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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91)화 (1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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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다들 확신했던 거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멸은 고사하고 제국의 황제가 현재 그 교에 속해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거늘.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이젠 황비까지 그들에게 영혼을 뺏긴 상태다.

‘신전 사람들 중에도 에바 교인들이 있는 것 같고.’

그것도 수뇌부 중에 말이야.

그게 아니고서야 에바 교의 성물이 그리 쉽게 유통되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어떻게?’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종교가 이렇게나 여기저기 깊게 퍼져 갈 동안 어떻게 아무도 모를 수가 있지?

애초에 황제 자리를 그토록 오랜 시간 한 영혼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래, 말이 안 되지.’

생각해 보니 페이블러 황제, 너무 이상하지 않아?

그자에게 몸을 뺏긴 영혼들의 수를 보면 대충 언제부터 그가 황제의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가 그저 단순한 에바 교인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점점 강하게 들었다.

‘혹시…….’

혹시 말이다, 그가… 그가 에바 교의 중심인 건 아닐까?

‘미치겠네.’

그거야말로 정말 최악이다. 제국의 수장이 에바 교의 중심이라고?

‘에바 교라니.’

정체를 알아낸 걸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 건지.

솔직히 현실감이 훅 떨어졌다. 역사서에나 언급되는 그 엄청난 교가 현재 자신의 주변에 알짱거리고 있다고?

‘이걸 지금 나보고 받아들이라는 거야?’

수백 명을 죽인 살인범이 옆집에 산다는 소리를 들은 것보다 더 황당하다.

“카밀라? 괜찮아요?”

그녀가 넋을 놓고 허허거리며 웃자 페트로가 걱정스레 물었다. 무슨 책을 봤기에 갑자기 저러는 걸까?

“저, 냉수 한 잔만 주시겠어요?”

냉수 먹고 정신 좀 차려야 할 것 같다. 속도 바짝바짝 타는 것 같고. 지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만요.”

페트로는 다급히 서재를 나섰다. 시종을 부르지 않고 자기가 직접 갈 생각인가 보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카밀라는 다시 책에 시선을 줬다. 이리 뚫어져라 본다고 책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제노.”

한참 후에야 카밀라는 자신의 옆에 서 있는 그를 조용히 불렀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아요.”

[흐음.]

그녀를 따라온 제노 역시 카밀라가 본 책 내용을 대충 훑어본 듯 표정에서 평소의 느긋함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너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그래요.”

그들이 정말 에바 교라면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한때 제국 전체를 집어삼켰던 그 에바 교이지 않은가.

‘그저 피하려고만 했는데.’

라니아 사건 때도 그렇고 지금껏 여러 일을 겪으며 그녀가 한 생각은 단 하나였다.

어떻게든 깊게 엮이지 말자! 그래야 안전하다! 내 주변 사람들만 피해 안 보면 된다!

남들? 내가 알 게 뭐야!

‘하지만 상대가 에바 교라면?’

내가 눈감고 피한다고 단순히 지나갈 일이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코앞에서 저리 설치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모른 척, 사람들에게 무조건 감추고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어떻게?”

[뭐가?]

“제 말을 믿어 줄 사람이 있을까요?”

다른 이도 아닌 제국의 황제다.

그런 자가 겉만 인간이고 안에는 몇백 년 전에 죽었어야 할 귀신이 들어가 있다는 그 말을 누가 믿어 줄까?

당장 반역으로 몰려 목이 댕강 잘리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너 성녀잖아.]

“진짜 성녀도 아닌걸요.”

성녀… 그래,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니다.

상대가 에바 교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도 가짜 성물과 영혼을 뺏긴 황제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보려고 했었다.

방법은 늘 하던 대로 성녀인 척, 계시를 받은 척하는 걸로.

그런데 말이야…….

“가짜인 거 걸리면요?”

여기서도 상대가 문제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이 적으로 돌리려는 이가 바로 이곳 제국의 황제라는 거!

“절대 인정하지 않을걸요.”

그 긴 세월을 황제로 산 인간… 아니, 괴물이다. 고작 말 한마디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 이가 절대 아니라는 거지.

막말로 소르펠가나 나를 아니꼽게 여기는 이들이 황제의 편을 들며 오히려 나를 압박한다면?

내가 신전에다 넘긴 심판의 검을 갖고 와 들이밀면서 진짜 성녀인지 아닌지 증명해 보라고 하면 어쩔 건데?

‘절대 못 하지!’

난 그렇게 죽기 싫어! 사제 귀신이 몸에 들어오면 되지 않느냐고?

‘검이 그걸 받아들일지 어떻게 알고?’

어쨌든 그것 또한 일종의 속임수이고 거짓이지 않은가.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딴 것에 소중한 목숨을 걸라는 거야?

