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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53)화 (15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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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A세트.”

“전 B세트로 주세요.”

“이거 은근히 중독성 있지 않아?”

“‘은근히’가 아니지. 처음에는 이런 걸 왜 먹나 했는데 말이야.”

“나도, 나도. 처음에는 페트로 님이 마시기에 따라 마셨는데 한입 먹고 바로 뱉어 낼 뻔했잖아.”

“하지만 이제는 하루에 한 잔은 꼭꼭 먹어야 한다니까.”

“왠지 먹으면 피곤이 좀 가시는 것 같지 않아?”

“너도 그래?”

커피 판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커피만 찾는 단골손님들이 늘고 있었다.

‘그게 바로 카페인의 힘이지.’

카페 한쪽에서 손님들의 대화를 슬쩍 듣고 있던 카밀라의 입가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그런 그녀의 앞에도 얼음이 가득 담긴 커피가 한 잔 놓여 있었다.

‘이 맛이지.’

더운 여름, 시원한 카페에 앉아서 한가로이 커피 한잔! 이 세계에서도 이걸 즐길 수 있다니.

‘솔직히 사람들이 싫어해도 상관없었는데 말이야.’

판매를 진행하긴 했지만 여기 사람들 입에도 맞을까? 확신 따윈 전혀 없었다. 이쪽 세계 사람들에겐 너무도 생소한 맛일 테니까.

그래도 아무 상관 없었다. 사람들이 싫어하면 어때?

‘나만 맛있으면 됐지.’

커피가 팔리든 안 팔리든 커피 수입은 꾸준히 이루어졌을 것이다.

‘내가 먹을 거니까.’

이 정도 사치는 좀 누려도 되지 않나?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먹고 싶은 것도 하나 제대로 못 먹으면 너무 억울하지.

‘그런데 웬걸?’

여기 사람들 입에도 커피 맛이 딱 맞는 것 같네?

‘물론 세 사람의 공이 컸지.’

단맛을 싫어하는 세 사람. 아르시안과 페트로, 거기에 루드빌까지 돌아가며 카페를 찾아와 커피를 마셔 댔다.

종종 라비도 커피를 약처럼 아주 쭉쭉 들이켰다. 이걸 먹으면 집중이 잘된다며 다른 마법사들까지 끌고 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도 덩달아 커피를 주문하기 바빴다.

물론 그 특유의 쓴맛에 처음에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을 멈추지 않았다.

저 잘난 인간들이 저리 즐기는데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난? 유행에 뒤처지는 건가?

그런 마음으로 주문했던 이들이 결국 그 맛에 중독되어 이젠 알아서들 커피를 찾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들 모두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며 카밀라는 다시 한번 뿌듯함을 느꼈다.

“좋네.”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자신은 백수가 딱 체질인가 보다. 배우로 일할 땐 몰랐는데 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카페에 이러고 놀면서 앉아 있으니 너무 좋았다. 역시 최고의 인생은 돈 많은 백수인 건가.

‘물론…….’

주변 상황은 조금도 한가롭지 않았지만 말이다. 여전히 수호의 검으로 인해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그렇다고 내가 끼어들 일도 아니잖아.”

수호의 검도 그렇지만 이번 제이빌런가에 일어난 모든 사태가 자신이 참견할 부분이 거의 없었다.

제이빌런가에 심어져 있던 이들, 시녀장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제대로 심문도 받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갖고 있던 독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다음 날 찾아가 보니 몸이 반쯤 녹아내린 채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전에 그놈도 그러더니.”

소르펠 공작을 독으로 죽이려 했던 놈. 자신의 죄가 들키자 그 자리에서 바로 독을 마시고 온몸이 녹아내리지 않았던가.

‘역시 같은 놈들인 거지?’

그것도 그렇고, 이번 일로 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에 사냥터에서 에드센 황태자와 자신들을 공격했던 무리.

후에 다른 이들이 그 자리에 갔을 때 그들의 시체가 모두 사라져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었다.

“가루가 되어 사라지다니.”

다들 이번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이상한 무리의 시신이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목이 잘리고 수호의 검에 쓰러진 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자 온몸이 빠르게 썩어 가더니 그대로 가루가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라니아도 그랬는데.’

영혼이 빠져나갔던 라니아 역시 수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시간이 빠르게 흐른 것처럼 순식간에 몸이 썩어 가 가루가 되어 사라졌었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모든 일이 다 한곳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카밀라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대체 뭐 하는 것들이지?”

이런 일을 꾸미는 이들이 누군지 너무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 제이빌런가를 공격해 죽은 이들 몸에선 영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뭐가 있어야 물어보기라도 하지.”

그렇게 많은 이들이 가루가 되어 죽었는데도 말이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귀신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딸랑.

“어?”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익숙한 이가 들어섰다.

“앙스와 씨.”

“아! 마침 계셨네요.”

“네, 어쩐 일이세요?”

카밀라는 대화를 나누며 슬쩍 그의 뒤를 쳐다봤다.

[카밀라 님! 오랜만이에요!]

그의 곁에는 여전히 죽은 딸이 수호령처럼 붙어 있었다.

