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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67)화 (167/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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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에?”

카밀라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옥장판 파는 것도 아니고, 이 무슨 다단계 업자 같은 멘트란 말인가.

“저도 써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갖고 있는 이들의 말로는 잔병치레가 확실히 줄었다고 합니다.”

“진짜?”

“효과를 본 이들은 이 돌을 아주 신줏단지 모시듯 한다더군요.”

“호오.”

카밀라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상자에 담겨 있는 목걸이를 바라봤다.

이게 그렇게 효과가 좋다고? 그런데 내 주변에는 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데? 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건가?

“성물 자체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신전에 일정 금액 이상의 기부를 해야만 구매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부?”

“정해진 기부 금액이 제법 크더군요.”

“흐음.”

고스트 상회에서 VIP 제도를 도입한 것과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일정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구매조차 하지 못한다는 거지?

웃긴 건 그런 제도를 행하고 있는 이들이 장사꾼이 아니라 바로 주신을 모시는 신관들이라는 거다.

‘여기 종교도 다를 게 없네.’

주신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고 빈민 구제가 교의 최고 목표라던 신관들이 이런 장사를 하고 있으니.

‘평등은 개뿔.’

돈 앞에서는 절대 평등할 수 없다는 걸 아주 몸소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역시 어디를 가나 돈이 최고인 거다.

“뭐 이 정도면 양호한 건가?”

이게 정말로 몸에 그런 효과를 준다면 딱히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었다.

신전도 돈이 있어야 굴러갈 테고 자기들이 가진 신성력으로 장사를 한다는데 욕할 게 뭐란 말인가.

카밀라는 목걸이가 담겨 있는 상자를 닫았다.

“착용 안 하십니까?”

“아버지 드리게.”

그래도 소르펠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 받은 선물인데 내가 바로 그냥 꿀꺽하는 건 좀 그렇지.

‘마스터인 아버지야 애초에 잔병치레 같은 건 전혀 하지도 않지만 말이야.’

마음 아니겠어? 마음.

“듣기론 쟈비엘라 황비님도 가지고 계시다더군요.”

“그래?”

카밀라는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목걸이가 담긴 상자를 바라봤다.

크리스의 말대로 확실히 요즘 유행은 유행인가 보다. 도도하기 짝이 없는 황비마저 저런 볼품없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면 말이다.

* * *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마.”

카밀라를 만나고 고스트 상회를 나선 다니엘 신관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황궁이었다. 그것도 궁의 안주인이 기거하는 쟈비엘라 황비의 처소였다.

“이제야 얼굴을 보는군요.”

쟈비엘라 황비의 얼굴에선 평소의 유한 미소 따윈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표독스러운 눈빛이 다니엘의 얼굴에 그대로 내리꽂혔다.

“남들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비꼼이 그대로 느껴지는 쟈비엘라 황비의 말에도 다니엘은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저번 일을 그렇게 엉망으로 끝내 놓곤 연락조차 제대로 안 하다니! 절 무시하는 게 아니고서야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다니엘을 바라보는 쟈비엘라 황비의 얼굴에 원망과 분노가 가감 없이 표출됐다.

“저번 일은 저도 유감입니다.”

“하!”

그녀는 기가 막힌다는 듯 실소를 연신 터트리더니, 이내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트렸다.

“유감? 지금 유감이라고 했나요?”

“마마.”

“고작 그런 말로 넘어갈 생각입니까! 분명 사냥 대회에서 에드센, 그놈을 확실히 처리할 거라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나요!”

“그랬지요.”

너무도 태연한 다니엘의 대답에 쟈비엘라 황비는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혼자 열을 내는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저번 사냥 대회는 말 그대로 에드센 황태자를 처리하기 위한 무대였다.

그 무대를 지시한 건 자신이었고, 모든 일정을 준비하고 설비한 이는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신관 다니엘이다.

오래전에 그가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 2황자의 힘이 되어 주겠다며. 에드센, 그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면서 말이다.

교단에서 힘이 되어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단 말이야.’

다니엘, 저자의 뒤에 뭔가 다른 세력이 있는 듯했다. 은밀히 알아보니 교단 쪽에선 특별한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그럼 사냥 대회에서 움직여 준 그 거대한 무력은 대체 뭐란 말이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었다. 그 강대한 세력을 어떻게든 2황자가 황위를 이어 갈 힘으로 이용하고 싶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지요, 마마. 늘 기회는 다시 오는 법이니까요.”

주먹을 꽉 쥔 채 그를 노려보던 쟈비엘라 황비는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대로 이미 지난 일에 대해 이제 와 따지고 분노해 봐야 뭐 하겠는가. 계속 저자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사이가 틀어져 봐야 자신만 손해였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나요?”

“글쎄요.”

“하아.”

빙긋이 웃는 다니엘 신관과 마주한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표하듯 흘러내린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그러자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가 반짝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목걸이…….”

목걸이에 시선을 준 다니엘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 눈빛에 쟈비엘라 황비가 그것을 손으로 조심스레 매만졌다.

