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좋소기업 사장이 마법을 숨김-2화 (2/49)

2화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지명, 기관, 사건, 단체 및 직업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제품을 보내고 2주일이 지났다.

김태호의 일상은 전과 같았다. 1차 테스트 합격발표가 코앞이었지만 떨리지도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테스트에 보낸 제품에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였다.

‘손에 감각이 왔으니까.’

언제부터인가 가공을 하는 순간부터 제품의 완벽함을 알 수 있었다.

저번 금속분리판은 그 완벽함에 어울리는 작업이었다.

“사장님! 전화! 전화!”

직원 중 하나가 소리쳤다.

김태호는 선반기계를 멈췄다. 작업장갑을 벗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한 통의 전화와 문자가 와있었다.

전화는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라 무시했다.

[Web발신]

[건일ADOS]

안녕하십니까, 건일ADOS입니다. 1차 테스트 합격에 축하드리며 2차 테스트 일정 및 정보 안내를 위한 메일을 발송하였습니다.

문자는 그가 기다리던 것이었다.

예상하던 결과에 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인정받았다는 느낌은 늘 좋았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사무실로 갔다.

2차 테스트 안내메일에는 건일ADOS의 본사로 전원참석이 적혀있었다. 현장설명이 있으니 불참할 수 없었다.

“그때 일정이······.”

달력을 보니 참석이 가능했다.

퇴근 때는 직원들을 불러 그 사실을 알려줬다.

“건일ADOS 1차 테스트 합격했습니다. 본사를 가야 해서 하루는 확실하게 빠져야 할 것 같아요.”

“와! 진짜예요. 사장님?”

“우리 사장님 대박이네. 그걸 해내세요?”

“역시 우리 사장님 끝내주지!”

직원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환호했다.

그들이 생각해도 김태호와 재영공업은 너무 평가절하 되어있었다.

“하루 말고 이틀은 쉬세요. 그거 준비한다고 주말도 안 쉬고 나오셨잖아요!”

“맞아맞아. 2차 준비하세요. 우리가 잔업하면 되잖아요!”

“매번 혼자서 무리하지 맙시다. 우리가 그만큼 더 하면 되지!”

이번 일은 너무 중요했다.

직원들도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장 없도록 잘 하겠습니다. 아시잖아요. 필요하면 부탁드릴게요.”

김태호는 그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의 일을 맡기면 직원들의 퇴근이 1시간에서 2시간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거기까지다.

‘시간만 문제도 아니고.’

잔업은 선호하지 않았다.

비용이 아닌 직원들의 업무능력 때문이었다.

미리 설명하고 지정해둔 작업 이 아니면 제품의 불량률이 올라갔다.

특히 잔업시간대면 더 그랬다.

품질관리도 직접 하는 입장에서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

불량품은 회사의 평판과 직결한다.

평판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추락은 한순간이지만, 복구하려면 몇 년은 걸렸다.

‘나야 지금도 충분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진즉 2차 테스트를 위해 이른 새벽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건일ADOS 협력사를 노리면서 해당 분야에 너무 무지하다는 걸 알아서였다.

배움이 모자란 것에 부끄러움은 없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운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나도 대단한거지.”

금속분리판에 재영공업이 가진 기계를 다른 업체에서는 절대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된 모델인 것을 떠나 기계의 성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공을 억지로 해도 품질은 엉망일 터였다.

하지만 김태호는 달랐다.

1차 테스트를 성공할 정도로 가공을 잘 해냈다.

“필립에게 진짜 고맙네.”

필립의 지식이 없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그 지독한 두통이 지금은 축복이었다.

“진짜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김태호는 마법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인챈트를 흉내낼 수는 있어 다행이었다. 낮은 효과지만 기계의 단점을 보완할 수준은 되었다.

“마나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다. 이 정도겠지.”

마나가 없다면 인챈트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세운 가설이었다.

그러나 재영공업을 지킬 수 있던 것은 필립의 지식이 아닌 김태호의 능력이었다.

미세할 정도로 정교한 가공이 가능하게 하는 눈과 손. 그리고 자신의 제품에 가지는 긍지.

김태호가 자부하는 자신의 장점이었다.

*       *       *

“김 사장님! 계십니까아.”

2차 테스트 전날.

공장 입구에서 누군가가 김태호를 불렀다.

김태호는 밀링 머신을 멈췄다. 누구인가 싶어서 봤더니 단골인 엘트엘의 직원이었다.

“어쩐 일로 개발팀이 직접 왔어요?”

