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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64)화 (16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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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엔 넌 이미 더 밉보일 것도 없는 것 같던데.

“약 발라 줘.”

“뭐?”

“여기.”

눈을 감고 얼굴을 들이미는 그의 모습에 카밀라는 잠시 얼이 나갔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안 하던 짓을 하는 거지?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쉰 그녀는 들고 있던 약을 들어 아르시안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발랐다.

“…….”

터진 입가에 약을 바르던 그녀의 손길이 순간 멈칫했다.

‘또 이러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점점 빨라지는 심박수에 살짝 미간을 찌푸린 그녀는 다시 긴 한숨을 내쉬며 마저 약을 꼼꼼히 그의 얼굴에 발랐다.

* * *

“황실에서 일하는 의원보다 더 실력 좋은 치료사가 있을까요?”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왜? 누구 진료받을 사람 있어?]

“저요.”

[네에?!]

[너 어디 아파?]

카밀라의 말에 데린과 제노가 안색이 굳어져 다급히 물었다. 음, 안 그래도 안색이 새하얀 분들이 더 파랗게 질리니 무섭네.

“심장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심장? 왜? 통증이 있어?]

“갑자기 쿵쿵 뛰기도 하고 아릿하게 통증이 있기도 하고.”

[언제부터 그러셨습니까?]

“얼마 전부터요. 아르시안이랑 라일라가 같이 붙어서 뭔가 다정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부터 심장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계속 그래?]

“계속 그런 건 아니고. 평소에는 아주 멀쩡해요.”

[그럼? 언제 또 그래?]

“그러고 보니 대부분 아르시안과 있을 때 그랬네요.”

[그것참 이상한 일이군요.]

[너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냐?]

“그런 것 같죠? 황실 치료사 말로는 딱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는데. 역시 다른 분에게 진료를 더 받아 보는 게 좋을까요?”

[아르시안, 그 인간의 기운과 네가 안 맞는 것일 수도 있지.]

“아르시안의 기운이요? 그런 게 안 맞으면 심장에 문제가 생기나요?”

[선천적으로 서로 맞지 않는 분들도 있지요. 서로의 기나 기운이 안 맞아 몸에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정말요? 제 기운이 아르시안과 안 맞는 건가?”

[한동안 거리를 두는 게 어때?]

[그게 좋을 듯합니다.]

“흐음. 일단 다른 분에게 진료를 받아 보고요.”

[그러든가.]

[아프시면 안 됩니다, 아가씨.]

“큰 병은 아니겠죠?”

제노와 데린은 카밀라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

한쪽에서 그런 그들을 보고 있던 도르만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평생 연애를 연기로만 해 본 사람과 평생 검밖에 모르고 죽은 검사. 그리고 한평생 정보만 모으다 결혼도 못 하고 죽은 집사의 대화를 보고 있자니 기가 막혔다.

‘지금 뭐라는 거야?’

두 유령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카밀라의 말로 모든 상황을 파악한 도르만은 저 연애 고자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머리가 아팠다.

“…못 들은 걸로 하자.”

“뭐?”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르만은 저들의 대화에 절대 끼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쳐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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