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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4화 (4/49)

4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좋아. 이거면 되겠어.”

김태호는 자신의 노트에서 필요한 인챈트들을 따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공정을 준비하는 시간만 당기는 것으로도 모자랐다.

작업방식도 바꿔야만 했다.

건일ADOS는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자동으로 가공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그걸 완벽하게 모방할 수 없다.

그건 재영공업이 가지고 있는 기계의 한계를 넘는 일이었다.

필립 수준의 마법사가 기계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아냐. 필립도 이곳에서는 힘들어.”

마나가 극히 드문 세상이었다.

마법사가 하는 모든 행위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필립이라도 그처럼 기계의 성능 개선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었다.

기계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그마저도 힘들 수 있다.

김태호는 저번 생산을 떠올렸다.

1차 테스트처럼 제품 하나마다 공정을 바꾸면 절대로 시간 내에 작업이 불가능했다.

한 공정마다 최소 5장에서 최대 10장의 재료를 가공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야만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었다.

“아니면 한 공정마다 300장을 다 찍을까···?”

문득 든 생각에 혹했다.

한 공정마다 아예 300장을 다 찍어버리면 시간은 최대로 줄일 수 있을 터였다.

“버틸 수 있을까?”

과연 300장을 연속으로 가공하면 어떻게 될까.

과연 플레이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테스트를 위해 급하게 받아온 금형이었다. 단기간에 제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플레이트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탈락이었다.

“플레이트가 부서지면 안 돼.”

소량가공을 유지하되 내구성을 더 높여야만 했다. 그래서 해당 인챈트를 더 심오하게 짰다.

물론 상하 플레이트의 위치고정 인챈트도 빼놓지 않았다. 완벽하게 맞물려 가공의 오차를 줄여줄 것이다.

그 다음은 프레스의 램과 생크였다. 여기서 조금만 틀어지면 가공에 문제가 생겼다.

해당부분에도 위치고정 인챈트를 계획했다.

연달은 가공시에 풀어지지 않게 잠금쇠 인챈트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 다음에는 건일ADOS가 보낸 소재들이었다.

가공시에 휘어지는 스프링백과 소재가 찢어지는 크랙킹 방지를 위해 충격감소와 내구력강화를 넣었다.

또한 플레이트와 연계를 해 원점이 잡히도록 설계했다.

이론대로라면 플레이트와 램, 생크. 마지막으로 재료까지 정해진 위치에서 가공이 될 것이었다.

그 후에 인챈트 도구들을 꺼냈다.

첫 번째는 직접 만든 붓이었다.

공단의 가로수가 벼락을 맞아 쓰러졌을 때, 챙겨온 가지로 만든 붓대. 끝에는 손톱 만한 자수정을 붙였다.

붓촉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들었다.

필립이 쓰던 스태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그는 인챈트 한 자수정으로 만든 만년필을 썼었다. 펜촉에 의해 소재에 스크래치가 생길까 봐 그걸 따라할 수 없던 것이다.

두 번째로 꺼낸 먹물도 수제로 제작했다. 생명력이 풍부한 고로쇠 수액에 문어나 오징어의 먹물을 합친 것이었다.

필립이 쓰던 짐승의 피보다는 이게 더 좋아보였다.

공장의 문을 닫은 그는 메모장에 적은 인챈트를 다시 확인했다.

벼루에 먹물을 붓고 먹을 갈았다.

첫 순서는 플레이트였다.

붓은 조심스럽게 금속의 위를 스쳤다. 한 획이 더해질 때마다 붓대에 달린 자수정이 은은한 빛을 머금었다. 그렇게 완성이 된 글자는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태호는 한 글자가 완성될 때마다 그 빛을 확인했다.

인챈트가 제대로 진행된다는 증거다.

만약 잘못된 글자를 적었다면 이런 반응이 나지 않았다.

그저 낙서로 끝났을 뿐이다.

단어 하나하나가 이어져 문장을 이루었다.

우우우웅!

내구성 강화 인첸트가 완성되었다.

성공을 자축하듯이 금속에 적힌 문장이 허공에 떠올랐다. 위성처럼 플레이트를 떠돌다 금속으로 스며들었다.

“후우. 지친다.”

겨우 하나를 완성했는데도 피로함을 느꼈다.

필립처럼 마나를 다루지는 못하는 그로서는 문장의 길이가 유독 길어야 했다. 그래서 한 번 인챈트를 할 때마다 집중력과 정신력에 부담이 갔다.

금형 부분은 다 끝내어 피로함이 느껴졌지만, 붓이 마르게 둘 수 없었다.

다음 순서인 램과 생크까지 문제없이 인챈트를 끝냈다.

“이제 본 게임인가.”

김태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공장 구석에 건일ADOS가 보낸 재료가 산적해있었다.

