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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보는 공녀님 (145)화 (14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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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의 검은 그냥 도난을 당하는 게 아니었다. 알 수 없는 무리에게 공격을 받고 공작가가 불에 타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사이에 도난을 당하게 된다.

‘그게 다 제이빌런 공작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거지.’

마스터인 제이빌런 공작과 신수 제티가 없는 틈을 일부러 노린 게 분명했다.

불을 다스리는 능력을 가진 제티가 있는 제이빌런가가 불에 활활 타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당연히 신수가 없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소르펠 공작과 세프라 공작이 도움을 주기 위해 바로 달려오지만 이미 수호의 검은 사라진 후였다.

한동안 그 일로 제국 전체가 떠들썩했다.

공작가가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은 것도 놀라웠지만 수호의 검이 사라진 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수호의 검이 지니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컸던 것이다.

오랜 세월 제국을 수호했던 검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다들 나라에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두려워했다.

“공작님이 정확히 언제 떠나시는데요?”

“흐음… 왜 여쭤보시는 건지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그게…….”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카밀라의 눈이 데구루루 돌아갔다. 뭐 적당히 핑계를 댈 만한 게 어디 없나? 아!

“엘리샤!”

“엘리샤요?”

“공작님 안 계실 때 제가 놀러 가겠다고 했거든요.”

“네?”

“엘리샤와 전에 약속했어요. 공작님 안 계실 때 며칠 함께 지내기로.”

엘리샤, 페트로의 동생인 그녀를 이용하기로 했다.

“굳이 왜 아버지가 안 계실 때…….”

“그래야 편하니까요.”

이건 진심. 원래 친구 집에 놀러 갈 땐 부모님 없을 때가 가장 좋은 법이거든. 물론 친구 집에 한 번도 놀러 가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저야 환영입니다.”

페트로가 다시 빙긋이 웃는데 그 미소가 무척 의뭉스럽다. 설마 뭔가 눈치를 챈 건 아니겠지?

“제 동생과 다시 가까워졌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하… 하하. 네, 뭐.”

가까워지긴 개뿔! 전에 엘리샤를 한 방 먹인 뒤로 여전히 사이가 껄끄러웠다.

사냥터에서 억지로 사과를 받은 이후 따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몇 번 우연히 마주치긴 했지만 아주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던데?

‘그래도 뭐 어쩌겠어?’

지금 당장 핑계 댈 게 그것밖에 없는걸.

‘이게 또 확실한 게 아니라서 말이야.’

다른 사건들처럼 낌새를 미리 알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정확히 사건이 일어날 시기를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제이빌런 공작이 없는 틈을 노린다는 건 알지만 그게 이번인지 다음일지 어찌 아냐고.

‘안 그래도 예전 삶과 다른 일들이 마구 일어나고 있는 판국에 말이야.’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거짓 점괘로 충고도 할 수 없고.’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말해 놨는데 만약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사람 우습게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엘리샤에게 미리 말해 두겠습니다.”

“아뇨!”

카밀라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또 왜 그러냐는 듯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그를 향해 카밀라는 급히 말을 이었다.

“갑자기 찾아가야 더 반가워하지 않겠어요? 엘리샤나 다른 분들에게는 비밀로 해 주세요.”

그녀에게 미리 말했다간 바로 거짓말 들통나는 거다.

“알겠습니다.”

“야.”

그 순간 아르시안이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들었다.

“리오도 너와 놀고 싶어 해.”

“아, 그래?”

리오도 안 본 지 오래됐네. 꼬맹이 많이 컸나?

“우리 집 영감도 조만간 집에 없게 할게.”

“뭔 소리야?”

없을 거야… 도 아니고, 없게 한다고?

“우리 집에도 빈방 많아.”

…뭐 어쩌라고?

불만이 가득 담긴 그의 얼굴을 카밀라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고, 페트로 역시 한심해하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 * *

“오랜만.”

“…….”

“그동안 잘 지냈지?”

“뭐예요?”

“며칠 신세 좀 질게.”

“뭐라고요?”

“저 방 쓰면 되지?”

“자, 잠깐만요!”

