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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94)화 (194/215)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이미 익숙한 듯, 쥬엘라는 라일라가 들고 온 간식을 조용히 우물거렸다.

‘쟤들은 정말 저러고 노는 게 재미있나?’

매일같이 카밀라의 곁에 딱 붙어 있으면서 저런 거에 왜 그렇게 열을 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흐음, 저건 잘 나왔네.’

저 인쇄물은 나도 뽑아 달라고 해야겠다.

어느새 쥬엘라 역시 두 사람 곁에서 사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건 아르시안 님에게 드리면 좋아하시겠다.”

“네? 누구요? 그걸 그 인간한테 왜 줘요?”

“아르시안 님도 카밀라 영상물 모으시거든요.”

“말도 안 돼! 자기가 왜요? 이거 우리 오라버니 줄 거예요.”

“…페트로 님이요?”

라일라의 미간이 순간 가볍게 찌푸려졌다.

“페트로 님이 그걸 왜 가져요?”

“카밀라 언니랑 우리 오라버니 잘 어울리지 않아요?”

“전혀요.”

평소의 순한 모습과 전혀 다른 단호한 라일라의 대답에 엘리샤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라일라를 향해 더듬더듬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왜, 왜요? 언니도 전에는 우리 오라버니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거야 그분에 대해 잘 몰랐을 때죠.”

“아니, 우리 오라버니가 어때서요?”

“페트로 님은 절대 안 돼요. 이 여자, 저 여자한테 실실거리는 사람을 뭘 믿고 우리 카밀라한테 붙여요.”

“시, 실실이라뇨! 우리 오라버니가 언제 그랬다고! 오히려 아르시안 세프라, 그 인간이야말로 절대 안 되죠! 그런 개차… 어쨌든 반대! 무조건 반대!”

“카밀라한테는 누구보다 다정하시거든요.”

“우리 오라버니도 카밀라 언니한테 엄청 잘해요!”

“그게 문제라고요. 카밀라뿐만 아니라 아무한테나 다 잘하는 거! 그런 실실이… 어쨌든 절대 안 돼요.”

“윽! 너무해!”

“있잖아.”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쥬엘라가 툭 한마디 거들었다.

저들이 언급하는 두 사람 말고도 얼마 전부터 카밀라 주변에 아주 열심히 알짱거리는 이가 한 명 더 있던데.

“에드센 전하는 어때?”

“그 인간은 절대 안 되죠!!”

“그 인간은 절대 안 되죠!!”

…고막 찢어지겠네.

언제 투닥거렸냐는 것처럼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곤 그 인간에 대해선 더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곧장 아르시안과 페트로를 두고 떠들기 시작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논쟁을 보다 못한 쥬엘라가 다시 조용히 끼어들었다.

“그런데 카밀라가 꼭 누군가와 사귀어야 하는 거야?”

“…….”

“…….”

“누구와 붙여 놔도 얘가 아깝지 않나?”

그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멈칫했다.

서로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던 라일라와 엘리샤는 이내 뭔가 아주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눈을 반짝거렸다.

“맞아요. 굳이 개차… 그런 인간한테 우리 카밀라를 붙일 필요가 없죠.”

“그러게요. 우리 오라버니처럼 아무한테나 실실거리는 사람한테 붙일 필요도 없구요.”

“우리 이거나 마저 볼까요?”

“그래요.”

짝!

손을 가볍게 마주친 라일라와 엘리샤는 언제 다퉜냐는 듯 다시 영상 인쇄물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너무 귀엽지 않아요?”

“그러니까요! 이것도 보실래요? 제가 가장 아끼는…….”

꺅꺅대는 두 사람을 보며 쥬엘라는 그저 입 안에 있는 간식을 조용히 우물거렸다.

뭐, 이랬던 게 하루 이틀도 아니었기에 이제 그러려니 했다.

“…….”

“…….”

한편 그런 세 여자의 대화를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죽일까?”

“내 동생이야. 저분들도 다 아는 얼굴이고.”

“네가 그러니 실실이라고 불리는 거야.”

“개차반은 입 닫으시지.”