납품할 재료 300장. 시험가공용으로 10장.

총 310장의 인챈트를 해야만 했다.

학생 때 하던 깜지와 비교할 수 없는 양이었다.

냉장고에 넣어둔 에너지드링크를 마신 후,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금속판 한 장씩 인챈트를 새길 때마다 입안이 바짝 말랐다.

“···힘드네. 정말로.”

연속으로 인챈트를 할수록 급속도로 피곤해졌다.

두 눈이 침침한 것은 물론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한 일을 멈출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가공을 하려면 한 장이라도 더 인챈트를 해야만 했다.

‘피곤해도 실수 하나 없으니까.’

컨디션이 나빠도 일이 잘 풀리는 날이 있었다. 그게 오늘이었다. 이럴 때는 한계치까지 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파도가 치듯이 몰려오는 피로 속에서 끝까지 버텼다. 그러다가 딱 100장을 채우는 순간, 그는 붓을 손에 놓았다.

‘여기서 멈춰야 해.’

인챈트를 더 했다가는 사고가 날 것 같다.

그는 비틀거리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캐비넷의 맨 아래 칸.

먼지투성이의 침낭이 있었다.

“오랜만이네.”

재영공업을 맡은 첫 해.

집에 돌아가 덮은 이불보다 침낭에서 보낸 날이 더 많았었다.

김태호는 오랜만에 그것에 몸을 맡겼다. 딱딱한 사무실 바닥에 눕는 순간 곧바로 잠에 들었다.

고작 3시간을 잔 그는 다시 일어나 소재의 인챈트를 했다.

직원들이 출근할 때는 뒷정리를 했다.

커피로 잠을 깨우고 직원들에게 그날의 업무를 배정해줬다. 저녁이 되어 퇴근을 하면 다시 인챈트의 시작이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하루 동안은 잠만 자야겠어.”

김태호는 걸음마다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중간마다 쪽잠을 잤지만 피로가 풀릴 생각을 않았다.

목이 마를 때마다 물 대신에 에너지드링크를 마셔도 별 효능이 느껴지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날 수 없었다.

탄산이 목구멍을 두들길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남은 재료들에 인챈트를 시작하자 다시금 집중력을 쥐어짰다.

극도의 피로감 속에서도 정신은 점점 뚜렷해졌다. 기이할 정도로 완벽하게 인챈트가 되고 있었다.

아예 인챈트에 몰입하자 두 눈이 흐릿해진 상황에서도 붓놀림은 거침이 없어졌다.

마지막 재료에 인챈트를 끝낸 뒤.

“···벌써 끝났다고?”

김태호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도 이렇게까지 몰입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도 버텨야만 했다.

잠들기에는 너무 애매하게 남은 시간 때문이었다.

“피곤은 해도 가능은 하겠는데.”

그는 금속분리판 시험가공을 시작했다.

프레스 위에 시험용 재료 3개를 연달아 가공을 했다.

공정마다 측정을 했을 때, 제품에는 하자가 없었다.

최종가공 후의 측정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양품이었다.

“실전처럼 해볼까.”

누군가에게 300장은 소량일 수 있다.

하지만 김태호에는 이건 대량생산이었다. 그 첫 출발이 순조로우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번에는 남은 시험재료를 다 챙겨왔다.

타이머도 켠 다음에 오로지 빠른 생산을 위해서만 집중을 했다.

공정 중간마다의 측정도 생략했다. 대충 눈대중으로 봐도 아까 전보다 부족한 것은 없었다.

플레이트만 문제가 없나 한 번 살필 뿐이었다.

다음 공정의 세팅도 인챈트 덕분에 순조로워졌다. 김태호는 손에 날개를 단 느낌이었다.

마지막 가공 뒤에 타이머를 멈췄다. 1차 가공에 비하면 30%는 줄어들었다.

1차처럼 완벽한 제품은 아니지만 충분히 훌륭한 수준이었다.

최소한의 목표는 다 이룬 것이다.

“이 페이스면 시간을 맞출 수 있다.”

김태호는 홀가분한 심정이었다. 남은 것은 300장의 가공뿐이다.

긴장감이 풀려서일까.

어제도 오늘도 3시간만 자기는 매한가지였지만 몸이 유독 납덩이처럼 느껴졌다.

“사장님. 요즘도 사무실에서 자는 것은 아니죠?”

“차라리 조금 더 쉬시는 건 어때요?”

아침에 출근한 직원들이 우려를 표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김태호는 겨우 숨만 붙어있는 느낌이었다.

“괜찮아요. 다들 지금 배정해주시는 일만 하면 됩니다.”

김태호는 우려를 일축했다.

언제나처럼 아침 일거리를 배정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그 뒤였다.

“사, 사장님! 졸면 안 돼요!”

