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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6화 (6/49)

6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즘 기계가 더 쌩쌩한 것 같지 않아?”

직원 하나가 의문을 던졌다.

그의 밀링머신은 다음 가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에는 소재를 크게 절삭을 하면 위태로운 소리를 내고는 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런 일이 없어졌다.

“맞아. 기계가 일단 덜 떨리고 공구도 잘 안 닳더라?”

“요상하지. 오늘내일해도 이상하지 않는 물건들인데.”

“그러니까. 이래서 중고로 기계 하나 사서 평생 돌리는 건가?”

옆의 직원도 동조했다.

매일 기계를 접하기에 모를 수 없었다.

“사장님이 맨날 뒷정리하잖아. 기계도 계속 손보는 것 같던데 그런 것 아냐?”

또 다른 직원은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잔업 후, 그들이 퇴근하면 김태호가 매번 뒷정리를 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업무 중간중간에 기계를 점검하는 것도 익숙한 광경이었다.

“우리 사장님 기계도 수리할 줄 알아요?”

“그거겠다. 매일 남아서 공부도 하는 것 같던데.”

다른 이들도 그게 옳다 여겼다.

“우리 사장님은 진짜 부지런해.”

“그러니까. 다른 곳은 사장이 술만 마시고 골프만 치잖아.”

“그래도 너무 혼자 고생해.”

직원들은 김태호에 대한 칭찬과 함께 우려를 드러냈다.

건일ADOS의 2차 테스트 때는 충격이었다. 그렇게 가공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김태호가 가공중에 졸 정도로 혹사하고 있었을 줄이야!

“크흠. 잠깐 쉬세요.”

김태호는 머쓱해하며 직원들에게 휴식시간을 주었다.

직원들이 믹스커피를 타는 사이에 그는 기계와 가공품을 살폈다.

“좋아. 역시 3번 붓이 괜찮네.”

김태호는 매일 새롭게 붓을 만들었다. 붓대에 인챈트 가공을 했기에 기본적으로 성능은 다 좋았다.

짧으면 하루하고 반나절. 길면 이틀 동안 인챈트가 유지될 정도였다.

반면에 재료는 인챈트 스티커만 썼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공 후에 인챈트가 유지될 필요는 없어서다.

스티커는 두 부류로 나눴다.

1차 가공만 하는 일반 프린터 버전.

2차 가공 이상은 주요 부품을 수정과 석영으로 개조한 프린터로 출력한 버전이었다.

“다들 기계에 붙여둔 메모 보세요. 그대로 가공하시다가 모르시면 물어보시고요.”

김태호는 휴식을 마친 직원들에게 업무를 배정했다. 자신의 몫을 다한 뒤에는 틈틈이 다른 가공품을 살폈다.

“우리 사장님 진짜 철저해.”

“맞아. 저렇게 품질을 보니까 허투루 하겠냐고.”

직원들은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업체들이 재영공업에 일을 맡기지 못해 안달이 난 이유였다.

물론 김태호는 품질만 살피는 것이 아니었다. 인챈트가 남아있나 확인도 겸했다.

“여기에 남아있구나.”

김태호는 제품의 표면을 알콜로 닦았다. 작은 진동과 함께 옅은 빛무리가 떨어져 내렸다.

인챈트는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비밀유지만이 아니다.

만에 하나 조립 혹은 가동 중에 지금처럼 인챈트가 깨진다면 어떤 사고가 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 물건에 어떠한 사고도 있을 수 없지.”

김태호는 남은 인챈트를 다 제거한 뒤.

[Web발신]

[건일ADOS]

안녕하십니까, 건일ADOS입니다. 2차 테스트 합격에 축하드리며 3차 테스트 일정 및 정보 안내를 위한 메일을 발송하였습니다.

건일 ADOS의 2차 테스트 합격발표가 결정되었다.

“당연한 결과지.”

그때의 고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침침해질 정도였다.

“여러분. 2차도 합격했습니다. 3차 일정에 맞춰서 저번처럼 회사 비울 겁니다.”

“와아! 우리 사장님 또 해낸 거야?”

“잘 하셨습니다. 사장님!”

“역시 우리 사장님이면 해내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직원들은 환호했다.

“이번에는 우리한테 잔업 다 맡기세요.”

“맞아요. 맞아.”

“좀 일찍 퇴근하세요. 우리 매번 눈치 보인다고.”