‘쟤는 한도 풀어 줬는데 왜 아직도 저러고 있대?’

전에 자기를 죽인 새어머니의 죄를 아버지께 알려 달라고 해서 점쟁이 흉내까지 내지 않았던가.

‘물론 그 일로 아주 좋은 사업 파트너를 얻게 되었지만 말이야.’

덕분에 대륙 최고의 보석상을 가진 앙스와와 연을 맺게 되어 엄청난 이익을 덤으로 얻고 있었다.

“고스트 상회보다 이곳을 먼저 들러 보길 잘했군요.”

앙스와는 짧게 웃으며 갖고 온 상자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죠?”

“이번에 새로 세공한 보석입니다.”

카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입에서 짧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와, 예쁘네요.”

“그렇죠? 영애께 가장 먼저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확실히 앙스와 쪽에서 보내오는 보석들의 세공이 훨씬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조만간 보석 쪽은 모두 그에게 맡기는 걸 고려해 봐도 좋을 것 같은데?

마력석도 그렇고 새로운 광물인 블루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 것에 그도 무척 관심이 많았다. 사업가이기 전에 대륙 최고의 세공사로서 무척 흥미로워했다.

“이번 황제 폐하의 탄신일에 착용하시면 좋을 것 같아 조금 서둘렀습니다.”

“아, 탄신일.”

그러고 보니 곧 그날이구나.

페이블러 황제, 그의 생일 파티가 곧 열린다.

제 앞으로도 초대장이 왔기에 갈 수밖에 없었다. 궁에 가서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카밀라 님, 저 요거 먹어 봐도 돼요?]

그러는 사이 앙스와의 딸인 로라가 새로운 디저트에 관심을 보였다. 자신이 주는 음식은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종종 저렇게 먹고 싶은 디저트를 직접 요구하곤 했다.

“오신 김에 새로 나온 디저트 좀 맛보고 가세요.”

“그럴까요?”

카밀라는 앙스와에게 디저트를 챙겨 주며 슬쩍 몇 가지를 더 챙겨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 탁자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고맙습니다!]

로라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디저트를 맛있게 먹었다.

몸이 좋지 않아 살아 있을 때 맘껏 먹지 못했던 디저트를 이렇게라도 먹게 되어 너무 좋았다.

[저기… 있잖아요, 카밀라 님.]

그렇게 접시가 반쯤 비워졌을 때, 그녀의 시선이 슬쩍 카밀라에게 향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슬슬 눈치를 보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

[혹시 강아지 좋아하세요?]

“아니, 전혀.”

바로 날아드는 대답에 로라의 눈이 잠시 커졌다가 이내 시무룩해졌다.

[그러시구나……. 강아지 싫어하시는구나…….]

다시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디저트를 냠냠거리는 로라를 보며 카밀라는 슬금슬금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감이 온다. 감이 와.’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감이.

* * *

“쟈비엘라 님, 오늘 너무 아름다우세요.”

한 귀족 부인의 인사를 받으며 수줍게 웃는 이, 2황자의 생모이자 현 황실의 안주인인 쟈비엘라 황비다.

아름다운 외모도 외모지만 특유의 부드러운 눈빛과 선한 미소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럼 전 잠시…….”

이것들이!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그녀는 속으로 연신 이를 갈고 있었다.

오랜만에 열린 황실 파티. 쟈비엘라 황비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서는 이들의 분위기가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도 쓸개도 다 빼 줄 것같이 굴던 것들이 지금은 일정 선 이상을 넘어오지를 않았다. 기본적인 예의만 차린 뒤 자신의 곁을 지나치기 급급했다.

최근 1황자 쪽으로 힘이 기울어지고 있는 걸 다들 느낀 것이다.

‘박쥐 같은 것들!’

황제마저도 요즘 들어 2황자인 자신의 아들보다 1황자 에드센을 더 자주 찾고 있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걸까?

‘그 일만 제대로 됐더라면!’

그라시아 제국. 그들의 내전에 자신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가.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자신이 밀었던 황자가 결국 황위 쟁탈에 실패하며 자신의 투자 역시 공중에 산산이 부서져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호언장담하더니!’

자기들이 이길 거라며 얼마나 많은 돈을 뜯어 갔던가!

이미 죽거나 꼭꼭 숨은 이들에게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속만 터질 뿐이었다.

그 사실을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편이라 확신했던 이들마저 현재는 1황자 쪽에 줄을 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누굴 탓하겠어.’

저런 것들을 믿고 지금껏 에드센 황태자를 견제했다는 사실이 한심할 지경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신의 아들에겐 구차해도 저들의 힘이 꼭 필요했다. 어떻게든 세력을 다시 끌어모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자의 힘이 필요해.’

오늘 파티에 그 힘을 줄 수 있는 이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어제서야 전해 듣곤 쟈비엘라 황비는 속으로 환호했다. 어떻게든 오늘 그자와 제대로 친분을 쌓을 것을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소르펠 공작님과 자제분들 드십니다.”

잠시 후 입구에서 들리는 시종의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하나같이 인물들이 훤하다. 무엇보다 소르펠 공작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는 카밀라에게 절로 시선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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