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점괘보는 공녀님 (182)화 (182/215)

어떻게든 친해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그 눈빛에 고까움이 가득한 것이 딱 봐도 억지로 다가선 게 눈에 보였다.

아마도 집안에서 명이라도 내린 게 아닐까? 무조건 친분을 쌓으라고 말이다.

‘그래, 너도 참 고생이 많다.’

싫은 애 앞에서 웃는 척하기가 얼마나 힘이 들까. 카밀라는 그녀의 어색한 친분 과시를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다들 즐거워 보이시네요.”

그때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 티파티의 주최자인 쟈비엘라 황비의 등장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다들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마마,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쟈비엘라 님, 오늘도 너무 아름다우세요.”

형식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정원이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

하지만 쟈비엘라 황비의 모습을 본 카밀라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절로 벌어지려는 입을 붙잡는 데 온 힘을 다 쏟아야만 했다.

“어서 와요, 카밀라 영애.”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카밀라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마마.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밀라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당황한 표정을 감췄다. 고개를 숙인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탄식을 막기 위해 입술을 짓씹었다.

‘저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쟈비엘라 황비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뒤에 또 한 명의 쟈비엘라 황비가 서 있었다.

바로 그녀의 영혼이…….

‘그때 그들과 똑같아.’

라니아와 물귀신 아들의 영혼처럼 이지를 상실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쟈비엘라 황비의 영혼.

그것을 보는 순간, 카밀라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저게 어떤 상태인 건지 바로 감이 왔으니까.

뺏긴 거다. 영혼을.

‘미치겠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분명 저번에 만났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갑자기 왜 저렇게 된 거지?

‘아!’

그 순간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는 게 있었다.

얼마 전 신관 다니엘이 상회를 방문하던 날, 크리스가 지나가듯 한 말이었다.

‘듣기론 쟈비엘라 황비님도 갖고 계시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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