“······헉!”

낮에 일하던 중에 김태호가 깜빡 졸아 버린 것이다.

직원의 부름에 그는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잘못해서 가동 중인 기계에 소매가 끌려갈 뻔했다.

업무도중의 실수 정도가 아니다. 잘못하면 손목이 작살날 뻔했다.

“사장님은 일단 좀 자요. 그러다 죽겠어!”

“맞아요. 잠깐만 쉬어요.”

직원들이 놀라 그를 강제로 쉬게 했다. 입으로는 거부했지만 김태호는 사무실로 가자마자 곧 침낭 위에 쓰러졌다.

*       *       *

사각. 사각.

잉크를 머금은 펜이 양피지 위에서 흔적을 남겼다. 그걸 쥔 필립의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 뿐이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

뜬눈으로 밤을 샌 이유는 하나.

새롭게 정립 중인 마법이론의 발표회 때문이었다.

그 전에 모든 과정을 점검해야만 했다.

빼곡하게 정리한 양피지는 돌돌 말아 뒤로 집어던졌다.

누군가에게는 황금보다 비쌀 지식으로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투툭.

“제길.”

촛농도 다 녹아 심지도 다 타들어갔을 때.

새로 적어나가던 양피지에 붉은 핏물이 떨어졌다. 육신이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필립은 결국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잉크를 찍어 인챈트를 시작했다.

우우우웅!

완성된 문자가 그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그게 사라짐과 동시에 침대에 기절하듯이 쓰러졌다.

3시간이 정확하게 흐른 뒤.

잠에서 일어난 필립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아까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얼굴이었다.

*       *       *

“···저거다.”

단잠에 깬 몸은 비명을 질렀다.

두 눈이 흐릿한 와중에도 김태호는 움직여야만 했다. 비틀거리며 움켜쥔 펜으로 꿈에서 본 것을 기록했다.

필립이 마법을 쓰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 후유증까지 있었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육신에 직접 인챈트를 했었지.”

김태호는 그걸 섣불리 따라하고 싶지 않았다. 인체에 인챈트를 가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커보였다.

“뭔가 마법에 더 가까웠어.”

마법과 인챈트의 구성은 사뭇 달랐다.

이번 필립의 행위는 인챈트와 마법의 중간에 있었다. 그러나 누적된 피로가 날아간 것을 확인했다.

지금의 김태호에게 너무나 필요한 것이었다.

곧바로 분석에 들어간 결과.

“깊은 수면을 강제해 짧은 시간에 피로를 푸는 것이로구나.”

상위개념이 아니라 금방 해석할 수 있었다.

다만, 그 ‘강제’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PC도 강제종료를 하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

김태호는 침낭에 인챈트를 시작했다. 그는 수면의 강제가 아니라 유도로 개조했다.

우우우웅!

인챈트는 순조롭게 성공을 했다.

김태호는 시험삼아 침낭에 누웠다. 잘 발동이 될까 의구심을 가졌으나 금방 잠에 들었다.

3시간 동안 시체처럼 미동도 없었다.

“···미쳤다.”

침낭에서 일어난 김태호는 믿기지 않을 개운함을 느꼈다.

수면의 질이 차원이 달랐다.

아예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

“사장님. 이제 괜찮아요?”

“그냥 퇴근하시면 안 될까?”

다시 공장으로 들어오자 직원들이 우려를 했다.

“전 괜찮아요.”

컨디션을 회복한 김태호는 자신 있게 답했다. 그의 작업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2차 테스트의 종료 날이 다가오면서 건일ADOS로 제품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규모가 있는 회사가 전체적으로 빠르게 도착했다.

물론 결과마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일찍 물건을 보낸 곳일수록 불량품이 많았다.

“흐음. 역시나인가.”

백광석은 미도착한 업체목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모두 회사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그중 하나가 재영공업이다.

기술력은 인정하지만 10명도 안 되는 회사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틀 뒤에 마지막 날이 되자 다른 업체의 물건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재영공업도 그중의 하나였다.

“연구소장님. 마지막 물건이 왔습니다.”

“바로 확인하지.”

백광석은 직접 측정하기로 했다. 2차 데이터를 그가 직접 보고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흐음. 양산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재영공업의 제품들은 1차 테스트보다는 결과가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곧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처음 제품을 양산하면 어느 업체라도 불량품이 나왔다. 특히 금속분리판과 같은 경우는 그 정도가 심했다.

재영공업과 같은 파트의 업체만 봐도 그렇다. 불량품이 10% 내외가 훌륭한 정도였다.

“···왜 불량이 없지?”

직원 10인 이하.

노후한 기계와 젊은 사장이 있는 재영공업은 300개의 제품을 모두 양품으로 만들었다.

2차 테스트의 기준을 완벽하게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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