페트로의 동생인 엘리샤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를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침부터 카밀라가 뜬금없이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옆에 커다란 짐 가방을 든 채. 다른 이유도 아닌 오로지 자신과 놀 목적으로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놀 생각이지.”

“그러니까! 제가 왜 당신과 놀아야 하냐고요!”

“응, 넌 너대로 놀고 난 나대로 놀지 뭐.”

“네에?”

뭔 헛소리냐고 소리치려다 꾹 참았다. 요즘 저 여자와 말로 싸워서 이겨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지금도 그녀만 보면 으득- 이가 갈린다. 그 수많은 사람 앞에서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 사과의 말까지 내뱉어야 했던 건 모두 저 여자 때문이었으니까.

‘그런데 뭐?’

나랑 놀러 왔다고?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하려……!”

“자, 선물.”

당장 내쫓으려고 눈에 힘을 팍 주던 엘리샤는 순간 손에 올려지는 뭔가에 멈칫했다. 선물이라니? 갑자기?

“이게 뭐예요?”

작은 상자였다. 딱 봐도 보석 같은데?

“열어 봐.”

“제 선물이라고요?”

“응.”

잠시 망설이던 엘리샤는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달칵.

“흐읍!”

“마음에 들어?”

“이, 이거! 설마……!”

마음에 드냐고?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맙소사!’

엘리샤는 벌어진 입을 쉽게 다물지 못했다. 상자에는 목걸이와 귀걸이가 세트로 담겨 있었다. 문제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만든 보석의 재료다.

“브, 블루 다이아몬드?”

“맞아. 잘 아네.”

엘리샤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이 터져 나올 것 같았거든!

영롱한 푸른빛의 다이아몬드와 마주한 엘리샤는 사람들이 왜 그토록 이 보석에 열광하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채굴 수량이 적고 극소수 VIP들에게만 주문 제작해 파는 물건이라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다들 소문으로만 접했을 뿐 실물을 본 이조차 드물 정도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소문에 돈 좀 있다는 이들은 미친 듯이 고스트 상회의 물건을 사들이고 있었다.

일단 VIP 회원이 되어야 블루 다이아몬드를 주문이라도 넣어 볼 수 있었으니까. 언제 받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저, 정말 받아도 돼요?”

그런데 지금 그 귀한 보석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었다. 황후조차 아직 구하지 못한 그 보석이 말이다.

“마음에 든다는 거지?”

카밀라의 물음에 엘리샤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영애가 이걸 받고도 싫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럼 저 방 쓴다.”

생각보다 간단히 엘리샤를 클리어한 카밀라는 그녀의 옆방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엘리샤는 여전히 보석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 * *

[여긴 거의 변한 게 없네.]

“그동안 이곳에 한 번도 와 본 적 없어요?”

[여기에 오면 쓸데없는 잡념이 많아지거든.]

자신을 따라 제이빌런가에 온 제노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게 무척 감회가 새로운 듯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여긴 무슨 일이야?]

“뭐가요?”

[여기서 지내겠다니?]

조금 전에 보니 페트로에게 했던 말과 달리 엘리샤와 약속을 따로 잡았던 것도 아니던데. 전혀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잖아.

“뭐 좀 알아볼 게 있어서요.”

[알아볼 거? 뭔데?]

“그런 게 있어요.”

솔직히 수호의 검이 도난당하거나 말거나 자신과 뭔 상관이겠는가.

‘딱히 이득이 돌아오는 일도 아닌데 말이지.’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찾아와 반기지도 않는 이에게 아까운 보석까지 안기며 진을 치고 있는 것 자체가 오버고 오지랖이다.

‘하지만…….’

‘제노, 수호의 검이 없어지면 어쩔 거예요?’

[수호의 검이 왜 없어져?]

‘그러니까 만약에요.’

[만약에라도 그런 일이 왜 일어나?]

‘누군가 훔쳐 갈 수도 있잖아요.’

[찾아야지.]

‘왜요? 이젠 아무 능력도 없는 검인데?’

[내 목숨과 바꾼 결과물이잖아. 그걸 누군가 가져가는 걸 그냥 두고 보라고?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도로 찾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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