내가 미쳤니? 그냥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도망치고 말지.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자연스럽게 에바 교의 행적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도 안전할 방법이. 남에게 넘기고 뒤로 쏙 빠질 수 있다면 더 좋고!

[전에 가짜 성물에 대해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어?]

“제이너에게 의뢰는 해 뒀는데 아직 답이 없어요.”

황실이 안 되면 붉은 성물을 팔고 있는 신전 쪽이라도 먼저 파 보려고 했다.

교황이 붉은 성물을 목에 걸고 있는 걸 보면 그는 에바 교와 관련이 없다는 뜻이겠지?

몸을 뺏길 걸 알면서도 차고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가서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나 때문에 교황직까지 내려놓으려고 준비 중인 사람이 정보 따위 줄 리가 없잖아.

영혼을 뺏는 성물을 신전에서 팔게 된 경위를 쫓다 보면 그 끝에 뭔가 제대로 된 실체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가 않았다. 황실 못지않게 신전 또한 외부와의 벽이 무척 높았고 제 식구 감싸기가 심한 곳이라 정보를 얻기가 녹록지 않았다.

“그래도 칸이라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아직까지 제이너에게서 아무런 답이 없었다.

‘뭐지?’

뭐 알아낸 게 없냐는 자신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어깨만 으쓱하며 빙긋이 웃는 모습이 영 수상하더란 말이야.

“음?”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는 카밀라의 눈에 순간 미처 읽지 못한 내용 하나가 들어왔다.

「진실의 거울. 그건 일반인들 속에 깊이 숨어든 에바 교인들을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진실의 거울?”

꼭 옛날 예능 프로그램 같은 이름에 카밀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니, 아주 솔깃했다.

“에바 교인을 찾아냈다고?”

혹 에바 교에 속한 이들을 거울에 비추면 몸에 깃든 다른 영혼이 보이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그들 곁에 붙어 있는 영혼이 보이거나?’

이름에서 딱 느낌이 오잖아! 그럴 가능성이 가장 큰 것 같은데? 아냐?

“뭐 더 없나?”

카밀라는 급히 다른 책들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실의 거울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더 이상 없었다.

진실의 거울 앞에서 에바인들 모두 몸을 감추기 바빴다는 구절 정도만 몇 군데 더 적혀 있을 뿐이었다.

“아, 진짜!”

이건 아니지!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이라도 있어야 할 거 아냐!”

이게 있으면 황제나 황비가 이미 몸을 뺏긴 상태라는 걸 증명하기 아주 쉬울 것 같은데.

어떻게 찾지? 책에도 자세히 적혀 있지 않으니.

“너무 오래전 일이라…….”

몇백 년이나 흐른 일이다. 이때의 일을 정확히 아는 자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 시대를 아는 귀신조차 없을 것 같은데.’

그나마 오래 세상을 떠돈 제노나 사제 귀신 아레나조차 그때보다 후의 인물들이니.

“하아.”

뭔가 상대에 대해 깊게 알아 갈수록 점점 더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이렇게 뼈저리게 와닿을 수가!

‘나도 모르고 싶다! 진짜로!’

그렇게 소리 없는 한탄을 한참 동안 쏟아 내던 카밀라는 다시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파고 또 파기 시작했다.

* * *

“제이너 공자님께서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신관 다니엘은 뜻밖의 인물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의아함을 느꼈다. 저번에 카밀라와 함께 자신을 찾았던 제이너가 홀로 뵙기를 청해 왔기 때문이다.

‘특별히 친분이 없거늘.’

그날도 제대로 대화 한 번 하지 않았었다.

교단에 뭔가 볼일이 있다면 다른 이를 찾아도 됐을 텐데, 굳이 자신을 지명한 이유가 뭘까?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이너는 카밀라가 늘 치를 떠는 선한 가면을 완벽히 쓴 채 정중한 모습으로 말문을 열었다.

“오히려 이렇게 찾아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지요.”

다니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속이야 의문으로 가득 찼지만 반가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주신께선 늘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신답니다.”

다니엘의 말에 제이너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아마 이 자리에 카밀라가 있었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방금 지은 제이너의 미소가 어떤 의미인지 그녀만이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때 짓는 미소라는 걸.

“주신께서 정말 저를 반기실까요?”

“당연하지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혹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거라도 있으신지요. 고해성사를 원하신다면 들어 드리겠…….”

“신관님께선 주신을 믿으십니까?”

너무도 형식적인 말에 제이너는 짧게 혀를 차며 그의 말을 바로 끊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다니엘은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멈칫했다. 신관에게 주신을 믿느냐니?

“그냥 좀 궁금해서요.”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씀은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내저은 다니엘은 나무라듯 말을 이었다. 일종의 경고이기도 했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이단으로 몰리는 것만큼 고단하고 아픈 일은 없지요.”

“그런가요?”

빙긋이 웃은 제이너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럼 진짜 이단이 이단으로 몰리는 건 상관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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