀다고 했잖아요. 아예 로보트 암까지 추가해서 자동으로 돌렸죠.”

“우리 김 사장님이 투자 제대로 하셨네요.”

“다 건일에서 준 돈이죠.”

김태호는 절로 흐뭇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약점은 생산량이었다. 그걸 완벽하게 메워버렸다.

*       *       *

이번 건일ADOS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제법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금속분리판을 재영공업이 너무나 잘 공급해주고 있었다.

재영공업은 예상보다 높은 생산성을 선보였다. 품질도 그들에게 거는 기대감이 실망스럽지 않을 정도였다.

품질과 물량. 규모가 아무리 커도 이중에 종종 실수가 나는 업체도 있어왔다.

그랬기에 건일ADOS는 재영공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업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다만, 모든 이들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백광석 연구소장을 필두로 한 모든 연구원들은 지금 상황에 어쩔 줄 몰랐다.

“결과가 이게 맞는 건가?”

백광석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연구원들도 침묵했다.

발전소 설치 전, 최종모델로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한 결과가 나왔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이 달랐다.

“왜 3번 연료전지만 이론보다 10%나 결과가 높은 거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몇 번이고 데이터를 돌려봤다. 그랬기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확인해봐. 데이터 뽑은 다음에 뜯어내서라도 결과물을 확인해!”

성능은 기대치를 넘었다.

백광석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그가 수없이 겪은 일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조사에 매달렸다.

이 결과가 나오는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몇날 며칠을 매달린 끝에 그들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1, 2번은 시험가공을 한 제품들로 만들었다.

3번만 딱 하나가 달랐다. 거기에 들어간 금속분리판은 양산형에 쓸 모델이었다.

단 하나의 차이. 그게 10%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허! 진짜 이 금속분리판 때문이라고?”

백광석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수소연료전지의 수많은 부품들 중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금속분리판도 중요하지만 이런 결과를 이끌어 낼 줄은 몰랐다.

아니, 말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한 모델링과 똑같아. 이런 차이가 날 수 없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재영공업은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재영공업의 금속분리판의 모델링에 완벽히 부합했다. 그러니 이론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되었다.

“어째서? 도대체 왜?”

여러 번 실험을 해도 결과는 같았다. 오로지 재영공업의 제품만이 이변을 만들었다.

나머지는 이론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재영공업은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거지?”

백광석은 손이 벌벌 떨렸다. 그래도 재영공업으로 상승된 성능이 수소연료전지를 불안정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이건 회장님한테까지 전해야 돼. 여긴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재영공업은 아직도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 어디에도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은 기적을 만들었다. 여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진 곳이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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