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 또 있어.”
제이너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놓았다.
“신전에서 아주 웃기는 짓을 했더라고.”
그가 꺼낸 건 목걸이였다.
“그거…….”
카밀라도 아는 물건이다. 전에 신관 다니엘이 줬던 붉은 돌 목걸이. 하지만 현재 제이너의 손에 들린 건 색이 달랐다.
“검은 돌?”
내가 아는 그 성물과 다른 건가? 모양은 비슷한데?
그런 카밀라의 의문을 제이너가 바로 풀어 줬다.
“요즘 유행인 그 돌 맞아. 신전에서 파는 거. 알아보니 일정 시기가 지나면 이렇게 색이 바뀐다고 하더군.”
처음 듣는 얘기였다.
“이놈도 신전에 기부를 엄청 했는지 이 목걸이를 차고 있었어.”
제이너는 이어 신전에서 파는 면죄부에 대한 얘기도 간단히 들려줬다.
“신의 사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대단하지 않아?”
“하.”
카밀라는 기가 막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신의 사면’이라니. 그딴 걸 그동안 팔고 있었다고?
“다른 곳도 아닌 신전에서?”
그 면죄부만 있으면 살인도 묵인해 준다는 거야? 돈이면 다 된다는 뜻?
“가지가지 하네.”
목걸이로 사기 친 것도 황당하지만, 면죄부는 너무 나간 거 아닌가? 그게 말이 되냐고.
“누가 누구 죄를 사해 준다는 거야.”
카밀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제이너가 꺼내 놓은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확 깽판이나 쳐?”
“깽판?”
“이거 말이야.”
정말 옥장판이나 하나 만들어 팔아 볼까? 고급 마력석 쭉 깔아서 기운 좀 북돋우는 마법진을 새겨 놓고 고가로 팔면 잘 팔릴 것 같은데.
대신 신성력을 가진 물건이랑은 완전 상극이니 이 성물 목걸이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그럼 성물 목걸이 판매가 확 줄지 않을까?
“정말 한번 해……!”
파지직!
신전 좀 어떻게 엿 먹일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카밀라의 눈이 순간 부릅떠졌다.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돌이 저번과 똑같은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손에 닿는 순간 스파크가 일더니 그대로 부서져 버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왜 갑자기 부서져?”
제이너도 의아한 듯 물었지만 카밀라는 굳어진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당혹스럽기는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번이라면 몰라도 두 번이나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그런 그녀의 시선이 목걸이의 잔해가 올라가 있는 오른손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문득 머리를 빠르게 스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신이 예정한 영혼이니 다른 이가 함부로 네게 손을 대지 못한다.’
얼마 전에 만난 사신 하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의 피가 묻었던 오른손. 그 오른손에 닿을 때마다 부서지는 목걸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카밀라는 목걸이의 잔해를 꽉 쥐었다. 이 목걸이를 차고 있으면 영원한 안식을 얻게 된다고 했던가?
“안식이라.”
…이것 봐라.
“하!”
카밀라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거 아무래도 또 그 이상한 무리와 연관이 있는 것 같지?
“와, 씨.”
대체 그놈들의 손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거야?
이젠 정말 놀랍다 못해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황실에 이어 신전까지?
“저기요? 나도 같이 좀 알면 안 되나?”
그런 카밀라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제이너가 여전히 궁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성물 목걸이에 뭐가 있는 거야?”
뭔가 중요한 사실을 알아낸 것 같은데?
“손은 괜찮아?”
그녀가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자 제이너는 깨진 돌을 힘껏 쥐고 있는 카밀라의 손을 살피려 했다.
휘익!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에 팔이 꽉 붙잡혔기 때문이다.
“뭐냐, 너?”
익숙한 음성이 들려오자 그제야 카밀라가 반응을 보인다.
“아르시안.”
언제 온 것인지 그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제이너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 익숙한 상황이네.”
그의 등장에 제이너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웃음소리에 아르시안의 눈빛이 순간 가늘어졌다.
“야.”
“……?”
“전에 나 본 적 있지.”
그 물음에 살짝 눈이 커졌던 제이너는 다시 빙긋이 미소를 머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어깨까지 으쓱거렸다.
“글쎄, 오다가다 본 것 같기도 하고.”
“오다가다?”
“내가 원래 좀 친숙한 얼굴이라서 말이야.”
“너……!”
벌떡.
아르시안이 뭔가 더 말을 하려는 순간, 카밀라가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섰다.
“카밀라?”
“가 봐야겠어.”
“갑자기? 어딜?”
“직접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
의아해하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 카밀라는 서둘러 밖으로 향했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진정하십시오.”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교황 브리셀은 벌게진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큰소리를 냈다. 평소의 인자한 모습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한 건 분명 그대였습니다!”
‘신의 사면’. 그걸 제안한 이가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저자였다.
태연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모습에 브리셀이 연신 이를 갈았다.
처음에는 그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겼다. 어떻게 끔찍한 죄를 지은 자를 고작 돈으로 사면을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고해성사와 다를 게 없습니다.’
‘고해성사요?’
‘신을 모시는 자로서 죄를 고하고 뉘우치는 이를 외면하면 되겠습니까. 용서는 저희가 늘 갖춰야 할 덕목이지 않습니까.’
‘으음… 그렇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