또한 장난기 섞인 말로 퇴근을 재촉했다.

“3차 준비해야죠. 제 눈치는 보시지 말고 퇴근하세요.”

김태호에게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오늘은 석영으로 만든 붓대가 도착한 날이었다. 그걸로 인챈트 실험을 해야만 했다.

절대로 일찍 퇴근할 수 없었다.

“오늘은 뭘 어떻게 조합할까나.”

김태호는 매일 이 시간이 기대가 되었다.

*       *       *

김태호는 저 멀리에 있는 건일ADOS 건물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로써 두 번째 방문이다.

마침표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쉼표가 될 것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본사 직원에게 안내받아 도착한 대기실. 먼저 도착한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영공업의 사장님이죠?”

“역시 도착할 줄 알았어.”

“그 작은 회사가 또 통과했어?”

모두 김태호를 알아봤다.

2차 설명회에서 참석했다면 모를 수 없었다.

“반갑습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입니다.”

김태호도 웃는 낯으로 인사를 했다. 이번에는 그도 깔끔하게 정장을 입었다. 옷차림으로 트집을 잡힐 일은 없었다.

“반갑습니다, 김 사장. 우리 명함이나 교환하죠.”

나이가 가장 많은 이가 명함 지갑을 꺼냈다.

김태호도 명함을 교환했다. 먼저 온 이들에게서는 연륜을 넘는 여유가 느껴졌다.

‘다른 파트면 경쟁자가 아니니까.’

명함을 보면 다들 다른 업종이었다. 김태호는 다른 이유도 발견했다.

‘내정자들이 없다.’

2차에서 박수 사건의 주인공들이 이중에 없었다. 백동석의 말처럼 대가를 치룬 셈이다.

김태호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경쟁자가 아니라면 인맥을 쌓기에 좋았다.

다들 경쟁력이 있는 회사라 알아두면 손해는 없었다.

“그래도 우리 3차까지 왔네요.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사실상 합격이겠죠? 면접이 끝이라면서요.”

“물론이죠. 우리가 끝인데.”

세 명은 합격을 당연하게 여겼다.

“곧 3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납품한 업체순서대로 진행할 것입니다. 첫 번째는.”

대기실로 들어온 직원이 먼저 명함을 교환한 이를 호명했다.

“드디어 3차의 시작인가. 그런데 재영공업이 의외로 느렸네?”

“맞아. 제품 하도 잘 만든다고 하니까 빨리 낼 줄 알았는데.”

화제는 자연스럽게 김태호에게로 돌아왔다.

“규모에 비하면 양이 많아서요. 아무래도 좀 버거웠죠.”

그는 굳이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금속분리판이 그러면 불량도 많고 힘들다더라. LS정밀 같은 곳도 이번에 떨어졌잖아.”

“맞아. 그거 담당하는 직원이 혼쭐 좀 났겠는데? 재영공업 조심해야 해. 직원 뺏긴다고.”

두 사람의 걱정을 김태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직원을 왜 뺏겨요?”

“응? 그거 가공한 직원 엄청난 기술자일 것 아냐.”

“작은 기업에 그런 사람 있으면 억대연봉으로 그냥 뺏겨.”

둘은 정해진 사실처럼 말했다.

핵심직원을 빼앗기는 건 어느 회사나 치명적이었다,

“저 혼자 가공했는데 그럴 리가요.”

“······.”

그러나 김태호는 예외였다. 오히려 직원들이 조금만 더 유능했다면 더 좋은 일을 받았을 테니까.

“김 사장은 농담도 심하네.”

“직원 잘 숨기네, 안 뺏기겠는데?”

둘은 그걸 사실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기계로 그렇게 가공한 거야?”

“맞아. 우리 회사도 추천 좀 해줘요.”

그리고는 재영공업의 비밀을 은근슬쩍 물어봤다.

‘말해도 안 믿으면서.’

김태호에게 지금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인챈트에 대해서만 숨길 뿐, 나머지는 사실대로 말해줬다.

“크흠. 우리 김태호 사장이 입이 아주 자물쇠야.”

“비밀 지킬만도 하지. 무려 최우수신데.”

끝까지 그들은 믿지 않았다.

면접자가 하나가 더 나갔고 대기실은 둘 뿐이었다. 형식적인 대화만 오고 가며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세 번째는······.”

뒤이어 다른 한 명의 차례가 왔다.