“현장에서 설계 좃같이 했대요. 알아서 맞춰 오라더라고요.”

직원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엘트웰은 기계납품을 위해 설계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그러니 제품에서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쩌죠. 저 내일 회사에 없어서 바로 못 드리는데.”

“내일 회사창립기념일이에요?”

“2차 테스트 가는 날이라서요. 직원들도 시간 내기 애매하네요.”

기름때가 낀 손으로 김태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건일ADOS의 1차 테스트 합격소식은 빠르게 공단에 퍼졌다. 그간 거래가 안 되던 기업들에게서 먼저 문의가 쏟아졌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자.

김태호는 직원들과 회의를 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서 다들 퇴근 후에 무조건 잔업을 하고 있었다.

불량률을 줄이고 연료전지 공부를 위해 김태호는 최소한의 수면만 취하는 실정이었다.

“이틀은 늦어져도 상관없어요. 현장도 김 사장님 일정이면 무조건 이해할 겁니다.”

“죄송해요. 단골업체인데 바로 못 해드려서.”

김태호도 그간 엘트웰에서 일거리를 알게 모르게 챙겨줬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맙고 미안했다.

그는 엘트웰에서 온 물건을 사무실에 두고 일찍 퇴근했다.

이른 아침부터 향한 곳은 세종시였다.

택시를 타고 진입한 공단은 비교적 새 공장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단연 압권은 건일ADOS였다.

“공사 진짜 크게 하네.”

건일ADOS로 바뀌고 시작한 확장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드디어 대기업 본사를 향해 두 발로 걷고 있다.

택시에서 내린 김태호는 연신 감탄했다.

주변의 공장과 회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사라졌다.

잘못하면 늦을 뻔 했기에 빠른 걸음으로 건일ADOS 본사로 들어갔다.

강당의 앞에는 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 2차 설명회라는 팻말이 크게 놓여 있었다.

대기하던 직원은 그의 신분증과 명부를 확인했다.

“약소하지만 이것과 함께 이름표를 받아가시면 됩니다.”

김태호는 작은 종이가방과 이름표를 받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가장 빈자리가 많은 뒷좌석에 앉았다.

“휴우. 안 늦었다.”

딱 1분 차이.

김태호는 의자에 앉자마자 가슴을 쓸어 내렸다. 주변을 보니 20대는 그 혼자뿐이었다.

“크흠. 이봐. 자네 지금 온 건가?”

두 칸 떨어져 앉은 중년남성이 김태호에게 말을 걸었다.

“네. 잠깐 구경하느라요.”

“딱 봐도 직원인 것 같은데. 거기 사장은 이런 자리에 직접 오지도 않나? 그래 가지고 회사 운영하겠어?”

“사장이요? 그래서 제가······.”

“쯧쯧. 사장님도 아니고 사장이라고 하는 말뽄새 봐라. 10분 전에 오는 것도 아니고 옷도 예의 없게 그 꼴이고.”

중년남성은 김태호를 아래위로 흘겨봤다.

“자네 어디 회사인가.”

“···재영공업이요.”

“처음 듣는데? 우리 회사 막내 같아서 한 마디만 해주마.”

중년남성은 아예 바로 옆자리로 옮겨와 열변을 토했다.

김태호는 순간 학생주임을 마주하는 압박감을 받았다. 처음 보는 상대에게 인생을 지적받고 싶지 않았다.

“와. 대단하세요.”

영혼 없는 목소리로 기계처럼 대답만 했다.

두 눈은 자꾸 시계로 향했다. 정각이 조금 넘었는데 시작할 기미가 없었다.

구원의 손길은 곧 내밀어졌다.

단상 위로 백발이 인상적인 사내가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건일ADOS의 연구소장 백광석입니다. 준비한 책자를 다 받으시는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뒤따라 온 직원들이 책자를 모두에게 나눠줬다.

백광석이 고갯짓을 하자 강당의 불빛이 꺼졌다.

설명회의 시작이었다.

건일ADOS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부터 언급되었다.

건일자동차는 연료전지 분야의 후발주자였다. 대부분의 소재나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던 실정이었다.

건일의 모토처럼 자국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공생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국내의 중소기업에 내부적인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의 우리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 다음에는 프로젝트의 현황이었다.

신청한 43258개의 기업 중에서 1차 테스트 제출은 7856개의 기업만이 했다. 그중 87개의 업체만이 합격을 한 것이다.

“1차 테스트에서 모범사례로 뽑힌 최우수 기업에게는 격려금과 상장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백광석이 말을 끝내자 강당의 불빛이 다시 켜졌다.