“얼마 전에 색이 저절로 변하더군요.”

처음에 붉은색을 띠던 돌이 어느새 검게 물들어 있었다.

“효능이 다하면 색이 변한다고 했던가요?”

“그랬지요.”

대답을 내뱉는 다니엘의 입가에 호선이 길게 그어졌다. 그런 그의 시선은 여전히 목걸이에 향해 있었다.

“때가 된 듯합니다.”

“때? 무슨……?”

“목걸이의 색이 변하면 때가 됐다는 거지요.”

바꿀 때가…….

“새로운 목걸이를 준다는 건가요? 확실히 신성력이 담긴 물건이라 그런지 차고 있으면 두통이 덜하더군요.”

다니엘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곧 바꿔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내뱉는 그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져 있었다.

* * *

우우웅-

“응?”

서랍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급히 열어 보니 통신 구슬이 열심히 울어 대고 있었다.

─ 도착했다.

에스크라 공작이었다.

“벌써요?”

그가 이곳을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았거늘. 마법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도착이 너무 빨랐다.

정말로 저쪽 일이 많이 밀려 있었던 건가? 쉬지 않고 움직인 게 분명하다.

“다행히 잘 도착하셨나 보네요.”

─ 그래.

“잠은 자면서 간 거예요?”

한숨 섞인 카밀라의 물음에 작은 웃음소리가 돌아왔다.

─ 걱정이라도 한 건가.

“…그만 끊을게요.”

─ 내가 출발할 때쯤 그 녀석도 그쪽으로 출발했다더군.

“그 녀석이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 뭔가 처리할 일이 생기면 그 녀석에게 말하렴.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니까.

“그게 누군데요?”

─ 나한테 직접 말해도 좋고.

“아니,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 쉬어라.

“저기……!”

통신이 이내 끊겼다.

“주어가 빠졌잖아! 주어가!”

그 녀석이 대체 누구냐고!

카밀라는 황당한 눈빛을 지우지 못했다. 지금 대화를 한 건지, 혼자 떠드는 내용을 들은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짧은 한숨을 내쉰 카밀라는 결국 조용히 구슬을 한쪽에 내려놓았다.

“그래도 다행이네.”

배웅도 제대로 하지 못해 찜찜했는데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나마 안심이 됐다.

“음?”

통신 구슬을 다시 집어넣고 서랍을 닫으려던 그녀는 손길이 멈칫했다.

“아, 맞다.”

서랍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넣어 놓고 완전히 까먹고 있었네.”

얼마 전에 다니엘 신관에게서 받았던 성물 목걸이가 담긴 상자였다.

카밀라는 상자를 열어 안을 확인했다. 성물 목걸이는 처음 봤을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붉은색을 반짝거리며 잘 놓여 있었다.

“흐음.”

카밀라는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당시엔 바로 소르펠 공작에게 줄 생각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돌인데 말이야.”

그런데 얼마 전에 따로 좀 알아보니 요즘 이 목걸이가 생각보다 더 화제였다.

이 붉은 돌을 통해 갖고 있던 지병이 나아졌다는 이들이 정말로 많았다. 크리스의 말대로 다들 못 구해서 난리였다.

“프리미엄까지 붙었다던데.”

암암리에 뒷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단다. 역시 시대를 막론하고 몸에 좋다는 건 상품성이 굉장한 것 같단 말이지.

“정말 효과가 있……!”

파지직!

그런데 카밀라가 그 돌을 자세히 살피려는 순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이거 왜 이래?”

스파크가 일더니 그대로 붉은 돌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뭐야? 불량품이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황망한 표정을 지었던 카밀라는 산산조각 난 돌을 보며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

“헐.”

신전에서 물건을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성물이라며!”

가격이 싼 것도 아니라던데! 자신이야 물론 공짜로 받긴 했지만 엄청난 기부금과 상품값을 지불하고 이런 걸 받으면 완전 열받겠는데?

“그런데 방금 전에 그건 뭐였지?”

그녀는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시 떠올렸다. 불량품으로 치부하기에는 성물이 깨질 때 보인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스파크 같은 게 튀었는데?”

카밀라의 시선이 자신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목걸이를 쥐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간질간질하면서도 따뜻한 뭔가가 손에서 흘러나와 주변을 감싸는 느낌? 하지만 너무도 찰나였기에 긴가민가했다.

“뭐지?”

타앙!

“카밀라 님!”

카밀라는 생각을 길게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순간 방문이 노크도 없이 급히 열리며 도르만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소,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손님?”

“네!”

“누구?”

뭔가 잔뜩 겁을 먹은 듯한 도르만의 모습에 카밀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왔는데 저러는 거야?

“일단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

“어서요!”

그의 재촉에 카밀라는 깨어진 돌을 다시 상자에 담아 한쪽에 내려놓은 후 방을 나섰다.

이윽고 응접실로 들어선 카밀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안녕.”

자신을 향해 반갑게 손을 들어 보이며 예쁘게 눈을 접어 보이는 남자.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바로 제이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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