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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74)화 (17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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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카밀라 영애가!”

그녀의 온몸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머리색과 눈동자 색마저 빛에 물들어 바뀌어 있었다.

머릿결은 신비로운 은빛으로 빛났고, 눈동자는 금빛으로 짙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선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맙소사!”

방 안에 있던 사제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꿇었다. 성호를 긋는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다니엘 신관마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카밀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신성력이라니.”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도저히 믿기질 않았다. 현 교황조차 이런 신성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화아악!

다음 순간, 그녀가 양손을 두 아이들에게 내뻗자 다시 한번 엄청난 기운이 방 안을 가득 휩쓸었다.

폭풍처럼 밀려드는 신성력에 온전한 정신을 붙잡고 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강력한 힘 안에 담긴 황홀할 정도로 따뜻한 기운!

그 상반되는 기운에 모두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한참 후, 빛이 사라지는 걸 느낀 이들이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입을 멍하니 벌려야만 했다.

“아, 아이들이!”

제대로 눕지도 못한 채 굳어 있던 두 아이가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었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아… 신이여!”

“감사합니다!”

급히 아이들에게 다가간 사제들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들의 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으… 으음.”

아이들이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으로 눈조차 제대로 감지 못하던 두 아이가 잠이 들어 편안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세상에…….”

대신관님들이 신성력을 써 줘도 반응이 없어 이대로 아이들이 신의 곁으로 갈 줄 알았다. 미흡한 신성력조차 없던 사제들은 그저 발만 동동거렸었거늘.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건 정말 기적이었다.

“하아.”

그 순간 카밀라의 입에서도 긴 숨이 토해졌다.

‘끝난 건가?’

그녀 또한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다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길게 토해 냈다. 다행히 빙의된 상태로도 신성력이 제대로 발휘되었나 보다.

[어이, 꼬맹이.]

꼬맹이? 저요? 저도 나름 나이 먹을 대로 먹었거든요? 저랑 별로 나이 차도 없어 보이는구만.

어느새 몸 밖으로 나온 사제 귀신이 무척 신기한 눈빛으로 카밀라를 바라봤다. 그녀의 입가에 서서히 희미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너 좀 깨끗하다.]

‘뭐가? 내 영?’

제가 원래 그런 말 좀 자주 들어요.

[나의 대단한 신성력이 그대로 발휘되다니. 놀라워. 이 몸의 신성력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네 영이 생각보다 맑아서 제대로 쓴 것 같아.]

그것참 다행이네요.

‘그건 정말 다행인데…….’

또 시작이다.

카밀라는 자신의 몸 상태가 이상함을 바로 감지해 낼 수 있었다. 도저히 모를 수가 없었다.

‘뭐야? 이 열기는?’

원래도 귀신이 몸에 들어왔다 나가면 몸에 무리가 가서 며칠 끙끙 앓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반응이 처음부터 뭔가 다르다.

온몸에서 훅- 하고 느껴지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머리도 평소보다 더 어지럽고 구토감까지 느껴졌다.

“으…….”

결국 그녀의 몸이 옆으로 서서히 기울어졌다.

“카밀라!”

그런 그녀를 빠르게 감싸는 손길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아르시안이었다.

쓰러지는 카밀라를 급히 안아 든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우우웅-

아르시안이 뭔가를 중얼거리자 환한 빛이 그들을 감싸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교황청 안에서 마법은 절대 금지였지만 그런 걸 따질 새가 없었다.

“저런 신성력은 처음입니다.”

“성녀급의 신성력이라니!”

“정말로 신의 축복이에요!”

그렇게 카밀라가 사라진 후에야 정신을 차린 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놀라움을 표하기 바빴다. 처음 보는 강력한 신성력에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놀랍군요.”

다니엘 역시 편안히 잠이 든 두 아이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그런 그의 눈이 순간적으로 탐욕으로 물들었다.

저 육체! 정말로 탐이 났다.

“너무하네.”

한편 아르시안에게 철저히 버려지고 잊힌 한 사람. 제이너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마법으로 이동할 거면 나도 좀 데려가 줄 것이지.

‘하여튼 재밌다니까.’

그런 그의 시선 역시 방금까지 카밀라가 있던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그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그녀가 쓰러지던 모습을 떠올린 그 역시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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