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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81)화 (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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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어, 어서 내 손을 자르게! 어서!”

그는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외쳤다. 불구가 되더라도 살고 싶었기에 검을 든 손을 잘라 달라 주변에 소리쳤다.

하지만 누구 하나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신의 심판이다. 감히 누가 끼어든단 말인가!

“커어억!”

결국 심판의 검은 스테라 추기경의 심장을 아주 천천히 파고들었다.

두려움과 고통으로 일그러졌던 그의 눈빛이 서서히 죽어 갔다.

몇 번의 경련을 일으키던 그의 움직임이 이내 조용해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들 모두가 굳어진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 심판의 검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에 두려움이 가득 담겼다.

스윽.

그때 죽은 스테라 추기경 곁으로 다가가 손수 검을 뽑아 드는 이가 있었다. 바로 마르티오 추기경이었다.

그는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하고 죽은 스테라 추기경의 눈을 감겨 주며 가볍게 혀를 찼다. 하지만 그를 위해 기도를 올려 주지는 않았다.

“신의 심판이 끝났습니다.”

신이 내린 결정이고 그로 인한 죽음이다. 그를 애도하는 것조차 신의 뜻에 반하는 일이었다.

심판의 검을 교황 앞에 조심스럽게 도로 내려놓은 마르티오 추기경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이지요.”

그의 말을 들은 교황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추기경의 직분을 가졌던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스테라, 그는 제대로 된 안식조차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교인들이 잠드는 무덤가 근처에도 가지 못할 테지.

“…….”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심판의 검으로 향했다. 방금까지 사람의 심장에 꽂혀 있었던 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채 깨끗하다.

그 모습에 검을 바라보던 이들은 다시 한번 오싹함을 느꼈다. 또한 저 검을 찾아온 카밀라에 대해 새삼 경외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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