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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87)화 (187/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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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가족들에겐 아무 말도 못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카밀라, 그녀를 더 괴롭혔다. 괜히 비꼬는 말을 건넸고 그녀와의 드잡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네가 아니라 나에게 하는 시비였을지도 몰라.”

카밀라를 대놓고 비꼬고 비웃었던 모든 행동이 어쩌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비웃음과 비꼼이었지 않았나 싶다.

자조적으로 웅얼거리던 쥬엘라가 돌연 말을 멈추고 카밀라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툭 한마디를 내뱉는다.

“너 재수 없어.”

“…야, 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이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지금 누가 누구보고 재수 없대?

“자기 혼자 멋져지고.”

이건 또 웬 닭살 돋는 멘트? 내가 좀 멋진 건 맞는데 뜬금없어, 너!

“그래서 더 재수 없어.”

카밀라는 다시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너 재수 없거든.”

“나도 알아.”

쥬엘라는 툭툭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 조금 전보다 그녀의 표정이 좀 홀가분해 보였다.

“아버지가 너한테 잘 보이라고 해서 친한 척 굴고 있지만 내가 지금 얼마나 웃긴지 나도 잘 알거든? 나도 좋아서 하는 거 아니니까 참아.”

새초롬하게 말을 내뱉은 그녀가 카밀라를 빠르게 지나쳐 갔다.

“헐.”

사람 할 말 없게 하네.

“진짜 안 맞아.”

황당하긴 한데, 이상하게 평소처럼 화가 나지는 않았다.

짜증 나게도 저 마음이 모두 이해가 가서.

“쯧.”

카밀라는 그렇게 사라져 가는 그녀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 * *

“카밀라 영애께 답장이 왔습니다.”

“그래?”

아비헬 황자는 시종이 건네는 편지를 바로 뜯어 읽어 내려갔다. 옅은 미소로 편지를 뜯던 그의 표정이 이내 빠르게 굳어졌다.

“어이가 없군.”

그의 입에서 연신 혀 차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주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 시종이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렇게 방에 홀로 남게 된 아비헬 황자는 불만스러운 감정을 더욱 표출했다.

“예전엔 그렇게 쫓아다니더니.”

이젠 자기가 가진 가치가 올랐다 하여 콧대를 세우는 건가?

그녀의 처지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어이없는 거부를 계속 용납해 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야.”

처음에는 어머니의 명이었다.

카밀라,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라는 명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영 탐탁지 않았다.

전에 자신을 쫓아다니던 그녀의 음침한 모습을 생각하면 여전히 짜증스러웠다.

그녀가 공작가의 사람만 아니었어도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많이 변하긴 했지.”

그런데 얼마 전에 만난 그녀는 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외모까지 달라 보였다.

물론 원래도 확실히 눈에 띄는 외모였지만, 그땐 전혀 마음이 가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힘에 겨웠으니까.

“그땐 왜 그랬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지나치게 거부감을 느꼈던 거 같다. 지금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게다가…….”

에드센 황태자. 형님이 처음으로 자신의 행보에 반응을 보였다.

‘네 생각이냐?’

‘무슨 말씀입니까?’

‘어머니께서 너와 그녀의 혼사를 추진하시려는 모양이던데. 카밀라 공녀를 끌어들인 거, 네 생각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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