바로 아르시안과 페트로였다.

카밀라를 찾아왔던 두 사람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 채 한참 동안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야만 했다.

* * *

“야, 너 왜 그래?”

“카밀라?”

모처럼 가족끼리 모여 차를 마시던 자리.

카밀라가 직접 우려낸 차를 마시기 위해 기다리던 루드빌과 라비, 소르펠 공작의 눈이 점점 커졌다.

“……!”

“야!”

아까부터 불안 불안하더니 결국 일이 터졌다.

찻잔 밖으로 넘쳐흐른 물이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물을 따르고 있는 카밀라를 향해 흘러내렸다.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그보다 곁에 있던 루드빌의 행동이 더 빨랐다.

“괜찮니?”

“오라버니! 팔!”

루드빌이 흐르는 물을 팔로 막은 것이다. 찬물도 아니고 뜨거운 물을!

카밀라가 그런 그의 팔을 급히 살폈다.

“뭔 무식한 짓입니까.”

짧게 혀를 찬 라비가 바로 마법을 시전해 루드빌의 팔을 식혔다.

“요즘 연애 소설에서도 이런 짓은 안 합니다. 촌스럽다고 욕먹는다고요.”

검사가 팔을 함부로 굴리면 어쩌겠다는 거야!

다행히 화상은 입지 않은 걸 확인한 그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냉정한 인간이 왜 카밀라만 엮이면 무작정 돌진부터 하고 보는 건지 모르겠다.

“이 녀석 생각보다 순발력 좋아요. 알아서 잘 피했을 텐데. 너무 오냐오냐하지 마세요. 버릇 나빠집니다.”

“너도…….”

“네?”

“너도 좀 나빠지면 안 되나.”

“무슨……?”

“난 너도 버릇이 좀 나빠지면 좋겠는데.”

마법으로 루드빌의 옷을 마저 말려 주던 라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런 거, 너한테도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는데.”

“지금 무슨 말을…….”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너도 내 동생이니까.”

“…….”

덤덤히 이어진 그의 마지막 말에 라비의 표정이 답지 않게 멍청해졌다.

저런 말을 뭘 저리 무표정하게 내뱉는 건데!

눈빛이 쉴 새 없이 흔들리던 라비의 얼굴이 이내 살짝 붉어졌다.

뭘 어째야 하나 당황하던 그가 결국 카밀라를 타깃으로 삼았다.

“야! 너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거야!”

“미안.”

하지만 돌아온 카밀라의 반응에 라비는 이번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아닌데? 이런 반응을 할 녀석이 절대 아닌데?

“너 어디 아프냐?”

“뭐래? 사과를 해 줘도 지ㄹ…….”

바로 불만을 토하던 카밀라는 소르펠 공작을 보며 꿀꺽 말을 삼켰다.

“무슨 일 있니?”

소르펠 공작도 걱정스레 묻는다. 그 또한 아까부터 뭔가 넋이 나가 있는 그녀에게 신경을 쓰고 있던 차다.

“그냥 좀…….”

카밀라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요즘 한 가지 생각으로 다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밤에도 거의 잠을 못 자고 있는 상황이다. 눈만 감으며 떠오르는 그날 일 때문에.

‘진실의 거울… 제 동생이 진실의 거울이었습니다.’

도르만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마음이 굉장히 심란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으니까.

진실의 거울이 사실 사람이라는 것도 놀라웠고 도르만이 인간이었던 시절, 여동생이 진실의 거울이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동생이 진실의 거울이었다고?’

‘네. 마르스, 그분을 가까이에서 도왔죠.’

‘그럼 넌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라니아부터 시작해 제이빌런가를 공격한 이들이 에바 교였던 거. 아니지. 사냥 대회 때부터 알았겠네? 그 자리에 너도 있었잖아. 그 죽여도 죽지 않았던 이들 말이야.’

‘네, 바로 알아봤죠.’

‘그런데 나한테 한 마디도 안 한 거야?’

‘인간사에 함부로 깊이 관여하면 페널티가 추가되어 복직하기 더 힘들어지거든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지금은 왜 말하는 건데?’

‘하하,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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