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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200)화 (200/215)

“글쎄, 할지도 모르지.”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취소하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하벨의 입에서 답지 않게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가 복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후회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맞다.

“내가 마무리해야 할 일이야.”

“하지만!”

“내가 저지른 짓이니까.”

뭔가 더 말을 하려던 하벨은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 도르만의 단호한 눈빛을 보니 더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카밀라, 그녀에게는 언제 말씀하실 겁니까. 저쪽 세계에 있는 이는 이미 선택을 끝낸 것 같습니다.”

한참 후 하벨의 시선이 조금 전 아레나처럼 카밀라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잘못이 전혀 없음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자꾸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무슨…….”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중이야.”

하벨은 다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원망 어린 시선이 이내 카밀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분의 잘못이 아니야.”

그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는 도르만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 선택이었어.”

“…압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이 착잡한 마음을 풀 곳이 없어서.

도르만 님에게 화를 낼 수는 없으니까.

결국 하벨의 입에서 긴 한숨이 또다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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