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화
[크르릉.]
“야, 약 먹이려고 그러는 겁니다! 물지 마세요!”
이 하찮은 인간은 또 뭐냐. 아까부터 자꾸 이 여자 인간한테 다가오는데 영 거슬린다!
“약만 먹이겠습니다!”
하찮다, 인간. 허락하노라.
여자는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열이 올라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괜히 심란했다.
이 인간은 참 약하구나.
할짝.
어서 깨어나라, 인간아.
여자의 손을 토닥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가까워지던 소리는 문 앞에서 잦아들었다.
달칵.
어? 또 누가 왔다.
[크르……!]
아냐, 아냐. 저 인간한테는 이빨 드러내면 안 된다.
“녀석.”
나의 실질적인 주인 되는 인간이 웃는다.
내가 그리 좋으냐, 인간아? 그래도 난 너보다 이 여자 인간이 더 좋다.
그리고 머리도 그만 좀 쓰다듬어라. 기분 나쁘다.
“앞으로 이 아이를 잘 지키렴.”
[규!]
그런 건 걱정 마라, 인간. 저 아이는 앞으로 내가 지킨다!
“아냐, 킹. 이건 내 거야.”
망할 꼬마 인간. 이미 넌 두 개를 먹었으니, 하나 남은 저 사과는 당연히 내 거다.
“누나가 사이좋게 먹으라고 했잖아.”
어려서 ‘사이좋게’의 뜻을 모르는 거냐? 공평하게 먹는 게 사이좋게 먹는 거다! 당장 그 사과 내려놓아라!
[규규!]
폴짝!
“아!”
[규우!]
결국 반밖에 못 먹지 않았느냐! 이 작은 인간은 왜 툭하면 찾아오는 거냐!
마음에 안 든다. 위대한 신수이자 백호인 내가 왜 이런 꼬맹이와 저딴 걸 나눠 먹어야 하는 거냐!
이제 더 이상 싫다! 내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느니라!
화가 나서 으르렁거리는 데도 꼬맹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달래듯 토닥이는 모습에 황당하기까지 했다.
건방진 꼬맹이가!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가 바로 위대한 신수 킹이란 말이……!
“리오, 킹, 딸기도 줄까?”
[규규!]
“네!”
다다다다!
내가 먼저! 내가 먼저!
“킹, 자니?”
응. 인간아, 나 좀 피곤하다. 오늘 하루도 널 지키느라 아주 바빴느니라.
네가 낮잠 잘 때 벌레가 다가오는 것도 쫓아야 했고, 가끔 원주인도 찾아가 놀아 줘야 한다. 그 인간, 은근 잘 삐지는 건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주방 가서 간식도 먹어야 하고, 한 번씩 소리를 내어 나쁜 것들이 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도 해야 한다.
하긴, 그리 울어 대도 인간, 널 찾아오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난 오늘 하루도 너와 달리 무척 바빴다.
[규우우…….]
내가 너의 품에 이렇게 파고드는 건 다 너를 지키기 위해서다.
“풉- 그래, 킹. 잘 자. 그만 눈 감아도 돼.”
그래, 인간아. 너도 잘 자라. 내일 또 보자꾸나.
할짝.
[규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