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걸 왜 들고 와야 하는 거예요?”
“이 극의 원래 주인공이었던 여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물건이 이거라며?”
“그래서요?”
“죽어서도 좋아할 것 같아서.”
“네에?”
엘리샤는 황당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 아래 관객석에 떡하니 자리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의 방에 있던 그 화장대!
“저게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되겠네.”
“미……!”
미쳤냐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려는 걸 엘리샤는 간신히 참았다. 대체 저 화장대를 왜 여기까지 가져온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겠니. 지박령을 데리고 오려면 어쩔 수 없는걸.’
누군 저 무거운 걸 좋아서 들고 왔겠니?
귀신 쥴리아를 이 무대에 세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래서 지박령을 상대하는 게 피곤하다니까.
[아…….]
극장에 들어선 쥴리아는 떨리는 눈빛으로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무대인지.
“하아…….”
그리고 그건 엘리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대는 이번 극에 맞게 이미 완벽하게 꾸며져 있었다.
악의 마음. 얼마 후에 원래 이곳 수도에서 무대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기에 그 무대 세트를 하루 정도 빌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건 없었으니까.
“정말 무대네요.”
그녀의 목소리에 떨림이 그대로 묻어났다. 엘리샤는 늘 관객으로서만 바라보던 무대에 자신이 드디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비록 관객은 한 명도 없었지만 떨림은 점점 커졌다.
“그럼 준비할까?”
반면 자신과 달리 너무도 여유롭게 자리에 서 있는 카밀라를 엘리샤는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
“정말 할 수 있겠어요?”
“뭘?”
“저 많은 역을 혼자 다 맡겠다면서요.”
카밀라는 주인공 외의 다른 역을 모두 혼자 맡아서 하겠다고 했다. 극에 나오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연기를 좀 아는 것 같긴 한데.’
요 며칠, 카밀라가 자신의 연기를 봐줬다.
밤마다 거울을 보며 연습하던 것과 달리 누군가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무척 어색했지만, 곧 모든 걸 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다.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 소리가 끊겨. 좀 더 호흡을 길게 해야 해.”
“여기선 발음을 좀 더 정확히. 배에 힘을 줘.”
“호흡이 너무 빨라. 좀 더 천천히.”
“표정은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