짝짝짝.

맨 앞줄에서 박수 소리가 터졌다. 김태호를 포함한 이들이 시선이 쏠렸다.

“다들 축하할 일인데 박수 안 쳐요?”

그중의 하나, 올백으로 머리를 넘긴 사내가 호응을 유도했다.

“LS정밀의 이종후다.”

“저 자식은 이번에 내정이라지?”

“저놈들. 계속 저러기인가.”

강당의 대부분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들 너무하시네.”

이종후는 머쓱해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같은 줄 사람들은 그걸 보며 키득거렸다.

“저쪽은 분위기가 다르네요.”

김태호는 저들의 여유에 위화감을 느꼈다.

“당연하지. 저놈들은 미리 프로젝트를 준비했었어. 파트마다 협력사가 1개뿐이라면 저놈들이겠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방금 전에 놈이 LS정밀 부사장이야. 건일자동차에서 퇴직하면 저쪽 임직원으로 싹 가. 그러니까 전부 알고 준비했다는 거지.”

중년남성은 충격적인 말을 이어나갔다.

LS정밀은 테스트 전부터 노골적인 투자 의지를 보였었다. 가공기계는 물론 인력까지 빼돌리며 경쟁상대의 유입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이다.

“···불합리하네요.”

김태호는 박탈감을 느꼈다.

모든 것이 정해진 무대의 들러리가 된 기분이었다.

“이번 최우수기업은 바로 재영공업입니다.”

잠깐의 소란을 무시하고 백광석이 말을 이었다.

“저기는 뭐 하는 회사야?”

“재영공업?”

“처음 들어보는데?”

강당의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스크린에 적힌 재영공업은 그들에게 너무 생소했다.

“직원 10인 미만의 회사입니다만, 금속분리판에서 가장 훌륭한 가공과 테스트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리하여 본 연구소의 만장일치로 선정되었습니다.”

백광석은 재영공업을 극찬하며 제품 사진과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다른 업체와 비교가 될 정도로 깔끔한 가공과 압도적인 데이터에 모두 숨을 죽였다. 건일ADOS에서 제공한 이론적 데이터량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너, 너······.”

옆자리의 중년남성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오로지 그만이 재영공업이라는 회사를 들었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재영공업의 사장 김태호라고 합니다.”

“······.”

김태호는 드디어 자기소개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영공업의 김태호 사장님은 위로 올라와 주시기를 바랍니다.”

백광석의 부름에 그는 중앙계단으로 내려갔다.

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

“직원이 10명 미만이면 벤처기업인가?”

“너무 어린데? 바지 사장인 것 같다. LS보다 지독한 놈들이네.”

“금속분리판이 쉬운 거였나. 제길. 저쪽을 팠어야 했는데.”

다른 참가자들에게 20대의 김태호는 핏덩이에 불과했다. 그랬기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건일이라는 대기업에 내 회사의 이름이 걸렸어.’

반면에 김태호의 시선은 스크린에 고정이 되었다.

순차적으로 재영공업의 현재 정보가 표시되었다.

홈페이지도 없어 거리뷰로 찍은 회사. 그 정경은 공단 어디에나 있는 허름한 공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모든 것이었다.

‘너희들이 인맥을 쓰고 로비를 했더라도 상관없다. 결국 내가 잘하면 이길 수 있어.’

김태호가 단상에 오르자 백광석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김태호 사장님. 정말 젊으시군요.”

“앞으로도 자주 뵙겠습니다. 재영공업의 김태호입니다.”

힘에 찬 김태호의 목소리가 강당의 소음을 모조리 잠재웠다.

“건일ADOS의 사내기자입니다. 현장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잠시 포즈 좀 부탁드립니다.”

따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셔터를 열심히 눌렀다.

김태호는 백광석과 악수를 하고 격려금과 상장을 받는 동작을 몇 번 반복을 했다.

“김태호 사장님, 본사의 프로젝트에 어떤 계기로 지원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단골업체에서 한 번 해보라고 했습니다. 우리회사 기술력이면 어디라도 경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주더군요.”

이어지는 질문에 김태호의 목소리에는 그 흔한 떨림도 없었다.

“1차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기업비밀입니다. 다만, 결과를 내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참가기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재영공업의 각오를 알 수 있을까요?”

“오로지 기술력이라면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답변을 녹음한 사내기자는 만족하며 물러났다.

김태호도 단상에서 내려갈 때.

“끝나고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광석은 그에게만 들리게 작게 말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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