“재영공업 김태호 사장님은 마지막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태호는 마지막 순번인 것에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남아 인챈트 도구에 생각을 더 할 수 있었다.

*       *       *

세 번째 면접 후.

면접관인 최건우 사장, 백광석 연구소장, 품질관리와 생산관리팀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주제는 바로 김태호와 재영공업이었다.

“김태호 사장의 생산기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인정합니다. 규모를 떠나서 처음 가공을 하는 곳이 이렇게 나올 수 없거든요. 1차 때도 대단했지만, 2차에서 불량품 하나 없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데요.”

백광석 연구소장과 품질관리 1팀장은 먼저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회사 규모는 문제죠. 2차에서 퀄리티가 떨어진 것은 유의미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300장을 가공하는데 시간이 제일 많이 걸렸어요. 솔직히 이러면 일정 못 맞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생산관리 1팀장은 부정적이었다. 일정이 틀어지는 것만큼 치명적인 일은 없었다.

“기계는 구매하고 인력은 보충하면 되지. 하지만 이런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은 돈으로 해결이 안 되잖아. 이 팀장.”

“백 소장님 말씀이 맞죠. 아무리 큰 기업도 양산을 하면 제품불량이 쏟아져요. 이번 LS정밀 보세요. 막상 2차에서 제품이 개판이었잖아요.”

“그러면 두 분은 재영기업이 커지면 그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는 겁니까?”

셋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음. 그래도 앞선 면접자들과 비교하면 재영공업은 최종적으로 최우수업체일 수밖에 없어요. 신데렐라처럼 이렇게 작은 업체의 발굴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습니다. 알다시피 사업에서 이렇게 스토리 쓰기가 참 힘들어요. 애초에 재영공업만큼 좋은 성적을 거둔 곳이 있었습니까? 길게 갈 필요도 없이 문제가 될 부분만 짚고 갑시다.”

최건우 사장은 아예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다른 면접관들도 동의하는 바였다.

결국 재영공업은 결과로 보여줬다.

“안녕하십니까. 재영공업의 김태호입니다.”

김태호가 면접실로 들어왔다.

형식상의 질문을 한 후에 최건우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김태호 사장님. 2차에서 납기일과 품질이 다소 떨어진 것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려운 가공이었고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공정과정에서의 단점을 파악했기에 비슷한 규모의 일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김태호는 최근에 진행한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금속분리판보다 난이도가 낮아도 재영공업이 처리하기 쉬운 규모의 일은 아니었다.

면접관들로서는 의외였다.

재영공업의 빠른 피드백은 예상외였다.

“현실적으로 기계를 임대해서 들어놓을 공간은 있습니까? 회사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의향은 있습니까?”

“최종 우수업체가 되는 것과 관계없이 본사에 진행되는 일거리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전할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고 그에 맞는 추가 직원과 기계를 들일 예정입니다.”

“호오. 벌써 준비중이군요.”

최건우도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을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봤다.

“아니면 여기 공단은 어때요. 가까우면 서로 일하기가 하기 편한데.”

“······.”

김태호만이 아니다. 어떤 회사의 사장이라도 구미가 당기는 제의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죄송합니다. 세종으로 오면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지게 됩니다. 거기다가 기존에 계약하고 있는 업체들과의 거래에도 차질이 생기게 됩니다. 지금껏 그들과 쌓아온 신용을 어기면서까지 무리하게 옮길 수 없습니다.”

“본사 가까이에 오면 더 많은 거래가 올 수 있습니다. 그래도요?”

“신용. 그리고 기술력. 우리 재영공업이 여기까지 온 이유입니다. 지금 진행하는 일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이전은 불가합니다. 그건 재영공업이 아니니까요.”

김태호는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을 믿었다. 그리고 그것에 감사해했다. 건일ADOS가 아무리 좋은 기회였어도, 그들을 위해 기존의 것들을 버릴 수 없었다.

재영공업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인정받는 회사였다.

“잘 알겠습니다. 면접은 여기까지로 하죠.”

최건우는 묘한 표정으로 면접을 끝냈다.

김태호가 나가고 백광석에게 그는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저 친구 진국이네.”

앞선 면접자들의 나약한 모습과 비교되었다.

다른 이들도 그에 동의했다.

김태호는 자신에 대한 책임과 자신감이 있었다. 이런 사람과 오래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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